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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인 지난해인 2013년 여름, 처음 알바를 시작했다. 원래 친구 아버지네 카페에서 일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일손이 필요없다"고 해 본격적으로 알바를 구하기 시작했다. 용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알바 구인 사이트에서 알바를 찾고 매장에 전화를 하면 매니저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뽑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니저들을 설득하고 부탁도 하여 강남에서 첫 알바를 구했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이상한 차별

청소년인 나는 알바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 처음 알바를 하면서 만들어본 빙수. 청소년인 나는 알바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 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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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알바는 체인점이 10개 가량 있는 빵집 겸 카페였다. 10분 정도 면접을 보더니, 내일부터 바로 나오라고 이야기 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다. 시급은 5500원. 처음에는 오후 3시~11시까지 일하기로 했지만 야간수당은 주지 않았다(물론 청소년이 오후 11시까지 일하는 건 불법이지만, 사장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어떨 때는 오전 11시부터 12시간 동안 일해도,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초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받지 못했다.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와 같이 근무했던 첫 매니저는 밥도 사주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었지만, 수당 문제에 있어서는 한결같았다.

"우리는 그런 게 없는데…."

그런데 매니저가 바뀌면서 일하는 환경은 변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제한하고 딱 쉬는 시간만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떨 때는 "쉴래? 아니면 음료 하나 먹고 말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막내라는 이유로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보다 밥을 더 늦게 먹어야 했고, 힘든 일은 모두 내 몫이었다.

매니저는 다른 알바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는데, 유독 내가 사용할 때만 혼을 냈다. 심지어 "너는 몇 개월이나 일했는데, 일이 안 느냐"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매니저들의 차별적인 행동에 화가 났지만 결국 내색할 수 없어 수능공부를 해야겠다는 이유로 그만 두었다. 그 후, 연장수당과 야간수당 미지급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체불임금을 받아냈다. 

진상이었던 알바와 이상한 사장

내 첫 알바는 체인점이 10개 가량 있는 빵집 겸 카페였다. 어떨 때는 오전 11시부터 12시간 동안 일해도,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초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받지 못했다.
 내 첫 알바는 체인점이 10개 가량 있는 빵집 겸 카페였다. 어떨 때는 오전 11시부터 12시간 동안 일해도,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초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받지 못했다.
ⓒ free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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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매니저가 싫어서 일을 그만둔 것이어서 바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동대문 쇼핑몰 지하에 있는 매장이었다. 홀이 있기는 했지만 쇼핑몰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달을 하는 카페였다. 이전에 일했던 곳보다 집에서 가까워 3일간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근로계약서는 쓰지 못했다. 그런데 시급이 5000원이라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5210원이라고 하니 5210원에 맞춰 줬다.

주말에만 일하기로 한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남자와 같이 일하게 됐는데,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같이 일하는 그 사람은 소위 '진상'이었다. 내게 남자친구랑 "자봤냐"고 묻는가하면, 내가 "안 했다"고 하자 "(성관계를) 한 건지 물어본 게 아니고 같이 그냥 잠을 자봤냐"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언젠가는 내 다음 시간에 일하는 이모님을 욕하며 "여자는 일 못하면 집에나 있지,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하지를 않나, "여자는 화장을 하고 다녀야한다, 너는 살을 빼야겠다"라는 등 온갖 수치스러운 말을 했다.

결국 나는 사장에게 전화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사장은 더 일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진상 남자를 다른 타임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다. 5월 말까지 일하기로 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알바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탓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진상 알바가 아예 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그만둬 줘야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주중에 일하는 사람이 생활비가 부족해서 주말까지 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단다. 그 사람은 카페를 처음 만들 때부터 일했던 사람이니 나중에 들어온 내가 나가줘야겠다는 이야기였다. 부당해고였다(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사건이 진행 중이다).

면접부터 해고까지, 4개월 동안 일하면서 나는 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이 피폐해졌다. 알바하기 전,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고 일해야겠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시간협의', '급여협의'의 이상한 조건

잠시 일을 쉬다가 돈이 필요해서 다시 알바를 구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청소년은 뽑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집 근처 번화가에 있는 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시간협의, 급여협의'라고 적혀있는 매장에 가서 면접을 봤다.

"토요일 오후부터 나올 수 있나요?"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하던 토요일 아침, "출근하라"는 전화가 왔다. '토요일 출근인데 그날 오전에 연락하는 건 뭐람'이라고 생각하며 첫 출근을 했다. 일을 배우고 그날 혼자 마감을 했다.

역시 이번에도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을 하기로 했지만 사장이 나오라고 하면 주중에도 나가서 일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장이 '진상'이었다. 사장은 나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는 둥, 술을 사주겠다는 둥 수작을 부렸다. 원래 직원들과 술을 자주 먹는다며 말이다.

작은 매장이고 홀에 테이블도 3개밖에 없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월급 날짜와 시급을 물어볼 만한 데가 없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니 최저임금 이상은 주겠지'라고 생각할 뿐이었다(다른 지점에서는 시급 5500원으로 아르바이트 구인광고가 나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은 시작했지만, 정작 시급이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사장에게 전화해 월급날과 시급을 물어봤다. 사장은 처음에는 급여를 15일에 주겠다고 하더니 말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시급에 대해서는 다음날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장이 알바 시급을 답하지 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그 다음날 사장은 나에게 전화해 "지금 가게 장사가 안 되니 시급 4000원 정도가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2014년 최저임금이 5210원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어 사장은 "내 사정 좀 봐주라,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직원들도 처음 3개월은 4500원을 받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최저임금 이하로는 일하기 힘들다"고 했고, 사장은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전화가 왔다.

"계산하기 쉽게 5000원을 주면 안 될까?"

나는 "최저시급인 5210원 밑으로 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게 세 번째 알바도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아직 한 달 동안 일한 70시간 정도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 세 가지 알바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너무 많이 받았다. 세 군데 매장 모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노동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당연해보였고, 심지어 성희롱도 있었다. 내 나이 19살.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겠지만, "알바지만 가게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 본인들부터 제대로 된 주인의식 좀 가졌으면.

청소년이 알바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
1) 근로기준법상 일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5세 이상이며, 만 18세 미만인 근로자는 연소자라고 해서 특별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2) 연소자는 일을 해도 좋다는 부모(혹은 후견인)의 동의서와 나이를 증명하는 서류(주민등록초본 등)를 사용자에게 제출하고, 사용자는 이를 사업장에 비치해 두어야 합니다.

3) 최저임금은 성인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또한 임금은 전액 본인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4) 하루 7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동의 하에 하루 1시간, 주 6시간을 한도로 초과근로를 할 수 있습니다.

5) 야간(밤10시~새벽6시)에 일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6) 연소자는 도덕상 ·보건상 유해하거나 위험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18세 미만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술집 등에 취직할 수 없습니다.

7) 사용자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일하다 다쳤을 경우 치료 및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8) 임금체불 등 부당한 피해를 받은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신고하여 권리구제 받을 수 있으며, 알바상담소(☏1800-7525)에서 무료상담을 해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소류는 알바노조 조합원입니다.



태그:#아르바이트, #알바,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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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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