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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그 시절 어떤 '탐관오리'

내가 어렸을 적에는 자정부터 통행금지가 엄존했다. 당시 혼자 사셨던 아버지께선 허구한 날 소주를 드시곤 주사(酒邪)마저 심하셨다. 늘상 술기운에 포로가 된 아버지께선 자정의 개념마저 모호하여 "어서 가서 소주 한 병만 사와!"를 입버릇처럼 주문하셨다. 그래서 어느 날도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자정이 임박한 시간에 집을 나섰다. 그것도 돈 한 푼조차 없이.

"돈을 주셔야 술을 사오든 말든 하지유?"
"다음에 준다고 외상으로 달라고 해."

동네에 하나 뿐이었던 구멍가게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 그 가게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올 무렵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었다. 순간 골목에서 흡사 도둑처럼 뛰쳐나온 이가 있었으니 그는 윗동네에 사는 방범대원(防犯隊員) 아저씨였다.

"너 시방 어디 가는 겨?"
"아부지가 술을 사오라고 해서 가게에 가는디유."
"그래도 그렇지 통행금지 시간에 댕기면 되냐? 국법이 얼마나 지엄한 건디. 하여간 너 잘 걸렸다. 나랑 경찰서로 가자!"

그 아저씨의 강압에 나는 두 손까지 빌며 사정했다.

"아저씨, 잘못했슈. 한 번만 봐 주세유!"

하지만 소용없었다. 별 수 없이 '현행범'이 되어 그 아저씨의 뒤를 따라 가던 중 잠시 후 그 아저씨가 흥정을 제안했다.

"나랑 네가 모르는 처지도 아니고, 또한 더욱이 아래 윗동네서 사는데 굳이 널 경찰서까지 끌고 가서 콩밥을 먹이면 나라고 해서 맘이 편하겄냐? 그래서 말인디 오늘 한 번만 봐줄테니께......"

나는 귀가 토끼처럼 크게 열리며 반가웠다.

"그럼 봐주시는 거지유? 아이구~ 고마워유!!"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가진 돈 있으면 다 내놔 봐. 그럼 그거 받고 눈감아 줄 테니까."

순간 내가 비록 어린 녀석이었음에도 그는 분명 최근 개봉한 방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 나오는 탐관오리 조윤에 다름 아니란 느낌으로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가진 돈은 없는디유!"
"술 사러 가는 길이라고 안 했냐?"
"아부지가 외상으로 사오라고 해서유."

결국 그 방범대원 아저씨는 태도로 돌변하였고 그예 나를 경찰서까지 끌고 가 하룻밤을 유치장에서 잤다. 집에 돌아와 자초지종을 들은 아버지께선 그 놈을 잡아 죽이겠다고 펄펄 뛰셨다. 그렇지만 방범대에 속하여 도둑질과 강도 따위의 범죄를 막는 일을 하는 경찰 소속의 대원인 방범대원은 무서운(!) 공권력에 숨어 있었다. 따라서 정작 그 같이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행동을 실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아버지께선 "그놈 참 더러운 놈일세!"를 연발하시며 애꿎은 술만 더 드셨다.

#2. 담뱃값 인상설, 사악한 냄새가 모락모락

이따금 처가에 간다. 칠순 고령의 장모님과 장인 어르신이 사시는 처가에 갈 적엔 담배를 한 보루 산다. 두 분이 담배를 좋아하신다. 특히나 장인께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애연가이신데 한 때는 하루에만 열 갑을 태우셨다.

지금도 하루에 약 4~5갑을 피우는데 따라서 요즘 회자되고 있는 담뱃값 인상이 실제로 이어진다면 아마도, 아니 필연적으로 장인 어르신의 절망감은 하늘을 찌를 것이 틀림없다. "그럼 내 유일한 낙인 담배조차도 끊어야 하는 겨?!"라고 하시며.

지난 3월 여당의 김재원 의원이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부터 이 같은 걱정의 연기는 이미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누가 같은 당 소속 아니랄까봐서 당시 진영 복지부장관 내정자 또한 담배 값의 인상 필요성을 밝힘에 따라 담뱃값 인상은 어쩌면 그때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의 형국을 맞았었다. 주지하듯 담배는 호불호가 명확한 기호품이다. 그런데 비 흡연자는 흡연자를 마치 준범법자 취급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담배는 기실 부자보다는 못 사는 서민과 빈민들이 더 피운다. 때문에 단순논리에 입각한 갑 당 2000원이나 올리는 실로 파격적 인상은 필연적으로 숱한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우선 처음엔 담배의 사재기 현상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어선 값싼, 그러면서도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는 수입산 담배가 봇물 터진 듯 유입될 것이다. 앞으로 돈이 없는 서민은 그 비싼(!) 담배를 사 피울 수 없음에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터에 더욱 비굴한 처지로 추락할 게 뻔하다.

"미안하지만 담배 한 개비만 얻을 수 있을까요?"
"능력 안 되면 끊어!"
"이런! 없이 산다고 너까지 날 무시하냐?"

이런 경우에서도 보듯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는 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다.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피우는 것이다. 하여간 담뱃값 인상은 보건복지부가 수년 째 주장하고 있지만 물가인상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최경환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다시금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취지는 그렇듯 하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챙기고 부족한 세수(稅收)도 확충하겠다는 것이니까.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을 1천 원 올리면 연평균 2조5458억 원, 1500원 인상하면 3조6371억 원, 2천 원 인상하면 4조6438억 원의 세수 증가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얼마나 기여할 지는 사실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즉 결국엔 우리 같은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확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거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역시 어떤 '사악한' 냄새가 모락모락 난다는 주장을 아낄 수 없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릴 예정이란 뉴스만으로도 올 상반기에만 벌써 담배밀수가 사상 최대치인 955억 원을 기록했다는 것을 정부에선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3. 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

벽보로 붙은 유병언·유대균 수배전단.
 벽보로 붙은 유병언·유대균 수배전단.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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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40여 일 전에 발견하고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여 국민적 의구심이 구름처럼 확장되고 있다. 초동대처마저 너무도 허술하였다는 따가운 질책에 경찰은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전격 직위해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40여 일 전에도 그처럼 발 빠른 행보를 보였더라면 유병언을 진즉 체포할 수 있었으리라.

아무튼 유병언의 시신 발견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를 여전히 "조작의 냄새가 난다!"며 불신하고 있는 게 큰 문제이지 싶다. 국민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경찰이 초동 수사에 실패했다는 비판 외에도 침몰한 세월호에서 단 한 명조차 구조하지 못 한 것은 국가적 수치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더러운 이야기' 기사 공모 응모작



태그:#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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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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