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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손 잡은 기동민-노회찬, 단일화 논의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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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승부수'를 던졌다. 24일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본인이 사퇴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동작을 지역구에서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지게 됐다.

원래 이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단일화는 요원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왜냐하면 기동민 후보 측이나 노회찬 후보 측 모두 사퇴하고 상대를 지지해 줄만한 명분과 사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카드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동민 후보는 당내 공천 파열음 끝에 전략공천된 후보이고, 노회찬 후보는 정의당을 살려내야 한다는 책임까지 안고 있었다. 하지만, 노회찬 후보의 이번 선언은 여론의 압박과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이 정치계의 명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노회찬의 돌직구

나는 노회찬 후보의 '돌직구'를 보면서 '솔로몬의 판결'이 생각났다.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인 앞에서, 솔로몬 왕은 칼을 가져오게 한 뒤 아기를 반으로 갈라 나눠 주라고 명한다. 이 판결 앞에서, 그중 한 여인은 아기를 죽이지 말고 상대방에게 주라고 외친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바로 그 여인을 아기의 어머니로 판단하고 아기를 안겨 준다. 

이번 노회찬 후보의 제안이 정치적으로 고도로 계산된 제안이었는지, 아니면 절박함의 발로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점은 후보 본인과 정의당에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사퇴를 가정하고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겉보기에는 숙이고 들어가는 '액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차후 벌어질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정치 기술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후보가 각자 선거를 완주할 경우, 결과는 나경원 후보의 당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 후보 측은 야권 성향이 강한 서울의 지역구 하나를 새누리당에게 헌납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아기 하나를 놓고 싸우다가, 결국 둘 다 갖지 못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외침이다.

마치 아기를 죽이지 말고, 차라리 기동민 후보에게 주라고 외친 격이다. 여러모로 난감해진 것은 기 후보 측이고, 노 후보 측은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 일단 기 후보는 이 제안에 대해, 직접 만나서 담판하자는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노회찬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정하자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일, 기 후보가 끝까지 여론조사를 거부해 본인으로 자동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결론적으로 아기는 엉뚱한 제3자인 새누리당에게 빼앗기고, 본인은 정치적으로 소인배 이미지만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응답하라 새정치연합!

단일화의 핵심은 '감동'이다. 감동 없는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는, 잡음과 실망만 안길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결과가 뻔한 단일화는 절대 감동을 줄 수 없다. 만일 기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제안을 수락하지 않아서 본인으로의 '자동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선거의 판세는 급격히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노 후보의 지지자들은 기 후보에게 정치적 감정이입을 전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일후보인 기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의 단일화보다는 차라리 두 후보의 독자 완주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안 하느니만 못한 단일화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미 배수진을 치고 단일화를 제안한 노 후보 캠프에서는, 사전에 이런 계산까지 끝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면으로 보나 이 게임에서는 노 후보의 예리한 정치력이 빛난 셈이다. 

한편, 기 후보는 '담판'을 제안하면서도, 본인은 전략공천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라면서 "당에서 판단해 달라"는 말을 던졌다. 사실상 당에 최종적인 결정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응답'이다. 두 번의 집권 경험이 있고, 역사가 탄탄한 야권의 '맏형'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할 때가 왔다.

정치적 소수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정당이 사회적 '을'들을 대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넓은 마음을 가지고,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방안을 받아들여서 여론조사로 감동의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일후보가 결정된다면, 남은 시간 동안 양측은 힘을 합쳐서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만일 정치적 덩치와 위신에 맞지 않게 끝까지 여론조사를 겁낸다면, 유권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더욱 외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7·30 재보선은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선거였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연속 '헛발질'로 판세는 야권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보정된 모양새다. 또한, 이미 투표용지 인쇄 전 야권단일화도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기를 빼앗길 수는 없다. 노회찬 후보의 제안으로 단일화의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선거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기동민 후보는, 노 후보가 대담한 결단으로 마련해놓은 귀한 기회를 무산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유권자들이 외쳐야 할 때가 왔다. 응답하라 새정치민주연합!


태그:#재보선, #노회찬, #기동민, #정의당,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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