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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결혼을 하여 혼인신고 하는 건수가 대략 27만에서 34만 건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하는 결혼 외에 외국인과 한국인이 하는 결혼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놀랍게도 1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서울이나 대도시를 벗어나 농어촌 지역으로 가면 이 비율은 더욱 급격히 높아진다. 남녀 성비 불균형과 농촌에서 생활하기 싫어하는 한국여성이 많아 그 만큼 외국인과의 결혼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과 외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정이 바로 다문화가정이다. 이전까지 국제결혼, 혼혈인가족, 이중문화가정 등으로 불리던 국제결혼가족을 '다문화가정'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국제결혼이라는 용어가 내포한 내국인 간의 결혼과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구분하는 국적에 따른 차별성 대신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일반 가정에 비해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우선 한국어 능력문제다. 이들은 말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부모(특히 어머니)의 교육 하에 성장하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늦어지고 의사소통에 제한을 받는다. 그리고 집단 따돌림의 문제도 심각하다. 단순히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피부색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할 때 정서적 충격(자살충동, 적개심 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또 정체성의 혼란도 겪게 된다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여섯 명 가운데 한명만이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다문화 청소년들은 자신을 외국인이라고 규정했다.

내가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다문화가정 가족사진 찍기를 하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부부의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는 것이다. 참고로 어느 시골지역의 다문화가정 부부의 나이 차이는 놀랍게도 평균 16살이었다. 많게는 40살 가까이 차이 나는 경우도 보았다. 당연히 시집 온 외국 여자 분들의 나이가 그만큼 적었다. 그래서 자녀들이 엄마에게 더 친밀한 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니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역할이 일반가정보다 그만큼 더 크고 중요한 듯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지역에서 온 외국인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그녀들의 모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모국어로 자녀들과 소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도 한국어와 어머니 나라말을 쓰는 이중언어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외 지역 특히 동남아지역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머니 말을 배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어머니는 자식들과 속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부족한 한국어 실력, 따돌림, 정체성 혼란)의 상당 부분은 어머니가 모국어를 자녀에게 가르친다면 많은 부분 해소가 될 것이다.

한국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언어 하나를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친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게 되고 그만큼 교우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차이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정체성 문제 또한 세계 속의 지구인을 표방하는 요즘 젊은이들인데 단일민족이라는 좁은 한국의 틀에 머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중언어 사용자인 그들의 향후 진로나 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어머니와의 깊은 교감과 이해가 가능하면 그만큼 그 가정은 건강해지고 부모와의 유대감도 커질 것이다. 어머니 언어를 배운 아이들이 조금만 성장하면 한국어실력이 부족한 어머니에게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좋은 교사가 될 수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한국어실력이 향상됨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가정의 10%가 넘는 다문화가정을 통해 세계의 여러 언어와 각 나라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무수히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이 한국의 떠오르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태그:#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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