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의 원조 호랑이 포수 김상훈과 투수 유동훈이 유니폼을 벗는다.

김상훈과 유동훈은 최근 코칭스태프 및 구단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더 이상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않고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프로데뷔 후 오로지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뛰었던 배터리의 아름다운 작별이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두 선수의 은퇴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유동훈과 김상훈은 선동열 감독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씻고 반드시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없다고 했던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든 두 선수에게 있어 흐르는 세월 속에 부상과 부진이라는 벽은 높기만 했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절친인 서재응 등과 함께 괌에 캠프를 차리며 시즌을 준비했던 김상훈은 시즌 개막 후 차일목과 함께 주전포수로 선택받았지만, 거듭되는 부진으로 지난 4월 2군행을 자청했고 마음을 정리해왔다.

또한 이번 시즌 불펜의 핵심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낙마해 시즌을 시작도 해보지 못한 유동훈은 수술대신 재활을 선택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고 과감히 은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루 저지율 5할, 해태의 마지막 프랜차이즈 김상훈

1996년 광주일고 재학시절 해태의 2차 우선지명을 받았던 김상훈은 고려대에 진학 후 해태왕조의 가세가 완전히 기운 2000년이 돼서야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 홍세완과 함께 김응용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김상훈은 주전포수 최해식의 뒤를 받치며 백업포수로 프로경험을 쌓았고 이듬해인 2001년 KIA로 옷을 갈아입고 난 뒤 호랑이굴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체력소모가 심한 포수로 2008년을 제외하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호랑이굴의 안방을 든든히 지켰던 김상훈은 프로통산 15년 동안 138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2 67홈런 458타점으로 공격에서는 크게 두곽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3년 도루저지율 0.554(시도 83, 저지 4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포도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했다. 도루저지율 0.554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도루 저지율이며 현역선수 중 조인성(한화)을 제외하고는 5할 이상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한 포수는 없다.

특히, 김상훈은 2009년 캡틴으로서 팀을 이끌며 팀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했다. 2009년 124경기에 출전해 시즌타율은 0.230에 머물렀지만, 안타수 87개에 비해 65개의 타점을 올릴 만큼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0점대 마무리, 핵 잠수함급 위력 떨쳤던 유동훈

장충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김상훈보다 빠른 1999년 2차 4번으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던 유동훈의 보직은 불펜투수 였다. 주전포수에 김상훈에 비해 조명은 적게 받았지만 타이거즈 마운드에 있어 유동훈은 소금같은 존재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유동훈은 데뷔 첫 해 40경기에 출전해 155와 1/3이닝을 던지며 7승 9패 2세이브 평균자책 4.75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2004년 68경기에 출전해 120과 2/3이닝을 던지며 7승 2패 5세이브 7홀드로 지난 3년간의 부진을 만회했다.

그러나 유동훈은 2004년 시즌 중 터져나온 병역비리에 휘말리며 구속되었다가 풀려나 공익근무 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쳐야 했다. 서른의 나이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유동훈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유동훈은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었다.

2008년 팀에 복귀한 유동훈은 55경기에 나서 6승 3패 2세이브 8홀드를 기록하며 허약한 불펜진에 힘을 보탰고 2009년에는 주전마무리 한기주의 부상과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뒷문을 굳게 잠그며 팀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더했다.

비록 2010년부터 급격한 하양세로 접어들었지만, 유동훈은 2009년의 57경기에 출전해 67과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허용했던 점수는 고작 6점이었고 자책점은 단 4점에 불과했다. 평균자책 0.53. 선동열 이후 팀에서 나온 두 번째 0점대 마무리였다.

8~90년대 왕조시대를 열며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해태타이거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도 올해로 14년이 되어간다. 수많은 스타선수를 배출해 냈고 상대팀에게는 악마와도 같았던 해태타이거즈 이제는 그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도 하나 둘 팀을 떠나고 있다.

김상훈과 유동훈이 은퇴를 결정하며 KIA 선수 중 더 이상 해태 유니폼을 입었던 현역선수는 없고 프로야구단을 통틀어 왕조시대의 해태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는 장성호(롯데)와 이호준(NC) 정성훈(LG) 김상현(SK) 김경언(한화) 등 다섯 명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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