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류현진

LA 다저스의 류현진 ⓒ EPA/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지난 22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2실점 5탈삼진으로 호투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은 시즌 11승(5패)을 기록하며 클레이튼 커쇼(11승 2패), 잭 그레인키(11승 6패)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44에서 3.39(111.2이닝간 42자책점)로 조금 낮아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였던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올해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은 불과 19경기 만에 11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8월 9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11승 고지를 밟았을 때보다 달성 기간을 3주 가량 앞당겼다. 어깨 부상으로 4월 말부터 한 달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페이스다.

LA 다저스는 이번 시즌 6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5인 선발로테이션을 기준으로 가정했을 때 류현진은 앞으로 11~12경기 정도 등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승만 보태면 지난 시즌의 성적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15승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현재 류현진의 페이스라면 15승 고지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 70% 이상 승률 보여야 18승 달성 가능

선발투수에게 있어서 '15승'은 정상급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국인 투수가 한 시즌 15승 이상을 달성한 것은 원조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가 유일하다. 박찬호는 다저스에게 활약했던 1998, 2000-2001시즌 무려 세 번이나 15승 고지를 돌파했으며,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기도 했다.

류현진이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박찬호의 한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에 도전장을 던질 수도 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7년 차였던 2000시즌(당시 27세), 현재 류현진의 나이 때 34경기 등판 18승(9패) 자책점 3.27를 기록하며 야구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박찬호는 그해 내셔널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적은 9이닝 평균 6.89개의 안타를 내줬으며 탈삼진 2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리그 전체 2위를 차지하는 등 사이영상 후보까지 올랐다. 당시 박찬호는 다승·자책점·탈삼진·완투 등 모든 면에서 최고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박찬호의 기록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월등히 강했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전반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해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후반기에는 15경기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하는 '특급 에이스'로 변모했다.

당시 박찬호는 리그 후반기에만 연승을 세 차례 기록했으며 시즌 막판 9경기 동안 7승을 쓸어담았다. 특히 마지막 세 경기에서는 완봉승 1회 포함 25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후반기 콜로라도에게 당한 2연패,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전반기 마지막 네 경기에서 승리 추가 실패 등 몇몇 고비만 넘겼다면 충분히 시즌 20승도 가능했던 페이스였다.

류현진의 프로 개인 최다승도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기록한 18승이다. 류현진이 자신의 역대 기록과 박찬호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남은 시즌 동안 약 11~12경기에서 70% 이상의 승률을 거둬야 한다(현재 류현진의 승률은 .667).

쉽지 않은 도전임이 틀림없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류현진은 2013시즌 전반기 18경기 동안 불운이 겹치며 7승에 머물렀으나 후반기에는 12경기만 등판하고도 같은 승수를 추가했다. 지난해 7월 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부터 8월 14일 뉴욕 메츠전까지 7경기에서 6승을 몰아치며 여름에 강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등판 일정에 영향 받는 류현진의 경기력

류현진은 올해는 이미 전반기에만 18경기에 나서 10승을 따냈다. 전반기 두 자릿수 승리는 2000시즌 박찬호조차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여기에 후반기 첫 등판에서 11승 고지에 오르며 2000시즌 박찬호보다 오히려 승수 페이스가 빠르다. 박찬호는 류현진보다 4일 늦은 2000년 7월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11승 고지에 올랐다. 류현진으로서는 지난해만큼의 페이스만 유지해도 충분히 박찬호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2000년 당시의 박찬호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피처였다면, 류현진은 능수능란한 제구력과 완급 조절로 승부하는 투수다. 박찬호가 전성기에도 다소 들쭉날쭉한 제구력으로 기복을 드러낸 반면, 류현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기에서도 기복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또한 류현진은 올 시즌 들어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 등 이전에 많이 쓰지 않던 구종을 추가하며 투구 패턴이 더욱 다양해졌다. 지난해까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변화구가 종종 실투로 이어지며 한방을 얻어맞는 경우가 있었다면, 올해는 유인구가 철저히 범타와 삼진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어엿한 정상급 선발투수로 꼽히는 이유다.

변수는 역시 휴식일이다. 류현진의 강점은 안정된 제구력과 홈-원정을 가리지 않은 꾸준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경기력은 휴식일과 비례한다. 류현진은 전반기까지 4일 휴식 후에 나온 10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4.32로 다소 부진한 반면, 5일 이상 휴식을 했을 때는 8경기에서 6승 1패 자책점 2.33으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22일 피츠버그전은 올스타 휴식기를 사이에 두고 무려 8일 만의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구위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등판 일정 조율이 류현진의 구위 극대화와 신기록 도전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5일 휴식 이후 로테이션을 기준으로 오는 28일 샌프란시스코와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원정에서 7승 2패에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며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2승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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