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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예술, 커피>의 표지
 ,한 잔의 예술, 커피>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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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왜 마십니까?"

아마 쉽게 대답하기 힘든 사람이 많이 있겠지요. 커피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이는 '기호품'이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굳이 '필수품'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케빈 시놋은 그의 책 <한잔의 예술, 커피>(도서출판 세경 펴냄)에서 간단하고 명료하게 대답합니다.

"커피는 즐거움을 위해서 소비돼야 한다."

첫 커피의 애틋한 추억,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요. 저자는 아내가 된 젊은 여성과 첫 데이트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나서, 커피 전문점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로운 아로마에 이끌려 들어가 마셨던 그 커피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대는 어떻습니까. 그런 커피가 있습니까.

오! 이런, 저는 그런 커피는 생각나지 않네요. 한동안 커피가 해롭다는 풍문을 신앙처럼 믿은 나머지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언제부턴가 식당들에서 공짜 커피를 제공하고, 그때부터 으레 식사를 마치면 습관처럼 그냥 마셨으니까요. 공짜로 먹는 그냥 달달한 그런 커피, 그게 제 첫 커피였으니 무슨 추억이 있겠습니까.

맛있는 커피? 맛있는 분위기?

"저는 농담 삼아 장모님과 마시는 최고의 커피보다 아내와 마시는 최악의 커피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젠 장모님과 친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본문 7쪽)

저자의 이 말이 커피란 무엇인지를 잘 말해줍니다. 커피 맛은 실은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느냐가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커피는 커피자체보다 주변 분위기에 더 휩쓸리죠.

프랑스의 외교관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페리고르는 "에스프레소(단순히 '커피'가 아니었음- 기자 주)는 악마처럼 시커멓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했죠. 어느 시판 커피의 포장재에 인쇄되어 시처럼 회자되기도 하는 문장이죠. 이 표현에 의하면 커피 맛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마치 난해한 시와 같아서 해석해야 알 수 있는 알쏭달쏭한 맛? 쓴맛? 단맛? 뜨거운 맛? 차가운 맛? 예, 한마디로 알 수 없죠. 그러기에 커피는 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손에 들어오는지, 어떻게 그걸 고르고 볶는지, 어떻게 분쇄하고 내리는지, 어떤 잔에 담아 누구와 마시는지.... 뭐 이런 것들로 인하여 쓴맛이 되기도 하고 단맛이 되기도 합니다.

자, 그럼 커피 한 잔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저와 함께 <한잔의 예술, 커피>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저자는 단순한 커피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비법(?)을 가르쳐 준답니다.

질문과 답변 속에 커피가 예술이 되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 원두에 대하여 말합니다. 커피의 역사로부터 생산지, 생두의 선택, 커피 로스팅에 이르기까지 알려줍니다. 2부에서는 분쇄와 추출의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에스프레소와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여느 커피 책과 다름없는 수순이죠.

커피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에 대하여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제가 커피 책 서평들을 통하여 소개한 바 있으니까요. (관련기사: 아메리카노는 '더러운 물'이란 거 아세요?)

몇 가지 이 책만이 전해주는 독특한 지식들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➀ 캔 커피는 언제 누가 시작했을까요?
1865년 존 아버클(John Arbuckle)이 캔 포장을 발명했습니다. 산업혁명은 커피제조와 유통에도 획기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커피 로스팅이 소량에서 대량으로 바뀌게 했고, 볶고 분쇄한 후에 포장을 하여 판매하게 됩니다. 1950~60년대 커피는 통조림 과일이나 야채 그리고 다른 가공을 거친 식품들과 함께 TV속 저녁식사에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➁ 피츠 커피와 차(Peet's Coffee & Tea)는 언제 누가 시작했을까요?
시애틀과 보스턴에서 시작된 커피하우스는 캘리포니아로 번져가게 됩니다. 1966년 네덜란드에서 이민 온 알프레드 피트에 의해서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피츠 커피, 차, 그리고 향료(Peets Coffee, Tea & Spices)'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셜티커피의 혁명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진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커피농장들은 너무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주변에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는데 이를 버드 프렌들리라고 합니다.
▲ 버드 프렌들리 커피농장들은 너무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주변에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는데 이를 버드 프렌들리라고 합니다.
ⓒ 도서출판 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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➂ 버드 프렌들리(쉐이드 그로운)는 무엇인가요?
커피농장이 새의 친구가 된다는 말인데, 커피농장들은 너무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주변에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습니다. 그런 큰 나무에 새들이 와서 둥지를 틀게 되죠. 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버드 프렌들리 커피'는 새에게도 좋지만 풍미 또한 탁월해 찾는 사람이 많은데, 수확량이 1/3밖에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➃ Q등급이 뭔가요?
미국 커피품질기구인 스페셜티 커피협회가 정한 등급과 거래에 대한 표준입니다. 80포인트의 등급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커피품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정한 노동을 했다는 정보를 라벨에 부착합니다.

➄ 스파이시한 커피(Spiced Coffee)는 뭔가요?
인도의 커피로 계피나 카더멈, 정향 같은 향신료를 첨가한 커피를 말합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 인스턴트 커피회사들에 의해 바닐라나 헤이즐넛을 첨가해 시판하게 되죠.

➅ 커피 물의 온도와 산도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연인과 나누는 것 어때요?
▲ 아이스커피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연인과 나누는 것 어때요?
ⓒ 도서출판 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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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할 때는 93℃가 적당하고, 추출을 마치면 82℃가 되는데 마실 때는 60℃가 가장 커피의 복합성을 식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온도입니다. 산도는 pH7.1의 중성에서 가장 풍미가 풍성한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알카리성이나 산성은 풍미의 균형을 떨어뜨립니다.

➆ 양말을 커피필터로 사용하는 추출방식이 있다고요?
예, 있습니다. 오픈포트(카우보이, 캠프파이어) 추출방식인데, 야외에서 커피가루를 깨끗한 양말에 담아 끓여 먹는 방식입니다. 양말이 찜찜하면 물에 커피를 넣고 끓여 올이 촘촘한 천에 걸러 마시면 됩니다.

➇ 에스프레소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아칠 가치아(Giovanni Achille Gaggia)입니다. 커피의 쓴맛을 제거하려는 여러 시도 중 피스톤 부품을 이용하여 커피를 내렸는데 8년의 연구 끝에 1947년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에스프레소가 전 세계를 휩쓸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자, 이렇게 예술로 바뀌는 커피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자는 그런 의미로 <한 잔의 예술, 커피>라고 책이름을 붙였는데 제가 제대로 전달한 것 같지가 않군요. 그러나 커피는 본래의 커피보다 그 커피를 어떻게 가공하여 어떻게 마시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서버에 얼음을 넣고 적당히 분쇄한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 아이스커피를 한 잔 음미해 보시죠. 곁에 아내(남편)나 연인이 있다면 금상첨화고요. 두 잔을 만들어 넌지시 밀어주고 같이 음미해 보심도 좋을 듯합니다. 그 커피 예술이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한 잔의 예술, 커피> 케빈 시놋 지음 | 고재윤 외 3인 번역 | 도서출판 세경 펴냄 | 1012년 초판 | 176쪽 | 값 20000원



한 잔의 예술, 커피

케빈 시놋 지음, 고재윤 외 옮김, 세경(2012)


태그:#한 잔의 예술, 커피, #케빈 시놋, #고재윤, #성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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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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