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산은 마오펑, 후쿠이, 치먼홍차 등을 생산하는 차의 고장이다.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차밭의 모습
▲ 황산 차밭 황산은 마오펑, 후쿠이, 치먼홍차 등을 생산하는 차의 고장이다.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차밭의 모습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무엇이든 '첫 경험'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내 중국 생활에서의 첫 여행도 그렇다. 중국에 정착한 첫해였던 1999년 겨울 황산에 들렀을 때다. 황산 등산을 마치고 입구에서 황산시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할머니 몇 분이 비닐봉지에 담은 차를 팔고 있었다. 처음 한 봉지에 10위안 하던 이 차는 같은 값에 두 봉지, 세 봉지가 됐다. 우리는 세 봉지에 10위안일 때 이 차를 샀다.

집으로 돌아와 차를 마셔봤다. 청량하고 고소한 느낌. 감동이었다. 10위안 어치만 산 게 두고두고 후회될 정도였다. 이후 황산에 갈 때마다 차를 사왔지만, 그때 받은 느낌은 나지 않았다. 사실 이후에도 다른 명차를 감상할 일이 많았지만, '그때 그 차' 맛은 다시 없었다.

중국차를 아는 것은 중국을 아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거대한 땅에서 나는 차는 차나무에서 생산되는 녹차 계열도 있지만, 화차(花茶)를 포함해 종류가 무척 많다. 녹차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생차, 반 발효차, 발효차 등 수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여기에 차는 시각·미각은 물론 촉각 등 오감을 동원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니 그 경지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흔히 일컬어지는 '중국의 10대 명차'는 1959년 중국차 품평회에서 나온 결과에 의한 것이다. 이 품평회에서는 시후롱징(西湖龍井), 동징비루춘(洞庭碧螺春), 황산마오펑(黃山毛峰), 루산윈무차(盧山雲霧茶), 류안과피엔(六安瓜片), 쥔산인전(君山銀針),신양마오젠(信陽毛尖), 우이옌(武夷岩), 안시티에관인(安溪鐵觀音),치먼홍차(祁門紅茶)를 10대 명차로 꼽았다.

중국에서는 차의 종류를 흔히 녹차(綠茶), 우롱차(烏龍茶), 홍차(紅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흑차(黑茶)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이중 녹차나 백차·황차는 발효하지 않거나 약한 후발효를 거친 차이고, 우롱차는 반발효차, 보이차·흑차는 발효차에 가깝다.

녹차의 대표로 꼽히는 차로는 롱징·비루춘이 있고, 우롱차는 우이옌·안시티에관인이다. 홍차는 딩산샤오종(正山小種)·뎬홍(滇紅, 운남홍차)·치먼홍차·민홍(閩紅, 푸젠홍차)이 대표적이다. 백차는 은전(銀針)이 있고, 황차는 쥔산은전(君山銀針), 흑차는 푸얼차(普洱茶)가 있다.

내가 황산에서 처음 만난 차는 녹차인 '마오펑'이었다. 하지만 황산에는 마오펑 말고도 명차가 많다. 마오펑도 유명하지만 황산의 북사면 타이핑에서 나오는 타이핑후쿠이나 툰시뤼차(屯溪綠茶)도 명차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명차가 나오는 것은 황산이 좋은 기운과 북위 30.1도라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롱차는 뜨겁게 마실수록 제맛

시후롱징차가 유명한 만큼 항저우에는 찻집도많다. 찻집 후반쥐의 매장 모습
▲ 시후롱징으로 유명한 항저우의 유명한 찻집 후반쥐 시후롱징차가 유명한 만큼 항저우에는 찻집도많다. 찻집 후반쥐의 매장 모습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녹차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은 바로 시후롱징이다. 시후(西湖)는 저지앙의 중심도시 항저우의 중심에 있는 호수다. 이 호수의 남서쪽은 야트막한 산이다. 평균기온이 거의 영하로 떨어지지 않은 기온과 가까이에 호수와 항저우만이 있으니 이 산의 주변은 항상 운무가 가득하다. 차가 자라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 가운데 롱징촌(龍井村)이 가장 유명하고, 메이지아우(梅家塢) 등에서도 좋은 차가 나온다. 그런데 이곳의 차들은 워낙에 유명해 중국 호사가들의 입도선매의 대상이 된다.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면 차지하기 힘들다. 실제로 좋은 차가 나오는 청명(淸明, 양력 4월 5일)과 곡우(穀雨, 양력 4월 20일) 전후에는 중국의 고급차들이 이곳에 몰려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론 좋은 차들은 황금보다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

반 발효차의 대명사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듯이 우롱차다. 우롱차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대만 난토우셴(南投縣) 펑황산(鳳凰山)의 한 가지인 롱딩산(凍頂山)에서 나는 롱딩우롱차(凍頂烏龍茶)다.

우롱차는 원차의 종류에 따라 찻잎의 채취 시기는 다르나, 봄과 여름에 걸쳐서 찻잎을 채취한다. 처음에는 햇볕을 쬐어서 시들게 한 뒤 실내로 옮겨서 때때로 휘저어 섞어서 수분을 제거한다. 그 사이에 약간 발효하게 한 후 솥에다 볶아서 효소작용을 멈추게 한다. 이것을 잘 비벼서 건조시킨 뒤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롱차는 다관에 찻잎을 반 정도 넣은 뒤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우려내어 먹는데, 뜨겁게 마실수록 제맛이 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 중국인들과 달리 우리는 담백한 음식을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성질을 갖고 있는 녹차는 위 등에 부담을 준다. 반면 반 발효차인 우롱차는 카페인 등이 순화돼 위에 부담 없이 편하다. 보통 양주를 먹는 술집에서는 우롱차를 같이 내놓기도 한다. 

대만에서 롱딩우롱차가 유명하다면 중국에서는 무이옌차가 가장 유명하다. 푸젠성의 깊숙한 곳에 있는 무이산은 주자학의 중심인 주자(朱子)의 고향과 가깝고, 주자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중국 여행지를 다녔지만, 무이산처럼 깔끔한 여행지는 드물다. 천유봉 등 경치가 빼어난 곳도 많고,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구곡계도 있다. 또한 이곳의 음식도 맛있는데 따홍파오(大紅袍) 등 우이산의 차가 더해지면 이곳의 매력은 절정에 이른다.

우롱차와 술을 함께 마시면 주량이 는다고?

무이산 차나무를 대표하는 나무들로 수많은 후대 나무들이 무이산 차의 맥을 잇고 있다
▲ 무이산 깊은 곳에 있는 대홍포 무이산 차나무를 대표하는 나무들로 수많은 후대 나무들이 무이산 차의 맥을 잇고 있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무이산에는 원나라 때부터 황제를 위한 차를 생산하는 어차원(御茶園)이 만들어졌다. 이곳 차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따홍파오다. 따홍파오를 만나기 위해서는 무이산 입구에서 20여 분쯤 차나무들과 바위로 이뤄진 길을 따라가야 한다.

그 길의 끝자락에는 바위가 하나 있다. 전설 속 섬인 봉래에서 선학(仙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이곳에 떨어뜨려 차나무가 자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의 차나무는 황제의 병을 치유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 차를 수확하는 5월 13일에서 15일에는 이 지역에서 축제가 열릴 정도다. 과거 이 차는 경매에까지 붙여졌는데, 무게당 낙찰가가 황금 가격의 수배를 호가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경매가 금지돼 함부로 찻잎을 딸 수 없게 됐다. 차나무의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반 발효차인 우롱차를 술과 함께 마시면 주량이 5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그럼 완전 발효차는 어떨까. 주량이 100% 이상 늘어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실제로 한 지방의 사업가가 발효차 가운데 유명한 보이차를 캔으로 유통하는 일을 준비했다가 조직폭력배 간의 이권 다툼으로 포기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음료를 술집에 유통했을 때 얻는 이익이 커 아직 제대로 손을 대는 이가 없다고 한다.

중국 내륙에서 홍차로 가장 유명한 것은 치먼홍차다. 치먼은 앞서 차의 중심으로 소개한 황산의 남서쪽에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과거 후이저우(徽州)의 일부다. 후이저우는 호설암 등을 비롯해 중국 최대의 상단인 휘상(徽商)의 발상지다. 하지만 후이저우 출신의 주 활동 범위는 항저우나 쑤저우 등 상업도시였기에 그들에게 고향의 맛인 홍차에 대한 수요도 그 만큼 늘어났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중국의 발효차는 보이차다. 지난 2000년 정초, 나는 리지앙(麗江)에 방문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고성에서 움직이다가 우리는 독특한 모습의 보이차 병차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차마고도의 중심지'라는 말에 매료돼 수허(束河)에 들러 차마고도 박물관에 가보기도 했다. 치먼홍차는 잎이 작은 소엽종인 반면, 윈난 보이차는 잎이 큰 대엽종이다. 둘은 발효차라는 점만 비슷할 뿐 전체적으로는 다르다.

티베트 사람들에게 차는 '생명'이었네

윈난의 시솽반나에서 시작된 차의 행렬이 히말라야를 넘었다
▲ 차마고도와 같은 차암조도의 시작점 윈난의 시솽반나에서 시작된 차의 행렬이 히말라야를 넘었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차 발생지인 윈난 남부지역에서 좋은 찻잎으로 발효시켜 만든 보이차는 둥그란 모양의 병(餠)으로 만들어져 대나무 잎으로 포장된다.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도 나왔듯이 말 운송부대(마방)들은 이 보이차를 말등에 얹혀 베이징 등 수도나 멀리 티베트까지 운반했다.

발효라는 특성이 있기에 적당히 비를 맞은 보이차는 부패하지 않고 더 맛이 좋아졌다. 녹색식물을 섭취하기 쉬운 저지대와 달리 티베트의 고지대는 좋은 질의 비타민을 흡수할 기회가 없다. 그때 가장 유용한 것은 차(茶)였다. 좋은 차는 고가이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지만 질이 다소 떨어지는 차라도 야크나 양젖과 함께 만들면 훌륭한 수유차를 맛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들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영약인 셈이다.

1그램당황금 수십배를 호가하는 보이차의 황제 만수용단(왼쪽)과 청대 황가의 보이차.
▲ 만수용단과 황가보이차 1그램당황금 수십배를 호가하는 보이차의 황제 만수용단(왼쪽)과 청대 황가의 보이차.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발효차는 보관만 잘하면 오래될수록 카페인 성분이 약해지고, 깊은 맛이 더해져 시간이 갈수록 천금의 가치를 지닌다. 청나라 황궁에서 제작한 보이차는 지금도 가끔 경매시장에 나오는데 2010년 5월 베이징 경매에서 청나라 황궁 보이차가 그램당 1만 위안에 팔렸다.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40여배 비싼 가격이다. 

차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연평균 기온 13도 이상, 강우량은 연평군 1400mm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므로 고온과 많은 비가 필수적이다. 녹차용 차는 좀 냉랭하고 안개가 짙은 지방에 적합하며, 고지대일수록 차의 수확량은 적지만 향기가 좋다. 따라서 중국은 산이 많고, 기온이 적합한 창지앙(長江, 양쯔강) 이남에 대부분의 차 주산지가 있다. 강남의 차밭은 우리나라 보성이나 제주도의 차밭처럼 그 자체로도 신선한 향을 담고 있다.

차는 따는 시기나 시간 등은 물론이고 가공하는 방법, 기술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3~4월 항저우 등 강남에서는 본격적으로 찻잎을 채취하기 시작한다. 차를 따는 아낙들은 삼태기를 짊어지고, 연한 녹색을 띤 차밭에서 끊임없는 손놀림을 이어간다.

차는 절기에 따라 동지 뒤 셋째 무일(戊日) 전후에 만든 납차(臘茶)를 비롯해, 춘분 전후의 무일에 만든 사전차(社前茶), 한식 전후에 만든 화차(火茶), 곡우(穀雨, 양력 4월 20일께) 전후에 만든 우차(雨茶), 입하(立夏, 양력 5월 6일께)를 전후로 만든 입하차(立夏茶) 등 절기를 기본으로 구분된다. 가장 높은 품질의 차는 3~4월에 처음으로 채엽하는 첫물차다. 순을 딸수록 차는 거칠어지고, 아미노산이 늘어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00위안 하던 찻잎이 15위안이라고?

차를 믿고 살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차 전문점이다. 가장 대중화된 톈푸를 비롯해 우위타이 등이 대표적인 차 전문점이다. 약간 비싼 게 흠
▲ 우위타이 차점 차를 믿고 살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차 전문점이다. 가장 대중화된 톈푸를 비롯해 우위타이 등이 대표적인 차 전문점이다. 약간 비싼 게 흠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그럼 우리가 중국차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에 패키지로 여행을 다녀본 이들이라면 항저우의 찻집이나 베이징 등지의 유명 쇼핑 공간을 생각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타깝게 이런 곳들은 제대로 차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여행사들이 안내하는 찻집에서 한 통에 100위안 정도 하는 차는 칭허팡(淸河坊)에 가면 15위안에 살 수도 있다. 또 패키지 쇼핑몰을 통해 한화 7만 원 정도에 구입하는 보이차 병차는 1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그럼 제값에 차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베이징의 경우 마롄다오(馬連道) 같은 차 도매시장이 있고, 상하이도 다닝궈지차청이나 톈산차청 등 대형 차 도매시장이 있다. 이곳에 가서 차를 맛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면 된다.

보이차의 경우 비싼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100~300위안대에서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면 된다. 또 완전 발효된 숙차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적절히 발효한 생차에도 관심을 두는 것도 차를 더 깊게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차는 은자와 같고, 술은 기사와 같다"

당대 인물 육우는 차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다경 등을 지었으며,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로를 갖고 있어, 차 전문점에서는 그를 신으로 모시는 곳이 많다
▲ 차신 육우 당대 인물 육우는 차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다경 등을 지었으며,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로를 갖고 있어, 차 전문점에서는 그를 신으로 모시는 곳이 많다
ⓒ 조창완

관련사진보기


한·중 수교 이후에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도 중국차 마니아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보이차 마니아들이 많이 생겼다. 이중 몇몇은 윈난에서 생활하면서 찻잎부터 제조까지 직접 관리하기도 한다. 또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한인 타운을 근거지로 중국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중에는 높은 내공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이들 중 더러는 한국에 분점을 내기도 한다.

중국 근대 사상가 린위탕(임어당)은 "차는 은자(隱者)와 같고, 술은 기사(騎士)와 같다, 술은 친구를 위해 있는 것이고 차는 조용한 유덕자(有德者)를 위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 차는 가장 적절한 안내자"라고 덧붙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건에는 선과 악이 교차한다. 하지만 백익무해(百益無害)한 물건을 꼽으라면 차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성정을 차분하게 만들고, 때로는 음식으로 때로는 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세계 4대 장수식품(차, 토마토, 적포도주, 마늘)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사실 중국 문화에서 차가 있는 풍경은 무척 흔하다. 중국인들은 차와 함께 생활한다. 기차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큼지막한 차통을 들고 다닌다. 그 안에 수시로 온수를 넣어서 차를 우려내 마신다.

중국인들의 차 마시는 전형적인 풍경은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두보초당이나 왕지앙루(望江樓) 공원, 칭양궁(靑羊宮)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차를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가 일어나는 전형적인 장소다. 이곳 사람들은 공원에 마련된 거대한 차관(茶館)에서 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기호에 맞춰 갖가지 흥미로운 일에 몰두한다. 그들은 우러나는 찻잎에 몸과 시간을 맡기고 천천히 지난 일들을 회상한다. 더러는 거친 문화대혁명 시기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말없이 마작이나 카드를 즐기기도 한다.

차의 본향 가운데 하나인 항저우에도 5000~7000여 곳에 이르는 차관이 있다. 이곳에는 몇 위안에서 몇천 위안에 달하는 차들이 있다. 1936년에 3공원에서 시작된 뒤 몇 차례 이사를 거쳐 위앤화광창(元華廣場) 2층에 자리한 칭텅차관(靑藤茶館)도 그런 명소 중 하나다.

이곳의 차관은 차를 끊이기 가장 좋은 롱징(龍井)의 후파오수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지역에서 만날 수 없는 항저우만의 찻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시후의 일출과 월출 등을 볼 수 있는 호수 주변의 찻집들도 적지 않다.

현재 항저우 저지앙대학 대학원장인 무협작가 진용(金庸)도 "호숫가에서 롱징차를 품평하니, 사람들이 천상에 있는 듯하네"라는 말로 차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항저우는 물론이고 쑤저우, 조우주왕(周庄), 통리(同里) 등 수향(水鄕)의 찻집에서 강물과 홍등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는 여행자들을 깊은 편안함으로 안내할 것이다.


태그:#차, #황산, #보이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