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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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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말아주세요.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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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국회 앞입니다. 오는 24일 목요일,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희생자 유가족들 중 일부는 단식에 돌입했고, 또 일부는 광화문, 국회, 안산분향소, 팽목항에서 그리고 법원과 CCTV가 복원된다고 하는 회사 등 전국방방곡곡을 나누어 다니고 있습니다. 단원고 2학년 4반 반대표인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유가족들이 23일 수요일 아침 안산분향소에서 출발해 서울광장에 집결하는 도보행진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서로 먼저 단식하겠다고 싸움이 났어요. 엄마들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세상 어디에서 단식을 먼저 하겠다고 싸움이 납니까. 슬라바 엄마는 저렇게 단식 중인데도 오늘 광화문 집회에서 몇 시간이나 피켓을 들고 서 있더라고요."

2학년 4반 박수현군이 남긴 마지막 동영상 15분에서, 자기는 중력을 무시한 사나이로 기억될 거라며 자신의 구명조끼를 성호군에게 주고 다시 멀찌감치 다른 구명조끼를 가지러 가던 슬라바. 2학년 4반에서는 슬라바의 엄마와 수학여행 가기 싫다고 하는 걸 이것도 수업의 연장이라며 억지로 보낸 것이 한이 되는 혁이 엄마 그리고 아빠가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엄마를 듬직하게 지켜줬던, 이루마를 좋아했던 성호 엄마가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차웅이는 우리 집 애교쟁이였는데... 집이 조용해졌어요"

슬라바 동생과 성호 아빠
 슬라바 동생과 성호 아빠
ⓒ 세월호희생자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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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의 반을 읽고 떨려서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는 성호 엄마는 이십대 초반 결혼을 해서 외아들 성호를 낳아 친구같이 살았습니다. 음악과 일본 애니매이션을 좋아하고 어릴적에는 독서를 좋아해 다독왕에도 뽑혔던 성호는 젊고 예쁜 엄마가 좋아서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합니다.

"저기 4반 돗자리 위에 계신 분이 차웅이 엄마예요. 차웅이 아시죠? 제일 먼저 발견된, 친구들 구하느라 구명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지요. 차웅 엄마는 얼마 전에 병원 신세를 져서 단식을 못하는데 미안하신지 저렇게 자꾸 우리 주변을 배회하시네요. 저 분이 정무 아버지고요. 정무도 하난데... 웅기 아빠는 십자가를 메고 40일간의 순례를 하고 있고요. 웅기 엄마는 광화문에서 곧 올 거예요."

차웅이 엄마는 엊그제 참사 당시 수현이와 성호가 있던 침대 아래에서 숨진 휘범이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에 병문안을 갔다가 다시 국회로 왔다고 합니다. 차웅 엄마는 참사 당시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실종자 수습이 더뎌지면서 자신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강인한 슬라바 엄마는 단식중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몇 시간을 서 있었다.
 강인한 슬라바 엄마는 단식중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몇 시간을 서 있었다.
ⓒ 세월호희생자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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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4반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우산
 2학년 4반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우산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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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이는 형아를 무척 따랐거든요. 그래서 먼데도 불구하고 형아가 다닌 학교라고 단원고를 다녔어요. 검도를 오래 해서 항상 제가 퇴근하는 길에 검도학원에서 픽업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었어요. 차웅이는 정말 우리 집의 애교쟁이 마스코트였는데... 집이 조용해졌어요. 가끔씩 떠들고 웃기도 했었는데 그게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온 식구가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지금 억지로 남은 가족들 슬프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구나. 그래서 이렇게 어색한거구나... 그래서 이제는 그냥 집이 조용해요."

오후 다섯시경. 한가한 시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더 많은 서명을 받고자 광화문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 동안 단식을 하는 엄마 아빠들과 함께하는 유가족들은 옹기종기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은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울다 웃다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가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저녁 여덟 시쯤 되자 광화문 집회에 갔던 유가족들이 돌아옵니다. 국회 밖에서는 신부님들이 미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고 일정을 공유하다 보니 밤이 오고 열 시가 되자 집에 돌아가야 하는 분들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어둠이 찾아온 국회 앞,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잠들어있다.
 어둠이 찾아온 국회 앞,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잠들어있다.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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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시경. 잠자리에 들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스마트 폰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그냥 산책을 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있고 기록단도 보입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함부로 들이대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다큐멘터리 감독과 스태프 2명은 유가족들이 익숙해 할 때까지 들지 않겠다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정리하고 그저 하염없이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이거 모기장 쓰세요. 어떻게 펼치냐하면요... 모기장 없으면 모기 엄청 뜯겨요."

성호 아빠가 다가가서 모기장 쓰는 법을 가르쳐 주며 바닥에 앉지 말고 돗자리 위로 올라와서 쉬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공개된 2학년 6반 김동협군의 동영상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협군은 어른들이 꼭 봐야 한다며 녹화된 핸드폰을 비닐에 싸서 주머니에 넣어놨습니다.

"커다랗고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수현이 동영상을 보시면 저희 성호 얼굴도 나오잖아요. 저 자신도 보기 힘든 영상이거든요. 그럼에도 유가족분들이 전부 동의해 주셔서 모자이크처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기 위해 동영상을 트는데요. 그때마다 몇 명씩 졸도를 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 반의 동영상을 나올 때는 그 반 유가족들은 가급적 안 보게 해요."

새벽 세 시쯤 겨우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한편에서는 고되게 코고는 소리도 들립니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닦아 놓을 걸... 이게 은이었더라고요. 이제는 성호의 체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봐 닦을 수 없어요"라며 팔찌를 쓰다듬던 성호 엄마도 잠이 듭니다.

국회앞 노란 배들.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우리를 지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국회앞 노란 배들.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우리를 지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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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에는 보통의 엄마, 아빠, 동생, 누나, 가족들이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단식농성과 기자회견 그리고 몰랐던 사람들로부터의 무시와 모르던 사람들로부터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보내고 있는 낯선 여름의 한 가운데입니다.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한 감독은 유가족이 "아무 생각없이 뛰어내릴까, 어디서 뛰어내리면 국민들이 알아줄까,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꿔줄까" 이렇게 말하면서 작게 웃을 때가 가장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도 국회 앞 뜰에 예쁘게 놓아둔 수백 개의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노란배를 바라보며 '저렇게 배를 놓아둔 이후로 비도 안오고, 날도 선선해서 국회 앞에서 노숙하는 엄마 아빠 주변에서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며 힘을 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23일) 도보행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철수를 하는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안산으로 출발하며 성호군 아버지가 당부합니다.

"많이 참여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내일 9시경 안산분향소에서 출발해서 광명에서 1박하고요. 국회로 왔다가 서울광장에서 7월 24일 7시 반에 모입니다. 저희는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태그:#세월호, #희생자, #박수현, #단원고,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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