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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생일을 맞은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케이크를 놓고갔다.
▲ 열일곱번째 생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생일을 맞은 단원고 학생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케이크를 놓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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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정슬이는 1997년 7월 22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2014년 7월 22일, 정슬이는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았다.

"정슬아, 안녕."

교복을 입은 10여 명의 친구들이 정슬이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찾아온 모양이다. 친구들은 준비해온 선물들과 초콜릿, 컵케이크, 과자 등을 꺼내 정슬이의 사진 앞에 정성스럽게 올려놨다.

컵케이크에 초 하나가 꽂혔고 불이 켜졌다. "생일 축하해!" 친구들은 촛불을 후후 불어서 끈 뒤, 작고 예쁜 목소리로 정슬이의 사진을 보며 생일을 축하해줬다. 정슬이가 케이크를 먹다가 목이라도 메일까봐 걱정이 됐는지, 친구 하나가 사이다 캔을 따서 케이크 옆에 뒀다. 신나는 생일축하 노래나 깔깔거리는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 안산에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한 켠에서는 그렇게 고 박정슬양의 조촐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 "이제서야 찾아서 미안해"

세월호 사고 피해자 안산 합동분향소
▲ 안산 합동분향소 세월호 사고 피해자 안산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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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22일 방문한 안산 합동분향소는 적막했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 앞이나 광화문 광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웅웅거리는 환풍기 소리와 자원봉사자들의 속삭임만 가끔 들릴 뿐이었다. 분향소 앞 유가족 대기실 천막도 차례를 정해 천막을 지키는 유가족 몇 명만이 쓸쓸하게 남아 있었다. 일부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안산 분향소에서 서울 분향소까지 이어지는 도보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분향소는 적막했지만 조문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교복을 입고 찾아오는 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친구끼리 방문한 젊은 여성들과 혼자 찾아온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추모 리본과 흰 국화꽃을 받아들고 조용히 제단 앞으로 가 꽃을 놓고 향을 피우며 묵념했다. 제단 위에 보이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뚝뚝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신부와 수녀들도 분향소를 찾아와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헌화를 하고 기도를 했다.

외국에서 유학 중인 김소연(20)씨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다가 안산 분향소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분향소에 왜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안산 분향소에 방문하기 위해 서울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라며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세월호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은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분향소의 학생들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면서 "이제서야 찾아와서 정말 미안하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선생님의 제단 아래에 친구들이 접어놓은 종이배가 놓여있다.
▲ 친구에게 세월호 참사 피해자 선생님의 제단 아래에 친구들이 접어놓은 종이배가 놓여있다.
ⓒ 이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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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1학년 학생 15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학생들은 단원고 2학년 언니 오빠들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김영태 합동분향소 운영의전본부장은 요즘도 학생, 일반 시민들, 종교단체에서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매일 평균 1000명의 조문객이 안산 분향소를 찾는다고 전했다. 그는 "조문하다가 눈물을 보이는 시민들이 정말 많다"라면서 "조문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지역에서 안산 분향소까지 찾아오는 시민들이 특히 많다, 대부분이 자식 잃은 슬픔에 공감하는 어머니, 아버지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현재 554명의 조문객이 방문했으며, 지난 21일에는 총 847명의 조문객이 안산분향소를 찾았다.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 대기중인 소방차에 '7월 17일 항공기 사고로 희생된 다섯분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 명복을 빕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 대기중인 소방차에 '7월 17일 항공기 사고로 희생된 다섯분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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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윤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세월호, #안산,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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