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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배리 교수
 마크 배리 교수
ⓒ 마크 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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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영국 <가디언>에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화해구축에 어떻게 실패했나'를 조망한 장문의 글이 실렸다. 이 장문의 글을 쓴 이는 미국인 마크 배리 박사로 그는 24년 동안 북미관계를 연구했다. 이 글에서 배리 박사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당시 급박하게 전개된 남북 및 북미관계를 회상하며 현재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배리 박사는 이 글에서 "김일성 사후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를 정착 시킬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김영삼 대통령이 날려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당시 한국 총리가 사망한 김일성을 전범이라 칭하고 한국정부가 김일성에 대한 조문을 거부해 북한이 분노했으며 남북간 신뢰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의 연이은 정책적 오판이 결국 남북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1994년 7월 나는 영국 유학중이었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김일성 조문사태'와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제2의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을 연일 보도했다. 그래서인지 20년 전 당시를 새롭게 반추한 배리 박사의 글에 눈길이 더 머물렀다.

20년 전 긴박한 한반도 상황을 회상한 이 글을 읽고 나서 배리 박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배리 박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배리 박사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만약 남한정부와 국민이 북한정권과 인민을 무시하고 경멸하면, 한반도는 장차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빈번한 분쟁과 충돌지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화해 소중한 기회, 김영삼이 통째로 날려"

다음은 마크 배리 박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

마크 배리 박사는 누구?
마크 배리 박사는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국제학 박사를, 조지타운대학교 국가안보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뉴욕 배리타운 칼리지에서 한국현대사와 국제관계학을 강의하고 있다. 24년간 미국과 북한관계를 연구했고 그동안 북한을 두 번 방문했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과 방북 후에는 CNN TV에 출현해 미국국민들에게 방북결과를 알리고 논의하기도 했다.
- 1994년 7월 8일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김일성 사후 20년을 되돌아보면서 쓴 장문의 글에서 당신이 강조하고자 한 점은 무엇이었나?
"이 글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 여름 김일성 사후에 다르게 대응했더라면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대립·긴장보다는 화해무드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은 2011년 김정일의 사망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일성은 북한을 만든 사람이었기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이 김일성 사후 북한에 조문단을 보냈거나 방북해 잠깐이라도 장례식에 참석했다면, 북한의 정치와 사회에 엄청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여름은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무척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이영덕 국무총리는 사망한 김일성을 '전범'이라고 부르는 등 김일성을 비난했다. 또 한국군부는 초경계 태세를 취했다. 김영삼 정부의 이런 대응에 북한은 분노했고 그 결과 상호간 신뢰를 구축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김영삼이 당면한 역사적 기회에 부응했더라면, 북한의 개혁을 고무하는 것이 전략적 이득이 된다는 것을 클린턴 정부가 이해했더라면, 아마도 북한에 개혁이 가능한 환경을 함께 조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남북간 합의가 성사되었다면, 북한의 잠재적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누가 알겠는가? 김일성은 이미 김정일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취하는 대가로 북한의 유일한 실재적 카드인 핵 프로그램에 대해 남한 및 미국과 협상하라고 지시해 놓았었다. 그러나 김일성 사후, 김영삼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으로 오판하고 북한 지도부의 가능한 개혁을 도와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영삼은 결국 남북화해의 소중한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그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만든 개성공단이 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박 대통령, '신뢰 정책' 펼 능력 전혀 없어 보여"

-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무엇이고 또 대북관계에서 취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했을 때 사실 나는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미국의회 연설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안했고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는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었다. 그러나 실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그 화려했던 연설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점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현재 박대통령은 세월호참사에 연이은 '인사참사'로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의 지지율도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취임 전 그는 줄곧 '남북간 신뢰의 정책'을 외쳤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신뢰의 정책'을 펼 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2013년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2013년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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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북한으로 돌려보자.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또 향후 남북이 화해나 평화통일을 이룰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나.
"겉으로 보기에 김정은은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김정은이 정권을 전적으로 혼자 장악하고 있는지 아니면 눈에 안 보이는 세력과 분담하여 장악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이전처럼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중국 대신 러시아-일본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아마도 동독의 선례를 밟는 것 같다. 동독정권은 처음에 동독국민들의 즉각적인 욕구를 임기응변으로 채워주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독국민들의 욕구와 기대는 더 커졌고 동독정권은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점점 더 채워 줄 수 없었다. 결국 동독은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경제가 붕괴되었다. 그 후 우리가 아는 대로 1989년 11월 동독은, 소련 승인 하에, 서독에 굴복했고 1년 안에 서독에 흡수통일 되었다.

북한정권은 북한인민들의 경제적 필요를 채워 줄 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인민들도 중국과 남한의 생활수준이 어떤지 점점 알아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폭발점에 도달한다. 김정은이 북한인민들의 물질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면 향후 권력의 존립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향후 10년 안에 우리는 북한의 주요변화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0년 안에 남북통일은 못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은 남한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남한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다."

"대북정책, 오바마보다 부시가 더 진보적"

- 미국은 어떤가?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역설적이지만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아들 부시)의 대북정책이 현 오바마 대통령 대북정책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심 정책'은 사실 북한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선의의 무시 정책이 되어 버렸다.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지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이 지금처럼 거의 아무런 대화나 교류를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 중에는 '북한은 불치국가로 붕괴되는 것만이 길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상대방이 '구조불능'이라고 믿을 때 건설적인 대화나 교류를 하지 않게 되고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게 된다. 미국 고위관리 중에는 북한이 동아시아에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전형적인 적수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2000년 김정일에게 인정했듯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북한보다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더 우려해야 하고 그것이 더 적절하다.

미국은 북한이 무슨 큰 적이 되는 듯이 대응하고 있는 반면 악화된 중국과의 전략관계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이렇게 '큰 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궁극적인 평화통일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9·11사태' 이후 미국은 마지막 수단으로만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바꾸고 있다. 그래서 국제관계에서도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해결을 우선시 하는 성향을 볼 수 있다. 외교보다는 군사적 해결을 우선시 하는 미국의 정책은 결코 국제관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했다가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더 악화시켰고 결국 미군도 철수해야 했다. 이라크도 결국 미국의 군사적 해결 우선 정책으로 인해 지금 파벌간의 분쟁으로 붕괴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남한국민들 북한정권과 인민 자존심 건드려선 안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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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여 김일성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상황을 좀 이야기 해 달라.
"1994년 4월 방북해 카터 전 대통령, 김일성과 점심을 함께 했고 북한의 다른 고위 인사들도 수시로 만났다. (내가)김일성을 만났을 당시엔 이미 대부분의 권력을 김정일이 승계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일성은 남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대외정책에 대한 중요한 결정들은 직접 챙겼다. 김일성은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 한중 수교, 북핵 위기 등 당시 북한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국제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김정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고 했다.

김일성은 뜻밖에도 당시 카터 전 대통령에게 미국원자로와 교환조건으로 북핵 폐쇄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북핵 폐쇄로 인해 생기는 북한의 '에너지 생산 손실'에 대해 미국이 중유 지급을 통해서 보상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한술 더 떠 김일성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사상 최초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래서 그때만 해도 남북관계에 큰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그 후에 전개된 일은 참 안타깝다."

- 한국은 지금 대립적인 남북관계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한 '남남갈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이러한 '남남갈등'을 해소 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지지 세력인 보수층의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남남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더 전향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 지도자는 때때로 자신이 속한 당파나 당의 이해득실을 넘어서 국민과 국가에 이득이 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은 여야를 넘어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물론 세월호참사와 인사참사로 궁지에 몰린 지금의 박 대통령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당의 이익보다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럴 경우 남남갈등은 물론 지금의 대립적인 남북관계를 해소 할 수 있다."

- 한국인들이 남북화해와 궁극적 평화통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또 남북이 언제쯤 어떻게 통일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통일 준비는 빨리 할수록 좋다. 박 대통령도 최근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북한입장에서는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가 남한의 북한 '흡수 혹은 점령 통일준비위원회'로 보일 수 있다. 남북통일에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힘은 결국 통일을 향한 남한국민들의 마음이고 열망이다.

순진하게 들릴 수 있지만, 북한 지도자들과 북한인민들은 결국 남한국민들에게 더 의지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점차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한국민들은 북한정권과 북한인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물론 북한정권의 안전도 남한정부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 북한정권과 인민들이 남한정권과 국민들로부터 자존심을 침해 받는다고 느끼는 한 남북통일은 진전될 가능성이 없다.

불행하게도 차세대를 이끌어갈 지금 남한 젊은이들은 남북통일이나 북한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남한 젊은 세대들의 이런 모습에서 나는 지금의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태도가 보이는 듯하다. 중동갈등이 지금처럼 심각해진 이유는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들을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로 인식하기보다는 '미친 아랍놈들'이라고 멸시하고 경멸하는 데 그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한국민들이 북한인민들을 무시, 경멸하면서 '미친 정권 혹은 미친 북한놈들'이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한반도엔 평화나 통일이 오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물리적으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 한다고 하더라고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끝없는 충돌과 반목이 일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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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