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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8일 오후 3시 56분]

세금 12억 원을 들여 경남지사 관사(官舍)를 새로 짓기로 하자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광역·기초단체장들은 관사를 없애거나 용도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는 새로 짓기로 해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경남도청 회계과 관계자는 "지사 관사는 잠만 자는 게 아니고 업무공간도 들어간다"며 "행정안전부도 관사를 인정하고 있어, 재건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경남지사 관사는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고,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연면적은 264㎡다. 1984년 부지사 관사로 지어졌던 관사는 지은 지 30년 정도 되어, 내외부가 심하게 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 "업무공간도 들어간다... 재건축할 예정"

경남도는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도지사 관사를 예산 12억원으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현재 지사 관사는 1984년 부지사 관사로 지어졌는데, 경남도는 오래되어 낡아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도지사 관사를 예산 12억원으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현재 지사 관사는 1984년 부지사 관사로 지어졌는데, 경남도는 오래되어 낡아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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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었던 김두관 전 지사가 2년 동안 관사로 사용했고, 홍준표 지사는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뒤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다.

옛 경남지사 관사는 창원 의창구 반림동에 있었는데, 지금은 '도민의 집'으로 바뀌었다. 옛 경남지사 관사는 1984년부터 2003년까지 역대 지사들의 생활과 집무공간으로 사용되었다.

2004년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재선했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는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 아파트에서 살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했던 김두관 전 지사가 관사를 사용하자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경남도의원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현재 지사 관사를 재건축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하면서 지사 관사 재건축을 위한 설계비 1억을 편성했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내년에 건축비 11억 원을 들여 관사를 재건축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예산안이 경남도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재건축에 들어가 8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재건축 기간 동안 성주동 한 빌라를 임대해 홍준표 지사가 살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오래 생활해온 홍준표 지사는 경남에 따로 집이 없다. 홍 지사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 서울에 본인·배우자·장남의 아파트 3채가 있다고 했으며, 26억7000만 원으로 재산신고했다.

민선 5기(6․4 지방선거 뒤 민선 6기 출범)까지 자치단체장들의 현황을 보면, 광역(17곳) 14곳과 기초(227곳) 22곳에서 관사를 유지하고 있다. 민선 6기 출범 뒤 광주광역시, 세종특별시, 부산교육청 등 10여 곳은 관사를 없애거나 용도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 관사서 행정업무 안 하는데, 재건축 이유 없어" 지적

관사 재건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영국 경남도의원(노동당, 창원)은 "요즘 관사에서 행정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데 비싼 관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홍 지사는 개인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어 이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홍 지사는 예산을 절감해 재정을 건전하게 하겠다고 했는데, 관사 재건축은 그것과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수 경남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은 "관사 용도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건축비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차윤재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이전에 관선 지사 시절 지방에 관사가 필요했고, 권위주의 정권에서 시작되었다"며 "지금은 자치단체장들이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데, 시대 추세를 감안한다면 관사 재건축 계획을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있다가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이병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은 "2004년경에 지금의 관사를 개보수한 적이 있는데 다시 재건축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며 "옛날에는 관사에서 외부 손님 접대 등의 역할을 해왔지만, 요즘은 호텔이나 연회장에서 하고 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재건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남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허성무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은 "홍 지사가 재선하자 먼저 아방궁 같은 새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관사를 없애는 추세인데 시대역행이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재건축하는 것은 도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홍 지사는 민선 6기 광역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하면서 관사를 없애거나 용도를 전환해 도민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추세에 크게 역행하고 있다"며 "더구나 관사를 매각하거나 임대해 부채를 줄이려는 자치단체와 비교되는 홍 지사의 행보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2008년 국회의원일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아방궁'에 빗대 발언했던 적이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은 "근거도 없이 노 대통령을 비난했던 홍 지사는 도민의 세금으로 아방궁을 지으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청 회계과 관계자는 "평당 건축비는 설계를 해봐야 나올 것 같다"며 "관사는 잠만 자는 게 아니라 업무 공간도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는 반응에 대해,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태그:#경상남도, #관사,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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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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