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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책표지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책표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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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계기는 좀 특별하다. 지인이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인 30여 년 전부터 딸의 출생부터 성장할 때까지를 카메라로 찍었단다. 그 사진들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딸의 결혼 선물로 줄 정도로 자상한 아빠였다. 몇 년 전 결혼한 딸이 손녀를 낳았고, 1년 가까이 이 외할아버지는 손녀에게 홀딱 빠져 살았다.

보름 후 쯤 그 손녀가 돌이다. <오마이뉴스>에 서평 쓰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인이 두 달 전에 부탁했었다. "손녀의 마음을 읽는데, 손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 몇 권을 추천해 달라"고. 이왕이면 믿을만한 책을 몇 권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거였다.

고부 혹은 부모 자식 간에 옛날 육아 방식과 요즘 육아 상식이 충돌해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곤 한다. 이런지라 지인이 남매를 키웠던 30여 년 전 방식이 아닌 요즘 상식으로 손녀를 사랑하고 싶어 하는 지인의 뜻이 참 귀하게 와 닿았다.

휴일에 어쩌다 만나게 되는 손녀를 바라보고 놀아주고 무엇인가를 사주는 것으로 사랑하는 것에 앞서 손녀의 마음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귀하게 와 닿았다. 그리고 정년을 넘기고도 밥 때도 잊고 일할 만큼 바쁜 와중에 손녀 때문에 없는 시간을 쪼개 새삼 책을 읽으려는 것에 감동했다.

디즈니 비디오 보고 회화하는 5세 민수가 자폐라고?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어크로스 펴냄)는 손녀와의 사랑에 홀딱 빠진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대로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힌트가 된 것은 <뇌가 좋은 아이>(마더 북스 펴냄)란 책과 책의 바탕이 된 'KBS 특집 다큐멘터리-읽기혁명, 한 살 아기에게 책을 읽혀라'. 그 방송 제작 신성욱 PD의 <뇌가 좋은 아이> 그 후 책이기 때문이다.

KBS 특집제작팀이 1년가량 국내는 물론 미국이나 핀란드, 일본 등 영·유아 교육 전문가나 뇌 관련 전문가, 소아 정신과 전문가의 연구 결과들을 취재, 그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프로그램은 매우 인상 깊었다.

아이들에게 가급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이 지능개발이나 정서발달에 좋다는 그간의 상식을 뒤집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도 책을 읽어주는 것이 두뇌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충격이기도 했다.

방송이나 책을 봤다는 주변 몇 사람도 '충격'이라고 표현했었다. 이 책 역시 '충격'이란 표현을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몇 년 전 교육인적자원부의 주도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몇 살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할까?'의 질문에 85%의 부모들이 '아이의 뇌가 완성되는 5세 이전에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응답'(책 인용)할 정도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거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조기교육의 문제점이 주제인 책이기 때문이다.

"은서(만3세)는 숫자, 한글, 영어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다. 두 살 때부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혼자서 한글을 깨우쳤다. 은서는 동요를 듣고 외워서 따라 부르곤 하는데 엄마, 아빠는 생후 5개월 무렵부터 하루에 3~4시간씩 보여준 교육용 비디오와 만화 채널 등의 효과라고 믿고 있다. 만 두 살 이후부터는 광고 문구를 몽땅 외우고 다녔고 지금도 글자 쓰기 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하루 종일 이 노래를 반복해서 할 때도 많다."
-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에서

우리는 은서처럼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글자와 숫자를 스스로 터득한다거나, 뛰어난 기억력으로 비디오나 책의 내용을 줄줄이 외울 뿐만 아니라 노래를 정확히 외워 부른다거나 영어 회화를 구사하는 등 또래보다 뛰어난 아이들을 영재 혹은 천재라고 말한다. 책 속 또 다른 사례자인 민수와 진우도 은서처럼 주변 사람들이 영재라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민수는 만 1세부터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더니 4살부터는 50권의 책 중 자기가 읽을 책을 정확하게 찾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5세부터는 디즈니에서 제작한 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 단어들을 조합해 회화까지 할 수 있었다. 이런 민수의 인지발달은 또래에 비해 꽤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진우(만4세)도 2살 때부터 숫자를 익히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글자를 터득했다고 한다. 만4세인 현재 숫자와 글자를 모두 읽고 쓴다. 달력에 있는 숫자만으로 '0월 0일 0요일이다'고 정확하게 문장을 만들어 또렷하게 말하는 것도 진우의 능력. 기억력도 매우 뛰어나 자기가 한번 본 비디오는 복사하듯 그대로 외우는 것도 진우의 뛰어난 능력이라고 한다.

이런 아이들을 둔 부모를 부러워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자폐아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라면?

책에 의하면 이 아이들은 자폐 증상의 하나인 '과잉언어증' 또는 '광범위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다. 진실을 알면 결코 부러워 할 수만은 없는 영재인 것이다. 더욱 놀랍고 아픈 것은 이 아이들 모두 선천적인 자폐아들이 아니라는 사실. 그런데 아이들 모두 선천적 자폐아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하이퍼렉시아(과잉언어증), 즉 뇌가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영어 등 문자나 숫자를 조건 반사식으로 가르치는 인지 중심의 과도한 조기교육에 따른 유아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1500여 명의 어린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임상 연구에 의하면 부모가 자폐아라고 생각한 아이들 7명 중 1명 정도만이 선천적 자폐아였고 나머지 6명은 실제로 모두 하이퍼렉시아, 즉 과잉언어증 등 후천성 자폐로 분류되었다. 하이퍼렉시아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바로 앞에 소개한 세 아이들처럼 많은 단어나 문장은 능숙하게 읽어내면서도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능력은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임상연구도 하이퍼렉시아의 원인은 과도한 조기교육, 문자 교육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는 하이퍼렉시아가 주로 3세 이전에 나타나고 그 원인은 주로 부모의 무관심이었다. 더불어 언어 발달 장애, 사회성 발달 장애, 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도 3세 이전의 영·유아에게서 이 증상이 주로 발견되지만, 반대로 극성인 부모와 과도한 조기교육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이 다르다."
-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에서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는 은서나 진우, 민수 등처럼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뇌가 손상된 그 사례들을 우선 소개, 유아 교육이나 소아정신과 전문가들의 조언, 임상실험과 발표 자료,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통계 등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뇌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결과들을 초래하는지 등 조기 교육의 병폐를 알린다. 동시에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육아와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집 아이보다 잘난 아이로 키우다려다가는...

<뇌가 좋은 아이> 책표지
 <뇌가 좋은 아이> 책표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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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의하면 '암사망자는 10명 중 2.76명, 10명중 3명의 아이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보건복지부 2011년 통계)'를 앓고 있다고 한다. 책은 지혜롭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아이가 제대로 자라게 하려면 부모의 욕심만으로 글자와 숫자 교육, 영상 교육 자료들, 단순 암기식 교육의 테두리 안에 아이들을 가두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뇌가 좋은 아이> 이후 이 책을 쓴 이유는 다른 집 아이보다 잘난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가치관 때문에 병들어 가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몸이나 정서적인 머리의 성장보다 공부 잘하는 머리만 키우려는 조급한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 염려 때문이란다. 저자의 이런 바람이 부디 많이 입소문 나 조기교육을 맹신하는 부모들이 이제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50대 중반에 인간의 뇌 활동이 가장 좋아진다거나, 어린 아이의 뇌에는 글자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만6세 이전에 글자를 가르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위험한데가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 등, 뇌 관련 다양한 지식들을 얻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지인은 물론 어른들 누구나, 특히 교육 관련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뇌가 좋은 아이>를 함께 읽으면 공감과 이해가 훨씬 깊어질 것이란 단정으로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신성욱) | 어크로스 | 2014-06-24 |13,500원
<뇌가 좋은 아이>(KBS 읽기혁명 제작팀. 신성욱) | 마더북스 | 2010-01-25 | 14,800원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 뇌과학이 알려준 아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신성욱 지음, 어크로스(2014)


태그:#뇌, #조기교육, #영재, #자페증, #`하이렉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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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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