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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계곡에서...
▲ 계곡산행 주암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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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장마라 하루에도 날씨가 맑았다가 소나기 한 차례 퍼붓다가 또 흐리다 맑았다 하기를 반복하며 변덕스럽다. 7월 19일 정기산행에도 비가 조금 온다는 소식이 있지만 아침부터 날은 쨍하고 맑기만 하다.

정기산행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참석하는 사람들은 연령도 개성도 다양하다. 자주 만나는 얼굴 속엔 언제나 새로 온 이들도 있고 오랜 만에 보는 얼굴도 있기 마련이다. 모두들 교회 안에 산악회가 있어 참 좋다고 한다. 어디서 이렇게 매월 산을 만나겠냐고, 너무 좋다고 종종 얘기를 한다.

7월의 숲...
▲ 계곡산행... 7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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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건너...
▲ 주암계곡... 징검다리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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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걷기를 상실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걷고 싶어도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규칙적인 운동이나 건강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그나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등산에 관한 인식 또한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주말이면 이산 저산 요산 산객들이 물들인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회복탄력성>(김주환/위즈덤하우스)에 보면 회복탄력성을 위한 중요한 한 가지가 '운동'이라 했다. 운동은 뇌 안의 혈액순환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사고능력 증진, 중독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뿐 아니라 정신건강 유지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더불어 운동을 뇌를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머리를 좋게 한다고.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기억력, 계획력, 조직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향상에도 탁월하며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고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산행은 베풀어 주신 자연과의 어울림이니 그중에서도 최고의 운동이 아닐까 싶다.

재약산 쉼터에서 함께 밥 먹는 어울림의 시간...
▲ 계곡산행... 재약산 쉼터에서 함께 밥 먹는 어울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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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산상뷔페...
▲ 재약산... 쉼터에서 산상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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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마을 주차장은 먼저 온 사람들과 차량들로 제법 번잡하다. 차를 주차하고 나무 계단 길로 돼 있는 산 들머리로 들어섰다. 좁은 숲길에 길게 사람 띠가 만들어진다. 주암계곡 숲속 길은 좁고 돌투성이 길로 간간이 위험한 구간도 없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완만한 길로 길게 이어진다.

거기다 7월의 녹음으로 짙게 물든 숲 그늘로 드리워져서 있고 옆에 계곡을 끼고 걸어 물소리 친구삼아 걷기에 좋다. 맑고 힘찬 물소리와 진초록으로 물든 숲과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과 이따금 땀을 식혀주는 상쾌한 바람은 얼음물처럼 차고 상쾌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이날 최종목적지는 재약산 쉼터까지지만 계곡 물놀이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여름산행으로는 계곡도 만나고 산행도 하고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 영남알프스의 산군 중에 하나인 재약산에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되었다.

주암계곡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에 위치해 있으며 '영남알프스의 두 준봉인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19m) 사이에서 동쪽으로 물길을 터놓고 있는 계곡'으로 여름에는 계곡산행으로 가을에는 단풍산행으로 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주암계곡 산행...
재약산 쉼터에서...
▲ 재약산... 주암계곡 산행... 재약산 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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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밥 먹고 휴식하고 ...
▲ 재약산... 쉼터에서 밥 먹고 휴식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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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으로 물든 호젓한 숲길에 계곡 물소리 환하니 계곡산행은 명랑하다. 여름 장마로 계곡물이 좀 불었음인지 물소리는 더욱 명랑하고 숲길은 젖어 돌투성이 길이 좀 미끄럽다. 주암계곡 숲길은 오래 오래 이어진다. 걷다가 계곡을 건너고 계곡과 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계곡과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여백이 있는 긴 숲길을 느리게 걷기 좋은 길이다. 누군가 그랬지. '세월이 갈수록 삶은 모시적삼처럼 헐렁하고 여유로워야 한다'고. 그랬으면 좋겠네. 맘 속 가득한 욕심과 무모한 열정과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것, 허망한 생각 같은 것들일랑은 가지를 쳐 내고 순하고 좋은 것들만 채웠으면 좋겠다. 대개는 산길 걷다보면 생각이 비워지는데 이런 길에선 생각도 만들어질 듯하다.

와~시원하시겠습니다~
▲ 주암계곡... 와~시원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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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걷노라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래 비가 좀 온다고 했지.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비옷을 꺼내 입고 다시 걷는다. 비는 조금 오다 그쳤다 하다가 제법 숲이 젖는다. 주암쉼터에 도착. 쉼터 야외 탁자와 의자도 축축하게 젖어 번들거린다.

비를 피할 곳은 없는 듯 하다. 그러니 어쩌랴 비를 맞으며 점심 도시락을 먹을 수밖에.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우산이나 비옷 있으면 입으면 되고, 비가 와서 도시락에 비가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먹으면 된다.

몇 개의 탁자에 두런두런 모여앉아 저마다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놓는다. 갖가지 도시락 반찬들과 밥과 과일들이 탁자 위에 올려진다. 막 식사기도를 끝내자 하늘이 맑아진다. "와~" 탄성을 내지른다. 날씨 한 번 끝내 준다. 맑게 개는 하늘 아래 빗방울이 성글게 뿌리고 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한다. 심술처럼 몇 방울 뿌리던 비도 뚝 그치고 햇살이 쨍하게 내리쬔다. 히야~날씨 좋고. 식사 후 커피 한 잔과 과일 한 점도 꿀보다 달다.

폭포에서...
▲ 주암계곡... 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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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것도 좋고 고독을 벗하며 걷는 것도 좋지만, 함께 어우러져 걷는 것도 좋다. 장벽이 허물어지고 마음 빗장이 열리는 시간이다. 힘들게 땀 흘리며 오름 짓 해 만나는 산상 뷔페는 최고의 어울림이다. 산길 걸으며 마음 문 열고 함께 밥 먹으며 가까워진다.

소외됨 없이 거리감 없이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시간이고 어울림과 소통의 시간이다. 성도의 교제가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다. 너와 내가 어우러진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즐거운 식사시간은 또 잘도 간다.

식사를 끝내고 난 후 오늘도 역시 새로 동참한 이들도 있어 잠깐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땀에 젖은 몸을 계곡에 푹 담글 것을 생각하며 모두들 기대에 차 있다. 우거진 숲길을 계곡 물소리 노래 삼고 되짚어 걷는다. 꽤 긴 길이다.

물속에 첨벙...
▲ 주암계곡... 물속에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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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사전답사 때 눈여겨 봐 두었던 물놀이 장소에 도착했다. 흘러내리는 계류가 폭포를 이루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곳 제법 깊은 소가 있지만 그리 깊지 않아 물속에서 놀 수 있을 만하니 안성맞춤이다. 옆에는 넓디넓은 바위가 멍석처럼 펼쳐져 있어 앉아 쉬기에도 좋다.

사람들은 계곡에 발을 담그자마자 첨벙거리며 물속에 뛰어든다. 차가운 물에 잠깐 진저리를 쳤지만 이내 푹 담근다. 나도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가보았다. "으으~" 물이 차가워서 소름이 돋으며 온몸을 차게 만들었다. 오래 담그고 있지도 못하고 금방 빠져나왔다. 여기저기서 물속에서 첨벙대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한다. 두 꼬마총각도 물 만난 고기처럼 신명이 나 있다. 햇빛에 물보라가 눈부시게 튀어 오른다. 시간 가는 것도 잊은 채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스트레스도 더위도 한 방에...
물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통통인어? 여전사들?ㅎ
▲ 주암계곡... 스트레스도 더위도 한 방에... 물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통통인어? 여전사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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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가지 않던가. 아직 해는 남아 있지만 마치 밖에서 뛰놀던 아이가 저녁이 되어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에 흙 묻은 손을 털고 일어서듯이 귀소본능을 따라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물소리 명랑한 계곡을 끼고 숲길 걸어 주암마을 주차장에 도착. 집으로 간다.

일곱 살 아홉 살 꼬마총각들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었던 시간. 숲속 물소리 명랑하고 함께 어우러져 걸었던 우리 마음도 명랑한 즐거운 여름계곡 산행이었다.

ⓒ 이명화

산행수첩

1. 일시: 2014년 7월 19일(토) 맑은 뒤 잠깐 비 다시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7월 정기산행: 46명
3. 산행시간: 5시간 40분(식사와 물놀이 포함)
4. 진행: 주암마을 주차장(오전 11:00)-계곡(반석바위:11:20)-천왕정사(낮 12:05)-마지막 계곡 건넘(12:45)-재약산 쉼터(1:10)-점심식사, 자기소개 시간-하산(2:40)-계곡 건넘(2:55)-천왕정사(오후 3:15)-암반 바위 계곡 물놀이(3:40)-주암마을 주차장(4:40)
5. 교통: 부산 포도원교회-양산 어곡동-에덴벨리 리조트-배내통하우스-주암마을 주차장-배내통하우스-배내고개-석남사-언양-서울IC-양산IC-포도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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