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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4일 오후 5시 10분]

7·30 재보궐선거에서 출마한 정진우(수원정) 노동당 후보.
 7·30 재보궐선거에서 출마한 정진우(수원정) 노동당 후보.
ⓒ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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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300명의 꿈과 함께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4월 30일,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 앞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시민들과 함께 처음으로 침묵행진을 했습니다. 침묵행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모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만민공동회'였고, 만민공동회의 공동제안자 중 한 분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였습니다. 정진우씨와는 세월호 참사 관련 토론회에서 한 번 마주치기는 했지만, 인사만 나누었을 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저는 정진우씨와 몇 번을 더 마주하게 됩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의 인연

제가 처음 만민공동회를 거리에서 만난 것은 5월 8일입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경찰에게 무릎 꿇고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며 눈물을 흘린 날이었습니다. 그날 정진우씨를 비롯한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이 새벽 늦게까지 청와대에서 유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인연은 5월 18일에 있었습니다. 제가 광화문 광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에 연행되었을 때, '가만히 있으라' 참가자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정진우씨가 저와 함께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6월 10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청년들을 비롯해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이윤보다 생명을"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70여 명이 연행됐습니다. 사실 정진우씨와 저의 인연은 본격적으로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이날 저는 관악경찰서로, 정진우씨는 강남경찰서로 연행이 됐습니다.

유치장 안에서 형사들을 통해 구속영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찰에서 이번 일로 누군가를 구속 시키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과도 없고 구속의 이유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구속시킬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동시에 세월호 참사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시대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연행된 지 44시간이 되던 6월 12일 오후 7시께 저는 석방되었습니다.

유치장에서 나와서 저녁을 먹다가 강남경찰서에 연행된 정진우, 김창건 두 분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날 저는 두 분을 뵙기 위해 강남경찰서로 향했습니다. 정진우씨와 처음으로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걱정하는 저를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맞이해주고 위로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다가 연행이 됐는데 저만 풀려나게 되어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날 발부된 두 장의 구속영장이 사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외침에 대한 구속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진우(수원정, 수원정)씨가 옥중출마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6월 말에 들었습니다. 765kV의 전기가 흐르게 될 송전탑을 막기 위해 할머니들이 싸우고 계신 밀양으로 6박7일 동안 농활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정진우씨는 저에게 선거에 함께해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바람이 없어도 바람개비는 돈다

농활에 다녀오자마자 받은 제안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답했습니다.정진우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쳤고, 유가족이 청와대 앞에서 추위 속에 밤을 지새울 때 함께했던 사람입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이윤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외칠 때 함께 했습니다. 그 이전의 정진우씨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항상 사회에서 가장 배제된 시민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강남경찰서에서 10분 동안 철창 너머로 대화했던 것이 우리 사이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을 걸지 않았어도, 우리 사이에 '잊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약속을 함께 하기 위해 '세월호 양심수' 정진우 후보의 선거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비록 망설임 없이 선거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후보 본인이 없어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역주민들을 만나 명함조차 뿌리지 못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본선 기간을 준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정진우 후보측은 각계 사회인사를 구성으로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구교현(아르바이트노동조합 위원장), 김성일(청년좌파 대표), 금민(기본소득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나도원(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위원장), 안효상(월간 <좌파> 편집위원장), 용혜인(세월호참사 추모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 홍세화(<말과활> 발행인).
▲ 수원정(영통)노동당 정진우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정진우 후보측은 각계 사회인사를 구성으로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구교현(아르바이트노동조합 위원장), 김성일(청년좌파 대표), 금민(기본소득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나도원(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위원장), 안효상(월간 <좌파> 편집위원장), 용혜인(세월호참사 추모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 홍세화(<말과활> 발행인).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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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옥중출마'가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해도, 후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출발선부터 달랐습니다. 공보물과 포스터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후보등록을 하면서도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는 일을 본인 없이 몇 단계를 거쳐서 하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16일 오후 7시, 비록 후보는 감옥에 있지만 주인이 없는 사무실 개소식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덕분에 사무실이 가득 찼습니다.

"바람이 없어도 바람개비를 들고 달리면 바람개비가 돈다. 후보는 갇혀 있지만 모두 바람개비를 잡고 달려 나가 모두가 정진우가 되자."

신동렬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개소식에 오신 분들이 17일이 되는 자정에 맞춰 현수막을 걸어주셨습니다. 비록 후보는 없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선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7일 오후, 첫 선거운동을 하고 청년 선거운동원들과 점심을 먹던 중, 정진우 후보의 보석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들 식사를 하다말고 박수를 쳤습니다. 들뜬 목소리로 이제 어떻게 되냐고, 다행이라고 웃었습니다.

오후 선거운동을 마친 후, 정진우 후보가 수감되어 있던 서울구치소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갔습니다. 저녁 6시쯤 도착했는데, 밤 9시가 되어서야 나온 정진우 후보를 맞이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는 죄로 함께 잡혔지만 감옥에 두고 홀로 나왔다는 미안한 마음, 그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함께 달린다, 그래도 희망이니까

석방이 되면 마냥 잘 될 줄 알았던 선거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석방 이후에도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후보가 석방되고 나니 '옥중출마'로 나간 공보물과 현수막이 문제였습니다. 후보가 없으니 나누어 드릴 수 없어 준비하지 않았던 명함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짧게 깎았던 머리 스타일과 포스터 속 사진이 달라 시민들이 후보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에피소드들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선거운동원들이 더 힘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을 거쳤지만, 결론적으로 후보가 돌아왔고 선거운동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행동의 연장선상에서 선거를 시작했고, 아직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문제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국정조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국회의원들의 막말 논란 등만 언론에 부각됩니다. 유가족들은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 달라며 곡기를 끊고 노숙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밝혀진 것도 해결된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저는 세월호 이야기를 세월호 양심수 정진우 후보와 함께 계속 하고자 합니다. 돈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그 당연하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언제까지 돈 때문에 사람이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우리 삶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선거운동을 진행하면서 알아봐주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응원해주는 분도 있습니다. 힘내라고 말 걸어주고, 우리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주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후보가 구속수감 중이었다가 선거운동 첫날밤에 석방됐습니다. 비록 아직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부족합니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함께하고 있는 선거 운동원들과 함께 끝까지 웃으며,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용혜인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최초 제안자입니다. 현재 7.30 재보궐 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정진우 노동당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가만히있으라, #정진우, #세월호, #0416,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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