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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아무개씨를 자신의 친구 팽아무개씨를 시켜 지난 3월 3일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소유 건물에서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이날 송치했다.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아무개씨를 자신의 친구 팽아무개씨를 시켜 지난 3월 3일 강서구 내발산동 송씨 소유 건물에서 살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해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이날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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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2일 오후 5시 45분]

서울 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경규)는 재력가 송아무개씨를 살해한 팽아무개씨와 팽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김형식 서울시의원을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현직 서울시의원이 연루돼 세간의 관심을 끈 서울 강서구 3000억 원대 재력가 살인사건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 의원은 송씨로부터 부동산 용도 변경 명목으로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5억 2천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면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김 의원은 비리 사실 폭로하게 되면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을 우려해 팽씨에게 송씨 살해를 교사했다"며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치밀한 범행 계획, 완전 범죄 노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송씨에게 지난 2010년부터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의 땅을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달라는 명목으로 로비자금 5억 2천만 원을 건네 받았다. 또 김 의원은 관련 공무원 등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았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상 이 땅의 용도 변경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김 의원은 송씨가 자신의 비리를 폭로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계획하게 됐다. 

팽씨는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때 김 의원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깊어졌다. 하지만 팽씨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김 의원이 팽씨에게 생활비 등으로 약 7천여만 원을 주는 등 두 사람 사이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후 김 의원은 팽씨가 송씨와 일면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완전 범죄를 노렸다. 김 의원은 대포폰을 만들어 팽씨와 연락하거나 때로 공중전화를 활용해 범행을 모의했다. 또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마치 영등포 지역의 조직 폭력배가 개입한 것처럼 위장했다. 범행 뒤 여러번 택시를 갈아타고 영등포로 이동하는 등 치밀한 범행을 준비했다.

결국 팽씨는 지난 3월 3일 새벽, 전기충격기로 송씨를 쓰러뜨린 뒤 손도끼로 머리를 십여 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팽씨는 이후 중국으로 도주했으나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지난달 24일 한국 경찰에 인도됐다.

김 의원, 팽씨에게 자살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 결과, 김 의원은 팽씨에게 자살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팽씨는 김 의원이 당초 약속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살을 종요하자 자신이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 또 자신의 처도 진실을 말할 것을 권유해 사건 전모를 밝히게 됐다. 팽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을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살인 교사도 일관되게 진술해 왔다.

앞서 김 의원은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때문에 검찰의 살인 교사 혐의 입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비롯해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통해 살인 교사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송씨가 생전에 작성한 금전출납장부인 '매일기록부'와 관련해서 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관정)에 특별팀을 구성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살인교사 사건을 조사하면서 송씨 가족에게서 김 의원과의 금전 거래 내역이 적힌 장부를 제출받아 증거물로 압수했다. 장부에는 김 의원 외에도 송씨로부터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기록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뇌물 수수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지만 돈을 건넨 송씨가 이미 숨진데다 김 의원이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씨의 장부 내용만으로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금전 거래로 원한관계를 사 용의선상에 오를 만한 사람은 김 의원이 유일하다, 차용증이 오간 정황이 중요 증거다"라면서도 "매일기록부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데다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이라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씨 장부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검사를 비롯해 전·현직 시·구의원, 검찰·경찰·법원·세무·소방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다수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현직 검사의 경우는 김 의원 다음으로 건네진 돈의 금액이 커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별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음은 이상호 남부지검 차장 검사와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교사의 직접 증거는 공범 진술... 자살 종용하면서 공모관계 깨진 것"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에서 최경규 부장검사(왼쪽)와 이상호 차장검사가 매일기록부를 들고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교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경규)는 22일 친구를 시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씨를 살인 교사한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팽모(44)씨를 구속 기소했다.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에서 최경규 부장검사(왼쪽)와 이상호 차장검사가 매일기록부를 들고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교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경규)는 22일 친구를 시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씨를 살인 교사한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팽모(44)씨를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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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해 둔기로 사용한 손도끼는 찾았나?
"팽씨가 손도끼를 인천 가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그래서 찾았다. 열상이 정확히 15차례 있었다."

- 김형식 의원이 땅 용도를 변경하려 했다는 근거가 있나?
"정황 증거로서 판단했다. 서울시의회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도 있다. 다만 돈 받고 한 건지 그냥 한 건지 입증해야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관련 진술이 있다. 나중에 기록이 공개되겠지만, 매일기록부에 그런 내용들이 있다. 용도변경이 안 된다는 걸 어느 순간 김 의원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한테는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야했다."

- 관련 휴대전화가 7대라고 한다. 누구누구의 것인가?
"김 의원 것이 3대고 팽씨는 2대다. 나머지는 관련자인데 굳이 공개를 하지 않겠다. 이 중에서 문자 복원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운이 좋으면 복원이 되고, 안 되는 것도 있다."

- 피해자는 이미 사망했다. 혐의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하나?
"장부 자체가 십 몇 년 동안 적힌 장부고 뇌물 장부로 쓴 게 아니라 매일기록부이기 때문에 신빙성을 판단하고 수사하겠다. 송씨가 사망했고, 김 의원 외에 큰 액수가 많지 않다."

- 팽씨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지 않나? 팽씨가 진술을 바꾸면 어떡하나?
"바꾼다고 해도 소용없다. 진술 바꾼다고 해서 통화나 카톡이 다 바꿔지나. 조사를 다 녹화를 했다. 교사의 직접 증거는 공범의 진술이다. 이 진술을 가지고, 그걸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 검찰이 복원한 카카오톡 메시지나 통화 내역에서 범행 전날부터 잡힐 때까지 유일하게 제일 많이 통화한 사람이 누구겠냐. 다른 범인이 있으면 그 사람과 한 번은 통화하지 않겠냐. 자살을 종용하면서 공모관계가 깨진 것이다."

- 폭로가 두려워서 김 의원이 살인 교사했다는 진술이 있었나?
"공소장에 있다. 그건 김 의원이 계속 그렇게 얘기했다는 팽씨의 진술이 있었다. 사실 교사의 직접적인 물적 증거는 있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건 공범의 진술이고, 그걸 근거로 뒤져보면 교사동기가 충분한다고 생각한다. 공범이 2년 동안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대포폰 등 정황을 보면 단독범행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인터넷 검색 기록 복원은 어떻게 했나?
"팽씨의 중국 휴대폰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복원했다.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

- 팽씨가 송씨 얼굴을 찍은 사진도 있나?
"같이 동석했던 사람의 증언은 있는데, 증인도 보호해줘야 하기 때문에 누가 진술했는지 말해주기는 어렵다. 여러분이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 계속 물어보는 것은 변호인과 피고를 계속 도와주는 것이다. 선거 임박해지면서 김 의원은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 3월이면 선거준비로 그렇게 바쁜데 김 의원이 팽씨를 인천까지 데려다 줄 이유는 무엇인가.

재력가 송아무개 살인사건 사건일지

▲ 2014년 1월 김 의원, 팽씨에게 전기충격기와 함께 범행 도구 구입비 80여만 원 전달
▲ 3월3일 오전 0시39분 팽씨, 강서구 내발산동의 순봉빌딩 3층 관리사무소에서 송씨 살해
▲ 3월3일 오전 3시20분 송씨의 부인이 숨진 송씨 발견 후 경찰에 신고
▲ 3월5일 김 의원, 팽씨에게 중국 도피자금 300만 원 전달
▲ 3월6일 팽씨, 중국으로 출국·도피
▲ 3월18일 경찰, 팽씨에 대한 전국 수배 및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수배
▲ 5월22일 중국공안, 심양에서 팽씨 체포
▲ 6월 초순 팽씨, 중국 구치소에서 2회에 걸쳐 자살 기도
▲ 6월24일 오전 8시40분 경찰, 강서구 주거지 앞에서 김 의원 체포
▲ 6월24일 오후 1시5분 팽씨 국내로 압송
▲ 6월25일 오전 11시5분~낮 12시5분 경찰, 김 의원 강서구 사무실 압수수색
▲ 6월25일 오후 8시 경찰, 김 의원과 팽씨 영장 청구
▲ 6월26일 오전 8시20분 남부지법, 김 의원과 팽씨 구속 영장 발부
▲ 7월3일 경찰, 김 의원과 팽씨 검찰 구속 송치
            검찰, 송씨의 가족으로부터 금전출납 장부(2006년 7월~2014년 3월1월 기록분) 확보
▲ 7월7일 김 의원 측 변호인,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
▲ 7월8일 김 의원, 검찰에 불출석 사유서 제출
▲ 7월10일 검찰, 김 의원과 팽씨의 구속 시한 한 차례 연장
▲ 7월11일 김 의원, 사선변호사 1명 추가 선임
▲ 7월14일 검찰, 송씨의 아들 소환 조사 후 장부 훼손 사실 확인
▲ 7월15일 검찰, 송씨 사무실 수색해 금전출납 장부(1991년~2006년 6월까지 기록분) 추가 확보. 장부에 이름이 적힌 수도권 한 지검 A부부장 검사 직무정지 및 수사 착수
▲ 7월17일 검찰, 송씨의 아들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입건
▲ 7월22일 검찰, 김 의원과 팽씨를 각각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




태그:#김형식, #강서 재력가 살인사건, #살인교사, #서울 남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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