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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못 듣지만 눈치코치로 사회의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고 그 언어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자막이 텔레비전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신기한 언어의 요지경세상에 빠졌다. 그 언어가 은어인지 비어인지 속어인지 책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분별할 줄 몰랐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향기나는 말만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도 불혹이 지나서 알았다.

아직도 나는 언어의 세상에서 가끔 혼란을 겪을 때가 더러 있고 딸아이들에게 매섭게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인 줄도 모르고 표현할 때 속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속어인줄 모르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이면 얼굴이 잘 알려진다는 말을 누군가 '얼굴이 팔렸다'고 하던가 '쪽 팔렸다' 하는 표현이 그냥 재미있어서 사용했지만 딸아이는 깜짝 놀랐다.

냄새가 심한 분비물인 똥이야 다시 퇴비로 땅으로 환원되어 세상을 유익하게 한다지만 더러운 언어들은 사람들 사이를 전염병처럼 옮겨다닌다. 옮겨 다닐 뿐만 아니라 중독성도 강하다. 단체를 처음 운영할 때 말끝마다 '지랄'이라고 표현하는 활동가가 있었다

되지도 않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국회의원을 향해 '지랄같은 새끼'라고 표현을 하면 모두들 박수를 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표현이 생경스럽고 거북했지만 자꾸만 반복되다 보니 그냥 그런가 하고 여겨졌다.

지금은 문 닫았지만 한때 몇 년전에 운영했던 예술교육센터 방부목 대문앞에는 매주말이 지나면 온갖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봉지들이 전봇대를 중심으로 가득찼다. 길의 반을 가득채우는 쓰레기들.. 때로는 생선찌거기가 묻혀진 스티로폴박스도 수십 개가 쌓여 대문을 열기도 힘들었다.

수화통역사를 시켜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해서 벌금 100만원이란 팻말도 붙이게도 해보고, 민다시 청주에 강력히 거듭 거듭 요구하여 감시카메라도 달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쓰레기는 여전히 밤사이에 슬쩍 슬쩍 쌓이고, 때로는 취객의 소변과 구토물까지 더해져서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우리 센터의 대문앞은 떠오르는 해의 빛보다 더 큰 냄새로 가득찼다.

교육센터를 문 닫고 현재의 연구실로 이전해서 이젠 그 쓰레기의 더러운 냄새에서 해방이 되었다.

정말로 더럽고 위험한 것들

그러나 지금은 나날이 갈수록 컴퓨터 안의 쓰레기 같은 언어들은 넘친다. 일부로 보려고 안해도 어떤 기사를 보면 그 밑에 저절로 붙는 악성 단어가 가득찬 댓들! 그리고 그 단어들로 해서 사이버경찰대에 고소도 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우리 앞집에 사는 할머니는 한때 우리 작은 아이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가느라고 밤을 새서 공부하는 고시원 생활을 하느라 새벽마다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시골생활을 하다가 높은 아파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정서도 있었다.

자주 대문을 들락날락하였으며 오갈때마다 기척을 내는 우리집 강아지도 못 마땅하게 여겼다가 매일 새벽에 집에 들어오던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낮에 집에 오자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아이에게 강아지를 치우라고 대뜸 따졌다.

갑자기 당한 아이가 황당해서 말대꾸를 몇 번 했더니 " 술집나가는...." 충격적인 언사를 했다. 아이는 그 언사에 정신이 없어져서 관리소 아저씨를 불렀고 경찰도 연락했다가 할머니의 아들이 와서 사과를 하고 무마되었다.

장애인들에게도 더럽게 느껴지는 표현은 어김없이 다가와서 상처를 준다. 그 표현이 육두문자인지 모르고 척추장애인은 꼽추, 시각장애인은 장님이라고 아직들 많이 표현한다. 나에게도 가끔 어떤 사람들은 나와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 아! 귀머거리라 답답하네' 하기도 한다.

내가 눈치코치가 얼마나 정확한지, 입모양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확히 읽어대는지 전혀 짐작도 못하고 그렇게 말한다. 어떤 택시운전사는 경적을 울렸는데도 내가 안 비켜서 부딪칠 뻔하니 홧증이 일어나 " 야! 너 귀머거리야!" 하고 삿대질도 했다. 실제로 내가 귀가 안들린다는 것을 모르면서 그 단어는 소리와 관련해서 하나의 더러운 욕이 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냄새나 배설물 냄새는 나는 더럽다고 표현할 수가 없다. 그냥 그것은 썩어가는 냄새일 뿐이다. 그러나 정말 더러운 언어의 표현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그냥말로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셈이다.

말로 하는 더러운 표현은 파리처럼 온 세상을 날아다니면서 사람의 마음에 칼질을 하고, 문자로 하는 더러운 표현은 농약처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누구의 책임일까? 바로 더러운 말을 하고 더러운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책임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말을 듣는 사람과 그 언어를 구경꾼처럼 그냥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책임이 있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모' 더러운 이야기' 응모글입니다.



태그:#청각장애 인식개선, #언어순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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