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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정치 탓에 원래의 의미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몹쓸 이미지가 덧 씌워 진 단어 중 하나가 '유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전적 의미의 유신(維新)은 '낡은 제도 따위를 고쳐 새롭게 함' 정도이니, 시대적 구호처럼 주창되고 있는 '개혁'이나 '혁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의미라 생각됩니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10월 유신이 자행한 정치적 폭력과 사회적 억압이 워낙 심했던 탓에, 10월 유신이 낳은 후유증에 노출됐던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유신'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만큼 거부반응을 일으킬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유신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될 만큼 유신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정치적 폭력과 사회적 억압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횡행되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유신이 낳은 후유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으로 사회 곳곳에서 재편가 등을 통해 암암리에 청산되며 치유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손꼽히고 있는 일본은 유신, 메이지유신을 발판으로 한 성공이며 결과입니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19세기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회변혁입니다.

메이지 유신이 가능했던 5가지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 지은이 박훈 / (주)민음사)/2014년 7월 7일 /각 2만 2000원)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 지은이 박훈 / (주)민음사)/2014년 7월 7일 /각 2만 2000원)
ⓒ (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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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지은이 박훈, (주)민음사)에서는 19세기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이룬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를 5가지로 분석,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강렬하고도 과장된 위기감'입니다.

메이지 유신에 의해 무너진 도쿠가와 가문이 무(武)로 나라를 세우고 오사카 여름 전투로 전쟁이 끝난 이래 일본에는 거의 200년 동안 좀도둑조차 드믈 만큼 안정이 계속되는 태평성세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금의 사할린과 홋카이도 일대에 러시아인들이 출현하는 상황이 발발하는데 이러한 사태가 일부 지식인들에게 초래한 강렬한 위기감이 메이지 유신을 성공하게 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조성된 위기감을 배경으로 일본 열도에 대한 안보 개념이 일어나는 계기가 둘째 요인이 되고, 일어난 안보 개념에서 기인한 안보상 고립감이 메이지 유신이 가능한 셋째 요인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 당시 일본인들이 서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충분한 정보와 그 시기에 강해진 인본인의 정체성(identity) 등을 메이지 유신을 가능하게 한 넷째 요인과 다섯째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장된 위기감을 경험하는 정치적 행태가 결코 낯설지만은 않는 일들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불어오던 북풍도 안보심리를 자극하는 위기감 조성이었고, 굵직굵직하게 보도되던 사회적 뉴스들도 사회적 이목을 유인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였던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모적이고 혐오감을 유발시키기 일쑤인 '과장된 위기감'이 메이지유신을 가능하게 했던 첫째 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니, 위기감을 과장되게 조장하는 행위도 정치적 목적과 주체에 따라서는 국가의 미래를 공공이 하는 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장된 위기감 조성, 목적과 주체에 따라 천양지차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장에서는 메이지 유신이 무너뜨린 도쿠가와 체제에 대한 개설적인 설명으로 일본과 메이지 유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디딤돌 같은 내용입니다. 2장에서는 메이지 유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요소들을 설명하고 있고, 3장에서는 메이지 유신에 의해 무너진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의 패인에 대한 분석이자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서는 메이지 유신 과정에서 유학(儒學)과 '사대부적 정치 문화'가 의외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시대적 상황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물방울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지만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듯, 위기감을 과장되게 조장하는 정치적 행태도 목적과 주체에 따라서는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덫이 되기도 하고 나리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계기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답을 통해, 일본에 잠재 돼 있는 일본을 알고,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들이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거나 악용되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이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 지은이 박훈 / (주)민음사)/2014년 7월 7일 /각 2만 2000원)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박훈 지음, 민음사(2014)


태그:#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박훈, #(주)민음사, #메이지 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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