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다큐 스페셜 > '세월호 10년-사랑해, 잊지 않을게' 편의 한 장면.

< MBC 다큐 스페셜 > '세월호 10년-사랑해, 잊지 않을게' 편의 한 장면. ⓒ MBC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격추되며 3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해 승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네덜란드와 호주의 국민들이 눈물바다에 젖은 것처럼, 올 봄 한국은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에 젖었다. 탐욕에 눈이 먼 어른들의 선체 불법 개조와 탑승객의 구조는 뒤로 한 채 승객을 가장하고 맨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의 도덕적 해이로,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야 할 250여명의 수학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된 비극은 온 국민의 크나큰 트라우마로 자리하기에 이른다.

21일 방영된 < MBC 다큐스페셜 >은 온 국민의 가슴을 눈물로 적신 세월호 사고를 다루며 사고의 원인과 같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세월호에 탑승했던 교사와 학생의 가족을 조명함으로 세월호의 참사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유가족에게는 영원한 상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처럼,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다윤이의 어머니는 딸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핸드폰을 집에 놓고 간 걸 다그치고 혼낸 걸 두고 두고 가슴 아파한다. 딸을 향한 마지막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 질책의 언어였다는 사실로 그는 죄책감에 뇌종양 수술을 두 달 동안 미루고 있었다.

그의 이모는 남들 다 떠나는 수학여행을 가정형편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돈을 보태 보내주었다. 그런데 조카를 위한다고 보낸 수학여행이 조카를 바다에 묻은 마지막 여행길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누군가는 딸이 좋아하던 제주도산 초콜릿을 바다에 던지고 또 던지며, 팽목항에는 자식의 생전에 선물하지 못했던 메이커 옷과 신발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놓여져 있었다. 시신을 찾은 학부모들이라고 해서 온전할 리 없다. 자식의 시신을 수습해도 이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유가족의 비애를 다큐멘터리는 적나라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체육관에서 자식의 시신이 인양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은 생전의 자식이 남긴 문자메시지나 춤추고 놀던, 혹은 수학여행 가는 길에 들떠 남긴 마지막 영상을 보며 바닷속에 잠든 아들 딸을 가슴에 묻는 수밖에 없었다. 이 모두가 자식을 가진 이라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니던가.

유가족은 차디찬 바다에서 잠든 아들 딸을 잊지 못하고 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건만, 체육관의 TV는 유가족의 찢어지는 심정과는 정반대로 세월호 국조특위에서 졸고 있는 이완영 의원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민의 아픔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위정자의 모습이 국민 정서와는 얼마나 대극의 위치에 놓여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씻을 수 없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불안감과 상실은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박신애를 연기한 이요원은 영화 말미에서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고 외치고 또 외친다. 세월호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커다란 아픔으로 다가왔지만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 잊혀져 가는 사고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건 정치인의 몫이 아닌 우리들의 몫이라는 걸 다큐멘터리는 주시하고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들이 바다 속에서 잠든 아이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힐 국민참여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읍소하는 있다는 건, 위정자가 아닌 우리의 서명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그마한 희망을 시민들에게 설파하는 것이었다.

만일 이들 희생자 가족들의 읍소를 우리가 모른 척 한다면, 먹고 사는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다면 다음의 일화를 상기해 보라. 한 유태인 청년은 2차 대전 가운데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에서 하소연했다고 한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수용소로 끌려가야 하느냐고 말이다. 이 때 같은 기차에 타고 있던 어느 노인이 젊은이를 향해 이런 말을 했다. 젊은이는 나치가 집권할 때 침묵한 죄로 끌려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만일 우리들이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단죄할 국민참여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치즘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유태인 청년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 정신의 발현이야말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디딤돌이 아닐까 싶다.

세월호 MBC 다큐스페셜 이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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