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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신문들이 계속 창궐하고 있다. 기자들 월급을 아예 안 주거나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지역신문사들이 많다. 그런 신문에는 국민의 예산으로 광고나 협찬하면 안 된다."

"지역밀착형 공공저널리즘의 모범을 만들겠다"며 4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에 취임했던 김주완 국장이 이달 초 임기를 마치면서, 지역신문업계를 향해 많은 아쉬움 섞인 소회를 털어놓았다.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등 저서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지독한 애정을 보여 온 그가 여전히 지역신문업계에 사이비가 난무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은 가히 충격적이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전 편집국장.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전 편집국장.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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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편집국장에 취임한 뒤 지난 3일 자로 임기를 마치고 출판미디어 국장(이사)으로 자리를 옮긴 김 국장은 지역밀착형 기사(콘텐츠)에서부터 지역밀착형 광고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지역밀착 의제'로 승부를 걸어온 모범적인 지역신문 편집국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가 4년 동안 '지역밀착'을 줄곧 실천하면서 <경남도민일보>에 괄목한 만한 업적들을 남겼지만, 지역신문업계 전체를 돌아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편집국장까지 수행해 낸 그가 아직도 지역신문 기자로서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지역신문이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 시민들에게 지역신문이 얼마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지 보여주는 일, 이를 통해 지역신문이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일 등등. 이외에도 블로거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지역신문과 협업하는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편집국장에 임명되기 전인 4년 전 뉴미디어부장을 맡으면서 전국의 파워블로거들과 함께 인터넷신문 <100인닷컴>을 창간해 온라인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그가 최근에 다시 경남블로거 공동체 회장을 맡았다.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벌써 궁금하다.

"신문들, 관성에서 벗어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면 선임기자를 하고 싶었지만, 회사의 요구에 따라 출판 미디어 국장을 맡았다는 그는 "새로운 편집국장이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잘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신은 "지역의 공익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책으로 발행하는 작업들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미디어, SNS 영역에서 남다른 열정을 보여 온 그가 지역신문에 맡는 출판 분야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지 벌써 기대가 모인다. 지난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프랑스 지역신문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돌아온 김 국장은 지역신문의 생존 비법에 관해 "관성에서 벗어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심지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어야 신문이 생존할 수 있다"고까지 강조한 터다.

"해외든 국내든 가장 모범적인 신문사를 꼽으라면 어떤 신문사를 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꺼이 <경남도민일보>를 들면서 그 이유를 '참여 민주 경영'으로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민주적으로 작동되는 조직, 언론윤리와 도덕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신문사라고 자랑하는 김주완 국장.

편집국장 재임 시절 많은 독특한 사례들을 남긴 그에게 지역신문들의 당면 과제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고 답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이메일과 전화로 진행됐다.

다음은 김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독자와 톡톡', '동네사람',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등 지역밀착형 승부"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에 이어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등 자신의 저서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지독한 애정을 보여 온 김주완 국장.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에 이어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등 자신의 저서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지독한 애정을 보여 온 김주완 국장.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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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에 임명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지역밀착형 의제설정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2012년 연말에 나온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에도 썼듯이 많은 일들을 벌였다. 재미도 있었지만, 힘들기도 했다. 4년 동안 하고나니 좀 지치기도 하고 진이 빠지는 듯하기도 했다. 어쨌든 즐겁게 했고, 유능한 후임에게 넘겨드리게 되었으니 기분 좋다."

-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에서 독특한 경영구조와 함께 지역밀착형 콘텐츠로 다른 지역신문들의 모범을 보여 온 신문으로 알려졌다. 편집국장으로 있는 동안 어떻게, 얼마나 변화했다고 보는지?
"지금까지 대개의 지역신문은 주로 자치단체나 교육청, 법원, 검찰, 경찰, 대학, 기업 등 기관이나 단체에서 나온 기사가 주를 이뤘다. 평범한 시민의 삶에서 나오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민의 삶, 시민의 관심과 점점 괴리되어 온 게 지역신문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자가 독자, 시민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페이스북이 좋은 도구가 되어줬다. 그 덕분에 기자와 시민·독자들의 친밀감이 높아졌고, '독자와 톡톡','동네사람','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함께 축하(기뻐)해주세요' 등 평범한 시민이 등장하는 기사가 풍성해졌고, 지역밀착을 넘어 동네밀착, 독자밀착, 생활밀착 기사들이 늘어난 것도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 편집국장을 수행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가장 아쉬웠던 일을 꼽으라면?
"월간 <피플파워> 창간도 했고, '자유로운 광고'도 만들었고, 인물 스토리텔링, 창동·오동동 스토리텔링 사업, '경남이야기' 웹사이트 수탁운영, '경남의 재발견'이나 '특산물 스토리텔링'과 같은 공익콘텐츠 개발과 출판, 사내 사회적 기업을 통한 역사·문화 콘텐츠 사업 등 여러 시도와 실험이 다행스럽게도 실패하지 않고 틀을 잡았다는 게 보람으로 남는다.

그런 실험을 통해 신문사가 단순한 뉴스 기업이 아니라 종합 콘텐츠 기업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아쉽거나 힘들었던 건 딱히 생각하지 않는데, 굳이 꼽으라면 아무래도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50명이 넘는 편집국 인력을 챙겨야 하는데, 내가 그다지 세심하거나 따뜻한 사람이 못 되어서(웃음)."

"SNS 지역공동체 구축, 지역신문과 협업시스템 발전시켜 나가야!"

지역신문 기자로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김주완 국장.
 지역신문 기자로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김주완 국장.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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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출판미디어국장을 맡아서 일한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떤 분야의 일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신문의 논설과 사설 등에 참여하게 되는지?
"월 1회 정도 칼럼은 쓰지만, 사설은 논설위원진이 따로 있다. 뉴미디어 부문 관리와 사업개발, 도서출판 <피플파워>를 통한 출판사업 등을 맡게 된다. 월간 잡지 <피플파워>도 계속 발행하고, 취재도 할 거다. 기존 편집국의 일 중에서 뉴미디어와 출판사업을 분리해서 가져온 거다. 그걸 이제는 더 전문화하고 확장할 계획이다."

- 그동안 신문사 외적인 일에도 많은 활동을 해왔다. 특히 팀블로그와 100인 블로그를 비롯한 SNS 활동을 왕성하게 해오면서 강연도 많이 했는데,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계획이 궁금하다.
"편집국장으로 있는 동안 블로그 글쓰기는 아무래도 소홀했는데, 이젠 다시 열심히 할 계획이다. 경남블로거공동체 회장도 다시 맡았다. 블로거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지역신문과 협업하는 시스템은 더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에 이어<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란 책을 통해 지역신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해왔다. 책들에서 많은 사례와 문제점, 대안들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개선은 요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는가?
"사이비 신문들이 계속하여 창궐하고 있다. 기자들 월급을 아예 안 주거나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신문사들이 전국적으로 많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답하다. 신문사의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을 정부가 철저히 감독, 단속, 처벌해야 한다. 또한 그런 신문에는 국민의 예산으로 광고나 협찬을 하면 안 된다. 그걸 제도화할 방안을 기자협회나 신문업계에서 찾아야 한다."

"기자들, 출입처 탈피해 시민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 항상 '현장기자'이자 '지역신문기자'임을 강조해 왔는데, 앞으로 꼭 실천해 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말 그대로 지역신문이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 시민들에게 지역신문이 얼마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지 보여주는 일, 이를 통해 지역신문이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일, 궁극적으로 지역의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도록 하여 힘없고 가지지 못한 다수 시민이 여론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게 지역신문 기자로서 꿈이다."

-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는 여전히 팍팍한 실정이다. 그래도 지역신문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도 지역신문 기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나? 그렇다면 신문사를 잘 골라야 한다.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신문사를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신세 버린다. 꼭 지역신문 기자를 하고 싶다면 <경남도민일보> 상시채용에 지원해보길 권한다."

- 최근 프랑스 등 해외사례를 직접 보고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지역언론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선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자들이 시민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출입처에서 편하게 취재하던 것보다 훨씬 피곤해지는 걸 감수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대접받으며 취재하던 것도 잊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사이비언론이 창궐할 수 없도록 제도나 예산 집행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신문사가 최고 모범"... 그냥 나온 말 아니다

자신의 책을 통해 지역신문과 지역언론인들이 올바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김주완 국장.
 자신의 책을 통해 지역신문과 지역언론인들이 올바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는 김주완 국장.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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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든 국내든 가장 모범적인 신문사를 꼽으라면 어떤 신문사를 들 수 있나?
"프랑스나 영국 신문사 중 몇 군데를 방문해봤고, 북유럽 신문사들을 소개한 책이나 자료도 봤지만, 속속들이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신문은 아무래도 내가 몸 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인데, 여기가 내가 볼 땐 가장 모범적이다. '참여 민주 경영'으로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민주적으로 작동되는 조직이고, 언론윤리와 도덕에서도 우리만 한 신문사는 없는 것 같다. 죄송하다, 자랑질이어서(웃음)."

4년 전 "지역신문의 미래는 암담하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하면 100% 죽는다"고 말했던 그가 편집국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전망한 지역신문업계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한편으론 그가 4년 동안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보여준 모범적인 지역밀착형 사례는 지역신문의 미래를 밝게 비춰 준다. '도민의 신문'으로서 특정 대자본의 이해관계에 흔들려온 지역 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 온 <경남도민일보>가 국내·외를 망라해서 가장 모범적인 신문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김 국장 같은 종사자가 있는 한 지역신문업계 미래가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가 이제 지역신문의 출판 미디어 분야에서 또 어떤 새활력의 바람을 불어 일으켜 줄지, 벌써 기대가 가슴 설레게 한다.


태그:#사이비 신문, #지역신문, #김주완 국장, #출판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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