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청소년 특별면 '너 아니'에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
 등교하는 고등학생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6·4 지방선거의 최대의 이슈는 가히 교육감 선거라 할 만했다. 전체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각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계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단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는 '9시 등교'가 있다. 이 교육감은 지난 15일 수원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6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어른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하면서 학생들은 왜 일찍 등교해야 하느냐는 지적인데, 옳다고 생각한다. 0교시 수업은 아침 일찍 등교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라는 취지이지만,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한 감성적인 가정교육의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고 추진 이유를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학생들의 '9시 등교' 주장 옳다... 먼저 바꿀 것").

그러자 보수언론과 보수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 건강권을 보장하고 가족 간 아침식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각 학교와 구성원들이 처한 여건을 도외시 한 채, 교육청 차원에서 등교시간을 9시로 일괄 조정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총은 "등하교시간 변경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므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벌써부터 맞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출퇴근 문제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력 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리하자면 9시 등교는 첫째,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고, 둘째, 맞벌이 학부모들 사이에 걱정거리가 되고, 셋째,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럼 고등학생인 내 처지에서 보수세력들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해보겠다. ​첫째, 생활 패턴의 변화. 근본적으로 생활 패턴이 변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보겠다. 그렇지만 이들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등교 시간이 일반적으로 8시 40분경이란 것이다.

우리 학교 등교시간은 8시 10분이다(참고로 지방에는 이것보다 일찍 등교하는 학교가 많다). 내가 지방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적응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것을 꼽으라면 등교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온 내가 보기에 서울은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인권적'이어서, 다른 생활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등교시간 앞당기는 건 괜찮고 늦추는 건 '생활 패턴' 문제?

'9시 등교' 추진을 약속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9시 등교' 추진을 약속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등교시간만큼은 참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리 학교 등교시간은 8시 10분인데, 중학교 시절 8시 40분보다 30분이나 일렀기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자꾸 지각을 하다 보니 항상 먹던 아침은 먹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가게 됐고, 부모님과의 대화 빈도도 확실히 줄었다.

​그렇게 보자면 이와 같은 등교시간 변경도 똑같은 '생활 패턴의 변화'이니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사실 초·중·고등학교 시간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둘째, 맞벌이 학부모들의 출퇴근 걱정.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고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 여러분들께 묻고 싶다. 맞벌이 하는 학부모들은 다 학생들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것인가? 사실 이것이 '걱정거리'가 되는 학생들은 잘해봤자 초등학교 저학년들 정도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만 세우면 되는 것인데, 마치 그것 때문에 모든 학생들의 9시 등교가 문제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9시 등교라고 해서 9시 전에 등교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다. 회사 출근시간이 9시라고 해서 8시 40분에 출근한 사람을 회사 문 밖에 세워두지 않는 것처럼. 학생을 일찍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부모들은 9시 전에 등교시켜도 된다는 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학력 저하. 세 가지 이유 중에 가장 어이없는 것이다. 학력 저하를 이유로 9시 등교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그래서 학교 수업시간이 줄어드는 것인가? 어차피 한 학기 동안 들어야 할 수업일수와 과목별 수업시수는 정해져 있다.

등교시간이 늦어져도 하루 동안 받아야 되는 수업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는 만큼, 하교시간 역시 늦어질 수도 있다. 수업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데, 무슨 학력 저하가 있겠는가. 설마 아침에는 공부가 매우 잘되고, 오후에는 잘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제발 '아직도' 강제로 하고 있는 야간자율학습부터 금지시켜라. 공부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오히려 아침에 일찍 등교하게 되면 수면 부족이 발생해 공부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0년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체리듬은 21살 전후로 변하는데 그 전까지 아이들은 어른보다 생체리듬이 2~4시간 늦어 어른과 비슷하게 일과를 시작하면 그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잠자리에 늦게 드는 경향이 있어 아침에 일찍 등교하게 하면 수면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진정 성적을 향상시키려면 되레 등교시간을 늦춰야 하는 것이다.

9시 등교 정책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모양을 보면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하니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저지하겠다는 것 같다. 물론 반대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괜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를 반대의 '핑계 거리'로 삼지는 말길 바란다. 반대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오준승 기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태그:#9시 등교, #경기도교육청, #진보교육감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