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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이 주최한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서 앞서 참가자들이 채무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을 치르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이 주최한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회에서 앞서 참가자들이 채무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을 치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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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집 앞에 붙은 '빨간 딱지' 보면 가슴 철렁합니다."

채무 불이행자의 호소에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가 동참했다. 강제집행을 통보하는 '빨간딱지', 재산 압류를 통고하는 '노란 딱지', 채무 상환을 촉구하는 '하얀 딱지'를 한 채무자가 보는 앞에서 모두 찢어버린 것이다.

10억 원 빚 탕감에 기독교단체도 동참... "빚 탕감은 하나님 뜻"

성경의 '희년정신'과 토지정의운동을 벌여온 '희년함께'와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망살림과 함께 '성경의 부채 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독교 목회자들은 토론회에 앞서 7년 이상 채무 불이행자 99명의 부채 10억 원을 소각하는 상징 의식도 함께 치렀다. 지난 4월부터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을 펼쳐온 희망살림 등이 최근 한 대부업체에게 기부 받은 부실 채권이었다. 많게는 한 사람당 3000~4000만 원에 달하는 큰 빚이지만 이 대부업체에 오기까지 6~7번 회전하며 채권 가격은 원금의 1~5%까지 떨어졌다(관련기사 : 7년 넘은 빚 10억 원 탕감... 99%가 99명 살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강경민 일산교회 목사는 이날 "성서에 하나님이 자비를 베푸는 방법은 자발성에 근거한 헌신과 나눔이지만 인간의 죄성을 알고 자발성에만 맡기지 않고 희년, 안식년 제도를 제도화했다"라면서 "자발성에 근거한 헌신이 우리 교회가 감당할 몫이라면 희년 정신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제도화할 것인가는 학자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종성 백석대 교수는 성경 누가복음, 마태복음 등 문헌 내용을 빚 탕감 근거로 삼았다. 정 교수는 "빚 탕감 제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는 '주의 은혜의 해', 즉 안식년 혹은 희년 제도 선포는 사회의 최하위계층으로 떨어져 있거나 고리대금의 수탈적 압박에 짓눌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안전장치임에 틀림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4월 출범시킨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민행복과는 거리가 먼 제도로 오히려 극빈층에서 10년간 '채권 추심을 대행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빚 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잠시 통계숫자 놀음을 마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회성 조치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교수는 "빚 탕감이 진정 효과를 거두려면 미국 '롤링 주빌리'처럼 사회단체들이 주체가 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면서 "빚 탕감이 단순히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수박겉핥기식 일시적 처방전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동체 회복의 실질적인 수단이 되려면 오늘날 금융권의 탐욕과 정부 정책의 지속적 실패를 극복하면서 개인과 가계 부채의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본소득 보장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에 약탈적 대출 책임 묻고 대출 광고도 금지시켜야"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 공동 주최로 열린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에서 채무자 이정식(가명, 뒷모습))씨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한 뒤 제윤경 희망살림 이사(에듀머니 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에서 희년함께, 희망살림 등 공동 주최로 열린 '성경의 부채탕감과 한국 교회의 역할' 토론회에서 채무자 이정식(가명, 뒷모습))씨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한 뒤 제윤경 희망살림 이사(에듀머니 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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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도 117명이 갖고 있던 부채 4억7000여만 원을 소각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희망살림 상임이사)는 "현재 가계 부채 1000조 원에는 부실 채권에 포함되지 않아 더 많은 빚이 비정상적인 추심에 노출돼 있다"라면서 "도덕적 해이는 채무자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채권자에게 강조해 금융회사가 책임 있는 대출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 대표는 "초등학교 아이들 가운데 대부업 광고를 하루에 두 번 이상 본다는 아이가 절반 이상이었고 대부분 생각나는 대부업체 로고송도 적을 수 있을 정도였다"라면서 "외국에선 술·담배 광고 규제하듯 하는 대출광고를 허용하면서 채무자의 이성적 판단을 바라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대출 광고 금지를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10년 동안 채무 독촉을 받다 법원 파산 선고로 모든 채무를 면책받은 이정식(가명)씨가 직접 나와 자신이 겪은 채무 독촉 사례를 발표했다.

이씨는 "지난 10년 동안 받은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각종 통보서가 라면 상자로 세 상자 분량이나 된다"라면서 "법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대등하게 인격적으로 추심하라고 돼 있는데 처벌 규정이 없어 채무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기업 희년함께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부채 탕감이 희년 실천의 시작이라고 본 건 채무 불이행자가 반희년적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면서 "채무 불이행자를 양산한 직접적 이유는 약탈적 금융 제도지만 (이들은) 잘못된 토지제도와 노동제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남기업 소장은 "교회 안에서 일정한 기간이 돼서 빚을 못 갚으면 변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탕감해주고, 희년기금을 만들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그냥 주는 새맘교회 사례도 참고해 각 교회별로 희년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복음주의교회연합 소속 교회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태그:#빚 탕감, #희망살림, #희년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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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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