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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원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원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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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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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노와 슬픔이 어떻게 유쾌한 즐거움이 되는지 경험한 자리였다. 18일 서울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노란테이블' 행사(주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그랬다. 300명의 참가자들은 '세월호'를 계기로 만났지만, 헤어질 땐 저마다의 표정에 미소가 흐르고 발걸음은 가벼워진 듯했다. 왜? (관련기사: 이런 카드놀이면 대한민국 바뀐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100일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이 헛된 약속이 아니기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가, 그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10대부터 80대까지 배경, 직책 등 다 떠나서 사회혁신을 바라는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토론프로그램이다.

그러한 취지를 살려 행사 시작과 끝, 으레 있기 마련인 주최측이나 단체대표들의 인사말이 생략되었다. 대신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이 박지민(17)양이 참가자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지민양이 적은 자신의 이름표에는 세월호 사고로 죽어간 학생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저 같은 학생들의 말도 잘 들어주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 밝게 변할 거라 생각해요. 저는 선배들 몫까지 살아서 왜 그들이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을 밝힐 것을 약속합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과 승객, 승무원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과 승객, 승무원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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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노란테이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EBS 지식채널 e에서 제작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가만히 있으라는 말' 영상물을 시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18일 <노란테이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EBS 지식채널 e에서 제작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가만히 있으라는 말' 영상물을 시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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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발견 -> 원인진단 -> 변화상상 순으로 카드 뽑아 토론

본격적인 토론. 참가자들은 10여명씩 노란테이블보가 깔린 원탁에 나눠앉았다. 각 테이블마다 배치된 진행도움이가 토론순서에 따라 세 종류의 카드(이슈발견 카드, 원인진단 카드, 변화상상 카드)를 차례로 꺼냈다. 각 카드에는 문제, 원인, 변화에 관련한 열쇳말이 적혀 있다.

우선,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되는 카드를 고르고, 그것의 원인이라 생각되는 단어를 찾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해결의 언어를 골라 배치하는 식. 토론자들이 각자 자신이 고른 카드의 선택 배경을 설명하면 전체가 공유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 가령 기자가 참여한 3번 테이블의 모습은 이랬다.

참가자 A는 사회 문제로 '소외' 카드를 선택했고 그 원인으로 '돈만 밝힌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외되지 않으려 돈 벌고 지위 찾고 좋은 대학 가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지만 결국 사람이 소외되어 비리가 많은 사회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라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참가자 B는 '빈부격차'를 가장 큰 사회문제로 꼽으면서, 원인은 A와 동일한 '돈만 밝힌다'는 카드를 선택했다. 참가자 C는 '취약계층' 카드를 뽑으면서 원인은 '공동체 의식이 없다'는 카드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이 연결되다 보면 빈번하게 지목되는 열쉿말 카드가 중앙에 놓이게 되고, 그 빈도 수에 따라 주변부로 뻗어나간다. 육각형 카드가 연결되다 보면 토론자들의 의견은 자연스럽게 벌집 모양을 이루게 되고 공감을 많이 얻은 카드는 여왕벌의 위치에 놓이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결과 3번 테이블에서는 '소외' '원전사고' '빈부격차'가 가장 많이 지목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돈만 밝힌다' '관심이 없다'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는 점이 꼽혔다.

토론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사회문제와 원인을 공유한 뒤 심층토론을 벌이게 된다. 진행도움이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돈만 밝히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토론자들은 "돈이 있어야 사람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뭐든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등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자들의 생각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상상하는 것으로 이동하게 된다.

'상상 단계'에서 우리가 지닌 힘에 관한 열쇳말 많이 나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육각형 카드에 적혀 있는 우리사회의 이슈와 그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여주며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육각형 카드에 적혀 있는 우리사회의 이슈와 그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여주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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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노란테이블보가 깔린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 사회 각종 문제라고 여겨지는 단어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노란테이블보가 깔린 책상에 둘러앉아 우리 사회 각종 문제라고 여겨지는 단어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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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슈, 원인을 찾는 단계와 달리, 상상 단계에서는 열쇳말 외에도 토론자들이 직접 기입하는 열쇳말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는 점이다(카드에 자신이 생각하는 열쇳말이 없으면 직접 기입해도 된다).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나아가는 순간이다. 상생·협력·품앗이·어울림·이웃·지혜·시간·관심·공감 등 돈이 아닌 우리가 지닌 '힘'에 관한 열쇳말들이 많이 나왔다.

대안을 상상하는 순간, 토론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아빠와 함께 왔다는 한 고등학생 참가자는 '자살'을 이슈로 지적했는데 그 변화를 상상하는 단계에선 '칭찬'이라는 열쇳말을 제시했다. "사소한 칭찬이 마음을 바꿔줄 수 있거든요." 저마다의 경험담도 쏟아졌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할머니와 소통을 어떻게 텄는지, 어떻게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등등.

그렇게 두 시간의 토론은 훌쩍 지나갔고 주최측에선 시간이 다 했음을 알렸지만 테이블마다 시끌시끌~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금요일 밤 10시가 넘도록.

전체 공유의 시간. 300명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문제발견 열쇳말은 '원전사고' '빈부격차' '환경오염' '소외' '취약계층' 등이었고, '원인진단'에서는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 '돈만 밝힌다' '원칙이 없다' '부정부패가 많다' 등이 꼽혔다.

학생들의 절박한 요구에 참가자들 박수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요구와 약속 적기. 진행도움이가 나눠준 노란원판에 자신이 사회에 요구하는 것과 실천 사항을 한 가지를 적어 인증샷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면 된다.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은 이렇게 조직되고 다짐되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어 수업을 확 바꿔줄 것을 요구합니다."(고3 여학생)
"대화식 토론을 위해 학생회, 동아리 친구들과 노란테이블을 해보겠습니다."(고2 여학생)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서울대를 없앨 것을 요구합니다"(중3 여학생)

특히 학생들이 발표한 절박한 요구들은 많은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초등학생들도 토론으로 '놀 수 있도록' 카드를 만들고 기획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80대 참가자 이영구씨는 단상에 올라 이런 폐회사를 남겼다.

"오늘의 약속은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자신과의 약속은 진실한 약속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약속입니다. 이 작은 약속들이 모여 내일부터 실천할 때 이 나라 역사는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여대생 참가자는 "다양한 연령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그것이 연결되어 공유되니 즐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상대를 제압하기보다 공유와 합의하는 과정이 토론자를 춤추게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노란테이블> 취지가 적힌 종이를 보고 있다. 천개의 행동, 천만의 행동이 모여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보자는 것이 <노란테이블>이 취지이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노란테이블> (주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노란테이블> 취지가 적힌 종이를 보고 있다. 천개의 행동, 천만의 행동이 모여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보자는 것이 <노란테이블>이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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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처럼 퍼뜨려 주세요

희망제작소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삼삼오오 모여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란테이블 토론툴킷 박스'를 배포합니다. 노란 테이블보와 저희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토론용 카드세트도 담았습니다. 재난에 관한 참고 자료와 토론매뉴얼도 동봉합니다. 일상 속에서 시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노란 테이블보를 깔아놓고 가까운 분들과 의미 있는 토론을 벌일 수 있게끔 희망제작소가 연구, 설계한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입니다. 한가한 주말 저녁, 아이들 데리고 식구들과 토론을 해도 좋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직장 동료들과, 혹은 이웃주민들과 같이 판을 벌여도 좋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조별 토론을 해도 좋고, 온라인 커뮤니티 친구들과 가지는 번개모임에서 쓰셔도 좋습니다. 노란테이블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며 어떤 목소리든 소중합니다.

*문의: 희망제작소 02-2031-2198 




태그:#세월호, #노란테이블, #10만인클럽,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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