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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자립형사립고연합회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서울 지역 자립형 사립고 학교장들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말살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한 자리에 모인 자사고 교장 "자사고 말살 정책 중단하라" 김용복 자립형사립고연합회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서울 지역 자립형 사립고 학교장들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말살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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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전 9시 21분]

"교육감에 대한 불복종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교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강조하면서 자사고 폐지·축소 정책을 예고하자, 자사고 교장들은 21일 조희연 교육감을 비판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정치논리", "우매하다"면서 조 교육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달 13일까지 서울시 자사고 25곳 중에서 2009년에 설립된 14개 고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교육청은 지난 6월 1차 평가를 진행했고,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2차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14곳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자사고의 반발에도 일반고 슬럼화 등을 야기한 자사고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날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특권학교 폐지 일반학교 살리기 서울공대위'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자사고 폐지를 주문했다.

"조희연 교육감, 우매한 정책으로 교육계 혼란에 빠뜨려"

자사고 교장 25명으로 이뤄진 서울시 자사고교장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를 폐지해야만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교육감의 인식에는 교육의 근간을 흔들 큰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오류는 잘못된 공약을 실천하고자 하는 우매한 정책으로 교육계를 분열과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자사고 교장들은 자사고를 일반고 슬럼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조희연 교육감의 시각을 '정치논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반고를 살리려면 교육청은 자사고들이 연구하고 발굴한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검증된 프로그램들을 앞장서서 전파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자사고 폐지·축소 정책은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치 진영논리에 입각한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교육감에 대한 불복종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감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셔야 한다"면서 "자사고 폐지 내지는 큰 축소 정책이 하나라도 실행에 옮겨질 경우 자사고법인연합회·학부모연합회 등과 연합하여 모든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협의회 회장인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25개 학교 교장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 결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학교는 없었다"면서 "자사고 축소·폐지 결정이 나오면, 공동으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환 지원정책에 대해 "정부가 약속한 큰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교육청의 사탕발림 정도에 불과한 정책을 어느 누가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자사고 재지정 2차 평가에 대해서도 "(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작태는 민주교육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일반고 전환 예산 지원을 늘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자사고는 정원 미달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동양고(2012년)·용문고(2013년)는 이미 일반고로 전환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재단 쪽에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김용복 교장은 "서울시교육청과 예산을 가지고 흥정하는 게 아니다"면서 "좋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학생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만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엉터리 자사고 평가, 책임자 처벌해야"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 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서울에 있는 25개 자사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차별 반대. 자사고 폐지하라"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 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서울에 있는 25개 자사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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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사고가 성적 우수학생을 독점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가며 입시교육에 열을 올릴 때, 성적이 낮거나 가난한 학생들은 집 가까운 자사고에서 밀려나 먼 곳으로 통학하거나, 학급당 학생 수 40명에 육박하는 찜통교실에서 몸부림쳐야 했다"고 꼬집었다.

강혜승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일반고는 '똥통학교'로 불린다, 학생과 학부모는 일반고를 회피하고 있다, 일반고에 가는 아이들은 울음바다인데 어떻게 공부에 전념하겠느냐"면서 "일반고 학생은 패배감을 느끼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자괴감을 갖고 있다, 일반고를 폐지해서 공교육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차 자사고 평가를 비판했다. "문용린 전 교육감의 임기 동안 진행된 평가는 시작 전부터 전형적인 '봐주기 평가'였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은 엉터리 평가 결과를 폐기하고, 추후 평가 과정을 검증해서 점수 부풀리기에 가담한 책임자들을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 14곳에 2012~2013년 25억 원을 불법지원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이들은 "지원금은 당연히 일반고에 지원되었어야할 예산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사고 재단은 잘못을 인정하고 즉시 '환수조치'를 서두르기는커녕, '시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지원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며 발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단위학교의 사정이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교육청은 목적사업비를 지원해줄 수 있음에도 일체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서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지원금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금인 것으로 보인다, 정당히 받은 것으로 사료되고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자사고 교장들 집단행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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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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