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하순. 남들은 괌으로 갈지 사이판으로 갈지를 고민하고 있을 이때, 여러 이유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남들 휴가 가는 것을 배 아파하며 부러워만 하고 있을 '방콕족'들을 위해 몇 권의 책을 추천한다.

아, '휴가철에 꼭 읽어야 할 CEO 추천도서' 같은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 아니라 가볍고 흥미진진한 책들이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휴가 대신 '방콕족을 위한 추천 도서'를 읽으며 여름철 더위를 잠깐 잊어보는 건 어떨까.

납량특집을 그리워하는 당신에게... <뱀파이어의 매혹>

<뱀파이어의 매혹> 표지
 <뱀파이어의 매혹> 표지
ⓒ 문학동네

관련사진보기

가끔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하던 납량특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예전에는 여름철이면 <전설의 고향>이나 <사탄의 인형> 같은 납량특집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됐는데 최근에는 여름에도 납량특집 프로그램을 보기 힘들어졌다.

<뱀파이어의 매혹>은 과거의 납량특집 프로그램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뱀파이어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전설과 문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을 통해 뱀파이어가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한다.

"본래는 별다른 매력이나 놀라운 힘이라곤 없으며 무덤과 관의 불결하고 혐오스런 이미지만 연상시켰던 '되살아난 시체'"였던 뱀파이어가 오늘날에는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처럼 "선망과 찬양의 대상이기까지 한 완전한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같은 고전을 비롯해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와 소설을 나름의 비평까지 곁들여 소개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와 소설을 감상하다보면 긴 여름휴가도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을 것이다.

<뱀파이어의 매혹>(장 마리니 씀, 김희진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2년 4월, 279쪽, 1만6000원)

'서늘함'만큼은 확실한 뜻밖의 우리 고전... <가족기담>

<가족기담> 표지
 <가족기담>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관련사진보기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전을 범하다>를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다. 고전소설은 뻔하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멋지게 날려준 책이었다. <가족기담> 역시 <전을 범하다>처럼 고전소설을 새롭게 읽어낸 책이다. 다만 <가족기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전소설 속의 가족에 초점을 맞췄다.

주관적인 평가지만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부제는 <전을 범하다>보다 <가족기담>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적어도 서늘함만큼은 확실히 <가족기담>이 앞선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멀쩡한 여자를 죽여 '열녀'로 만들고, 아무 죄 없는 여성을 악인으로 만드는 가부장의 횡포를 보면 우리가 몰랐던 고전소설의 이면에 놀라게 된다.

특히 귀신이 돼서도 말 못할 비밀을 품은 장화홍련의 이야기를 읽으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고전소설 밖에 있는 현실의 가족은 어떤지도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뱀파이어 이야기만큼이나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다.

<가족기담>(유광수 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2년 7월, 260쪽, 1만4000원)

초심자도 술술 읽는 중국 신화 입문서... <김선자의 이야기 중국 신화>

<김선자의 이야기 중국 신화> 표지
 <김선자의 이야기 중국 신화>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관련사진보기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은 줄줄 외울 수 있지만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잘 모르는 사람, 중국 신화를 잘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초심자도 이해하기 쉽게 중국 신화를 설명하고 있어 입문서로 안성맞춤이다.

하늘과 땅을 떠받친 우주거인 반고, 흙으로 인간을 빚은 여신 여와, 치우와 황제의 탁록 전쟁 같은 유명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다. 천제의 명령을 받고 인간을 구했으나 천제에게 버림받고, 아내와 제자에게까지 배신당한 천신 예, 부족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자기 손으로 죽인 늠군, 인간을 위해 천제를 배신한 곤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지만 매력적이다.

그런가 하면 만주족 신화 <우처구우러번> 속에 등장하는 천신 아부카허허와 악신 예루리의 대전쟁은 박진감 넘치고, 하백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던 풍습을 끝낸 서문표의 이야기는 웬만한 사회과학 서적보다 훨씬 예리하게 사회의 단면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 신화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김선자의 이야기 중국 신화 上·下>(김선자 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1년 12월, 898쪽, 3만6000원)

잔혹한 연쇄살인마, 개과천선하다... <범죄의 해부학>

<범죄의 해부학> 표지
 <범죄의 해부학> 표지
ⓒ 다산초당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범죄 심리학의 아인슈타인'라 불리는 저자는 이 책에서 평시의 범죄를 통해 인간의 악함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다. 다루는 내용이 범죄, 그 중에서도 주로 살인이기 때문에 연쇄살인과 고문 등 잔혹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범죄를 단순히 흥미 위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잔혹한 사건을 통해 인간 내면의 악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가와 히피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던 살인자 아인혼, 변호사 친구 덕분에 스물두 번이나 체포되고도 무사히 풀려나면서 마을의 전제군주로 자리 잡았던 켄 맥엘로이 등 인상적인 악인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절도 등의 범죄를 일삼다 연쇄살인을 저질렀으나 지금은 착하게 사는 아치볼드 맥캐퍼티처럼 악인도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충격적일 만큼 잔혹한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책장을 덮은 뒤에는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범죄의 해부학>(마이클 스톤 씀, 허형은 옮김, 다산초당 펴냄, 2010년 9월, 643쪽, 2만8000원)


[세트] 김선자의 이야기 중국 신화 상.하 세트 - 전2권 - 우주거인 반고에서 전쟁영웅 치우까지

김선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11)


범죄의 해부학 -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마이클 스톤 지음, 허형은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10)


뱀파이어의 매혹

장 마리니 지음, 김희진 옮김, 문학동네(2012)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12)


태그:#뱀파이어, #중국신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