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영화 <욕망>으로 데뷔해 장미희, 유지인과 함께 '트로이카 3인방으로 불렸던 여배우 정윤희가 발표했던 곡들이 새롭게 LP로 복원됐다.

1975년 영화 <욕망>으로 데뷔해 장미희, 유지인과 함께 '트로이카 3인방으로 불렸던 여배우 정윤희가 발표했던 곡들이 새롭게 LP로 복원됐다. ⓒ JP뮤직


아날로그 음악의 결정체, LP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국내 가요 명반들은 물론 지드래곤·아이유·버스커버스커 등 현존 인기 가수들의 앨범들도 LP로 만들어질 만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에 걸쳐 브라운과 스크린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당대 톱 여배우 정윤희의 노래를 'LP'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한정판 픽쳐 디스크로 발매된 이 LP는 유지인·장미희와 더불어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루며 최고의 미모를 뽐냈던 정윤희의 모든 것을 사랑한 한 열혈 팬의 열정과 그녀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발매되었다고 한다.

정윤희의 노래를 LP로 복원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한 제작자 JP뮤직 대표 윤세운씨와 이 앨범을 시중에 유통하고 있는 열린음악 영업이사 조신혁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우상에 대한 헌정앨범...팬들에게 소중한 '선물' 되길"

- 정윤희의 앨범을 LP로 재 발매하게 된 이유는?
윤세운(이하 윤): "어린 시절부터 너무도 좋아했던 여배우이자 우상으로, 올해 환갑을 맞이하신 정윤희씨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모든 중 장년층을 대신해서 그분의 젊은 시절 노래하는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해서 LP로 발매하고 싶었고, 결국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게 되었다. 작은 규모의 제작사 대표이긴 하지만, 이번 음반이 정윤희씨에 대한 '헌정앨범'이란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면서 기획 투자에 참여했다."

- LP에 담긴 8곡을 소개하자면?
조신혁(이하 조): "정윤희씨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1977년과 79년 두 장의 LP가 발매됐다. 당시 정윤희씨의 독집 음반으로 소개됐지만, 1집에서는 3곡, 2집에서는 5곡을 각각 노래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정윤희씨처럼 톱스타로 앨범을 발표하면, 수록되는 타이틀 곡을 포함 몇 곡만 녹음해서 취입하고, 다른 곡들은 다른 연예인이나 가수들이 참여하는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이번에 복원한 LP에 정윤희씨가 남겨 놓은 8곡을 Side A ,B면에 나눠서 수록한 것이다.

 정윤희의 한정판 픽처 디스크를 LP로 발매한 JP뮤직 윤세운 대표.

정윤희의 한정판 픽처 디스크를 LP로 발매한 JP뮤직 윤세운 대표. ⓒ 이종성

- 17일 정식으로 발매되기 전 6월말 열렸던 서울레코드페어에 먼저 선보였는데 어땠나?
윤: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인쇄물을 제외한 디스크 전량을 독일에서 제조해서 들여오는 관계로 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40장을 긴급하게 공수했고, 정윤희씨의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20대 초·중반의 미모를 디스크 앞뒤 면에 담아 전시하자마자 그녀를 잘 아는 40대 후반 이상의 참가자들은 물론 2~30대 연령대 분들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조: "30대 후반 정도의 나이가 된 분이 오셔서 2장을 구입해 갔다. 정윤희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는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한 장은 개봉도 하지 않고 영구 소장용으로, 한 장은 정윤희씨의 음색을 듣기 위한 청취용으로 사간다고 했을 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를 좋아했던 분들을 위해 소중한 선물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뿌듯했다."

- 일반 LP가 아닌 픽쳐디스크 형태로 제작을 했는데, 그 이유는?
윤: "정윤희란 배우를 기억하는 분들은 그분의 빼어난 미모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소위 '자연미인'의 표본으로 많은 남성들은 아름다운 외모에 넋을 잃었고, 그녀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을 때 큰 위안을 받기도 했다. 인기의 여세를 모아 가수로도 앨범을 내기도 했던 '가수 정윤희'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을 위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담아 픽쳐 디스크로 만들자는 내 제안을 유통사인 열린음악에서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LP 시장의 부활?...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 디스크 제조비가 상당히 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되나?
조: "최근 몇 년 사이 발매된 국내 아티스트들의 LP음반은 기본 500장 정도가 초도 제작되어 시판되고 있다. 정윤희씨의 LP 역시 독일에서 500장을 찍어 한정 반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워낙 LP제조 과정에 불량률이 높고, 픽쳐 디스크로 만들어져서 더욱 작업 공정이 어렵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500장이 모두 판매되어야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윤: "이 LP를 만들자고 했을 때, 돈을 벌자고 생각했다면 다른 작품에 투자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정윤희란 배우를 통해 나 역시 젊은 시절 아련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한 남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활력소 역할을 해 준 '우상'이었기에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그분께 감히 헌정하는 작품으로 이 LP가 남기를 바랄 뿐이다."

- 열린음악은 들국화와 부활의 앨범은 원작자로부터 권리를 획득해 주요 타이틀을 LP로 제작 유통했고, 2AM·버스커 버스커·아이유의 음반은 제조대행을 했다. 한국의 LP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조: "여러 언론 매체들이 앞다투어 'LP시장의 부활'을 다루고 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디지털 음원으로 시장이 빠른 시간에 재편되면서 젊은 층들은 음악을 소장이 아닌 소모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아이돌 가수들과 팬 층이 두터운 일부 뮤지션들의 CD만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거둘 정도로 음반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된 것만 보더라도 LP 판매량이 어느 날 갑자기 급속도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가요 명반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지드래곤·아이유·버스커 버스커 같은 팀들이 LP를 발매하고, 상당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LP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그렇다면 국내 LP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조: "먼저 올해 4회째를 맞이했던 서울레코드페어 같은 행사들이 더욱 자주 열려 대중들이 LP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관련 업체 및 종사자들의 노력이 우선 절실하다. 또한 우리나라만큼 예전에 발표된 명반들을 LP나 CD로 다시 복원하기 힘든 경우도 없다, '원본 마스터'를 찾을 수 없어 발매를 포기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원작자들 역시 우리 대중음악계의 역사이자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명반 명곡들의 보존 복원에 함께 뜻을 모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마이스타와 같은 언론 매체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향후 어떤 작품들을 LP로 제작 복원할 계획을 갖고 있나?
윤: "우선 추억 속의 한국 영화 OST 두 편을 LP화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어떤 작품들인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는 없지만, 7~80년대 우리 영화와 그 속의 음악에 심취했던 중·장년층 팬들에게는 옛추억을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조: "JP뮤직과 함께 우리 음악시장에 LP 음반들이 꾸준히 보급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과 힘을 보태고 싶다."

정윤희 LP 픽쳐디스크 아날로그 여배우 트로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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