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온, 끝의 시작' 드디어 주온이 개봉했다. 과연 올여름 더위를 얼마만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 영화 '주온, 끝의 시작' 드디어 주온이 개봉했다. 과연 올여름 더위를 얼마만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 NEW

기다리던 '관절꺾기 귀신'이 등장했다. 얼굴을 360도로 돌려가며 흡사 커다란 바퀴벌레를 연상케 하는, 관절 꺾기 신공이 전매특허인 주온 귀신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다만 후반부에 잠깐 등장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신에 잿빛 피부에 마스카라를 짙게 바른 꼬마 귀신은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 <주온>(呪怨)의 귀신은 '관절 꺾기 귀신'과 '짙은 마스카라 꼬마 귀신'아니면 사실 별로 볼 게 없다.

2000년대 초에 개봉한 <주온>은 당시 한국의 여름밤을 휘어잡으며 새로운 형태의 귀신의 탄생에 대한 공포와 기대감으로 몇 년 동안 속 편이 연속 개봉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마치 1990년대 일본 원작인 '링'의 신화가 재현되는 듯 했다.

당시 영화 <링>은 '사다코'가 우물을 기어 올라와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티브이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장면 하나로 전국의 영화관을 광란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관 곳곳에서 폐부를 찌르는 비명소리가 가득했고, 의자가 들썩이며, 공포감에 울음을 참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만큼 영화 <링>은 그 즈음 개봉한 공포 영화 중 단연 독보적이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극한의 공포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역작이었다. 물론 이후 <링>의 이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나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건 당연지사였다.

처음, <주온> 개봉 당시에도 이러한 일본 원작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몫을 했다. 주온은 한국 귀신과 상당히 다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효과음이 먼저 사람의 가슴을 갈기갈기 후벼 파며, 이어서 일본 문화 특유의 색감과 독특한 자세로 움직이는 귀신이 등장을 한다.

일명 '관절 꺾기' 귀신과 '짙은 마스카라 꼬마 귀신'은 주온이란 영화를 다시금 한국 공포영화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이불 속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나타난다든지 침실 천장에서 긴 머리를 치렁치렁 거리며 천천히 내려온다든지, 엘리베이터가 한층 씩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층수를 바꿔가며 주인공을 노려보는 장면 등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19년 전에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혼을 품어 출산한 후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 '가야코'가 얼굴과 팔 다리 등의 신체를 기괴하게 꺾어가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일본 영화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90년대 말 개봉한 신은경 주연의 일본원작 '링' 당시, 귀신이 티브이 화며을 뚫고 나오는 장면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갔고, 공포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 90년대 말 개봉한 신은경 주연의 일본원작 '링' 당시, 귀신이 티브이 화며을 뚫고 나오는 장면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갔고, 공포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 한맥영화

당시 필자도 대전의 '시네마떼끄 1895'를 통해 일본원작 <링> 시리즈를 섭렵했고, 2000년대에는 <주온> 속편들을 몇 작품 감상했으나 <링>에 비해 <주온> 시리즈는 사실 스토리의 부재로 인해 지속적인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링>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소수의 원한과 복수에서 점점 규모가 커져 간다. 2편에서 3편으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전 일본사람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집단 공포의 업로드로 이어지는 나름대로의 참여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허나 <주온>은 특이한 모습의 귀신을 제외하고는 스토리가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특수 분장이나 CG로 공포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해도 설득력 있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관객이 외면하는 게 당연하다.

이번에 개봉한 <주온 - 끝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저주받은 영혼'이라는 제목 '呪怨'(주온)답게 과거에 억울하게 죽은 혼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그와 관계있는 사람들을 공포에 피가 말려 죽게 하는 단순한 구조에, 인물별로 옴니버스 형의 전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스토리의 치밀하지 못함을 내내 원망하게 만든다.

영화 '주온' 2000년대 초 개봉한 '주온'은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며 올해 '주온, 끝의 시작'이라는 부제로 개봉했다. '관절 꺾기 귀신'과 짙은 마스카라 꼬마 귀신'의 등장은 정말 반가웠다.

▲ 영화 '주온' 2000년대 초 개봉한 '주온'은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며 올해 '주온, 끝의 시작'이라는 부제로 개봉했다. '관절 꺾기 귀신'과 짙은 마스카라 꼬마 귀신'의 등장은 정말 반가웠다. ⓒ NEW

그 여파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내가 뭘 본거지?" 하는 허탈감에 빠지는 관객들이 많다. 게다가 일본의 토착불교와 신도 혹은 토속신앙이 섞여있는 특유의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혼돈세계와도 거리가 멀었다. 또한 결론을 제대로 맺어주지 않는데서 오는 심리적 불편함이 곁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의 공포영화의 장점이라면 인간계와 신계의 구분이 모호한 배경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심리 스릴러물이다. 주온은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복수극의 스토리에 자국의 귀신을 등장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여름 더위에 영화관에 앉아 잠시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킬링 타임용으론 괜찮은 편이다. 비록 1만 원을 내고 일본 귀신 보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날씨가 더운 걸 어떡하나? 영화 본 후에 친구들끼리 관절 이리저리 꺾어가며 귀신 흉내내보는 것도 좋고, 아님 여자 친구에게 마스카라 짙게 하고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눈을 말똥말똥 쳐다보게 하는 것도 여름을 재미나게 나는 방법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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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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