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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연대는 2014년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대안교육시설 법제화' 반대 천막농성을 전개했다.
 대안교육연대는 2014년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대안교육시설 법제화' 반대 천막농성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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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여학생이 교육부 세종청사에서 '교육부는 법제화로 대안교육 침몰시키지 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대안학교 여학생이 교육부 세종청사에서 '교육부는 법제화로 대안교육 침몰시키지 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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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이 한국에 뿌리내린 지 올해로 20년째다. 대안교육은 정부의 지원과 간섭 없이 스스로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교육부가 대안교육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갈등의 불씨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대안교육시설 법제화'(이하 법제화)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공청회를 거쳐 법제화 안을 만들었는데 핵심은 '등록제'. 등록한 대안학교에겐 지원금을 주고, 미등록 대안학교는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부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교육시설들을 법제화를 통해 관리, 억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안교육 측은 "법제화는 대안교육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졌다"면서 반대투쟁을 선포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대안교육 주체들은 체제 순응적이지 않다. 이들은 '자율과 자유'가 보장된 대안교육을 선택했다. 그런 이들이 '당근'(지원금)과 '채찍'(폐쇄)의 양날을 가진 '법제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천막농성 9일간 1300명 참가
전세계 대안교육세력도 법제화 반대

대안학교 초등학생들도 법제화 저지투쟁에 동참했다.
 대안학교 초등학생들도 법제화 저지투쟁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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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연대는 세종시 교육부 앞에다 천막을 쳤다. 농성과 집회는 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수단인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한여름 무더위가 덮친 교육부 앞에서 언론도 행인의 관심도 없이 9일 동안 농성할 수 있었던 것은 대안교육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 때문이었다.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전개된 천막농성에는 전국의 55개 대안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안교육연대는 18일 천막농성을 마치면서 향후 계획을 밝혔는데, 거센 반발이 담겨 있다.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한 교육부의 법제화가 사회갈등을 유발한 셈이다.

대안교육연대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경기도 광명에서 열리는 '국제민주교육회의(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 참가자들의 법제화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법제화 추진반대 '자유와 저항' 록 페스티벌(8월2일) ▲법제화 추진반대 대규모 문화제(8월30일) ▲국회토론회(8월말 예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대안교육연대는 교육 현장을 길거리로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대안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법제화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거리 서명운동, 1인 시위, 거리 시위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SNS 홍보전 등을 펼칠 계획이다. 대안교육연대는 길거리가 배움터이며, 부당한 권력과 맞서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입장이다.

핀란드 대안학교 교사인 마르코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여 연대발언을 했다.
 핀란드 대안학교 교사인 마르코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여 연대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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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근(제천간디학교교장)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공교육을 망친 교육부가 대안교육까지 망치려고 하고 있다"면서 "천막농성이 오늘로 끝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부 법제화의 부당성을 알리고, 투쟁하면서 법제화를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송순옥(연대활동가)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교육부가 우리 학생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비정상적"이라면서 "자율적인 배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싸움에 참여한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핀란드 대안학교 교사인 마르코는 "(한국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대안교육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면서 "여러분들이 투쟁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천막농성 참여소감을 밝혔다.

마르코는 또한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이룬 결과들을 아무도 뺏어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싸우라. 전 세계의 대안교육 동지들이 여러분의 싸움을 열정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법제화 저지투쟁을 지지했다. 마르코는 경기 광명에서 열리는 '국제민주교육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벌집 쑤신 교육부... 놀면서 싸우는 길거리 대안교육 시작

하자 작업장학교 음악 공연팀인 '페스테자'(Festeza)가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바투카다 공연을 하고 있다.
 하자 작업장학교 음악 공연팀인 '페스테자'(Festeza)가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바투카다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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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육부 정문 앞에서 한 여학생이 '교육부는 법제화로 대안교육 침몰시키지 말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 옆에선 샨티학교 학부모가 '교육부여 행여 대안교육 손대시려면 공교육 파탄부터 반성하시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또한 '그대들의 교육아래 배우고 싶지 않아요', '상을 줘도 모자란데 법제화가 웬 말이냐!'라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페스테자가 브라질의 삼바레게 공연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페스테자가 브라질의 삼바레게 공연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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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잘 논다. 움직이지 말고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제도교육은 거부한다. 이들은 자기끼리도 잘 놀지만 연대하거나 모이면 더 잘 논다. 이런 대안교육 세력들을 교육부가 통제하겠다고 건드렸으니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벌집인 학교를 쑤셔댔으니 이들은 이제 거리로 쏟아져 나와 투쟁을 투쟁처럼, 교육을 놀이처럼 펼칠 것이다.

18일 천막농성 해산집회에는 광명구름산발도르프, 볍씨학교, 샨티학교, 실상사작은학교, 하자작업장학교 등의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뙤약볕 아래서도 신명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행진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자 작업장학교 음악 공연팀인 '페스테자'(Festeza)의 악기연주가 압권이었다. 20여명의 남녀 학생으로 구성된 페스테자는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바투카다(Batucada)를 들려주었는데 이들의 삼바레게와 펑크리듬은 한국의 풍물 못지않게 선동적이었고 정열적이었다.

포르투갈어로 '슬픔을 넘어 축제로'라는 뜻인 '페스테자'의 공연은 그렇지 않아도 잘 노는 대안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선동했다. 페스테자가 교육부 앞 공연을 마치면서 길놀이에 나서자 참가자들은 피켓을 앞세우고 구호를 외치면서 교육부 일대를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행진을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놀 사람은 놀았고, 말싸움을 할 사람은 잠깐 말싸움했다.

집회 사회자인 백승연(배움터길학교 학부모)씨는 이런 발언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우리 대안교육은 늘 흔들리며 만들어 갑니다. 우리의 생명력은 흔들리며 가는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기에 유연성이 없고, 제도교육은 점점 획일화도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껏 흔들리면서 산소가 모자란 제도교육에 대안교육이 에어포켓이 됩시다."

페스테자 공연팀과 참가자들이 교육부 세종청사 일대에서 행진하며 놀고 있다.
 페스테자 공연팀과 참가자들이 교육부 세종청사 일대에서 행진하며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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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안교육연대, #대안교육시설 법제화, #대안학교, #교육부, #대안교육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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