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산촌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뱀이나 유해 동물에 대한 상식이 남달리 풍부한 편이다. 우연히 목격한 유혈목이가 참개구리를 사냥하는 장면. 개구리에겐 동정을 보내면서 뱀에 대해선 이유 없이 혐오감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뱀에 대한 상식, 유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기자말.  

참개구리가 유혈목이(꽃뱀)에게 잡혔다.
 참개구리가 유혈목이(꽃뱀)에게 잡혔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저 개구리 좀 살려주면 안 될까요?"

한동안 자신의 소리가 아닌 생소한 괴성을 지르던 개구리는 지쳤는지 그 소리마저 멈췄다. 그 광경을 옆에서 신기한 듯 바라보던 한 관광객은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살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을 했다.

"자연의 이치인데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성은 인간이 간섭할 일이 아닌 약육강식 자연의 법칙임을 강조했지만, 얼굴은 상대가 뱀이라는 데 겁을 먹은 표정이다.

꽃뱀도 맹독성 뱀이다?

지난 7월18일 오후, 화천 동구래마을을 찾았다. 가만해 서 있어도 땀은 등줄기를 따라 도랑물처럼 흘러내렸다. 여름 야생화들도 개화를 멈췄다. 가히 살인적인 더위다. 

동구래마을 전시장 벽면 응달에는 폭염을 피해 작은 곤충과 지렁이 등이 몰렸다. 이를 먹이로 삼는 개구리가 이곳을 찾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그 개구리를 따라 뱀이 찾아들 줄 누가 알았겠나.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가 참개구리를 노려보며 혀를 날름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개구리가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힘껏 뛰어올라 달아났을 만도 한데 뱀의 차가운 눈빛에 마법에라도 걸린 듯 커다란 개구리는 움직일 줄 몰랐다. 아니다 다를까 탐색을 하며 거리를 재던 유혈목이는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개구리의 다리를 물었다.

뱀이 개구리의 몸통이나 머리가 아닌 다리부분을 문 것은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함으로 보였다. 개구리는 다리의 근력으로 움직인다. 개구리의 머리 부분을 제압했을 경우 버둥대는 힘을 감당하기 힘든 이유겠다.

유혈목이(꽃뱀)의 개구리 공격 장면
유혈목이 참개구리 뒷다리 부분까지 접근했다.
 유혈목이 참개구리 뒷다리 부분까지 접근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유혈목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참개구리 뒷다리를 물었다
 유혈목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참개구리 뒷다리를 물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참개구리가 움직일수록 유혈목이는 더 큰 힘을 가했다.
 참개구리가 움직일수록 유혈목이는 더 큰 힘을 가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시골에선 이 같은 현상이 가끔 목격된다. 뱀들이 주로 먹이로 삼는 개구리를 공경할 경우 까치독사나 살모사처럼 독이 있는 뱀과 밀뱀, 꽃뱀 등과 같이 독이 없는 뱀들의 공략법은 차이를 보인다.

독이 있는 뱀들은 먹잇감의 머리를 무는데 독이 없는 뱀들은 다리를 공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맹독성 뱀은 독으로 먹이를 제압하는데, 독성이 없는 뱀들은 입으로 먹이를 물고 몸으로 감아 질식 시키거나 힘겨루기를 통해 먹잇감이 지치길 기다리는 게 특징이다. 그러곤 자신의 턱을 탈구시켜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먹이를 서서히 삼킨다.

늘매기, 화사, 꽃뱀, 율목이. 유혈목이는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진 뱀이다. 주로 강변이나 초원, 산중턱, 초지 등지에 산다. 초록색 바탕에 붉은 띠를 지닌 이 뱀은 국내에선 가장 빠른 뱀으로 꼽힌다. 독성이 없는 뱀들의 특징 중 하나다. 달아나기 명수인 이 뱀은 자신과 대등한 상대라고 느끼면 마치 코브라처럼 상반신을 납작하게 만들어 똑바로 세워 공격태세를 갖춘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독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움찔한다.

그러나 1980년대 일본에서 유혈목이에 물려 사망한 사람이 발생하고 나서 이 뱀도 독성을 지녔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까치독사나 살모사처럼 앞니를 통해 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강 깊숙이 박힌 날카로운 어금니를 통해 독을 주사하기 때문에 피부면적이 넒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는 정확한 주입이 힘들다는 논리다.

뱀에 물렸을 때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위는 금물

휴가철을 맞아 캠핑 등 계곡 등지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독성을 지닌 뱀의 특징과 뱀에 물렸을 경우 행동요령에 대해 짚어본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독성이 있는 뱀의 다수는 머리모양이 삼각형 모양을 띠고 있다. 또한 움직임이 느리다. 반면 독성이 없는 뱀들은 머리 모양이 타원형에 가까우며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 특성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야외에서 뱀과 같은 유해 동물은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렸을 때 개가 뱀에 물린 것을 보고 '별것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큰일 날 뻔한적 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들과 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의 이야기는 이랬다.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살모사에 주둥이를 물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개의 증상은 약간 붓는 정도에 그치더란다. 그래서 '저 뱀은 독이 없나보다' 라는 생각에 손으로 잡다 물린 후 저승 문턱까지 갔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유가 뭘까! 동물과 사람은 체질이 다르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뱀 독성이 동물들에겐 면역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뱀을 손으로 잡는 등의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만일 뱀에 물렸을 경우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지체 없이 119에 구조요청을 하는 일이다. 과거 휴대폰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응급처치로 독을 빨아내야 한다는 등의 설이 있었으나 입안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뱀독을 빨았을 경우의 위험 등 섣불리 취할 행동은 아니다.

응급 신고 후의 행동은 뱀에 물린 부위 상단을 너무 강하지 않게 묶어서 독이 심장으로 전달되는 속도를 늦추어 주고, 술은 혈액순환이 빨라지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뱀은 자신보다 큰 대상을 먼저 공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자극을 주거나 발견하지 못하고 밟았을 경우 자기 방어를 위해 공격을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야외에서 풀밭이나 숲길을 이동 할 경우 바지를 착용하고 발목 위까지 덮는 등산화나 장화 착용을 권한다. 이유는 시골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의 신체부위 대부분이 발쪽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유혈목이, #꽃뱀, #늘매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