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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마약류인지는 몰랐다
 의사가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마약류인지는 몰랐다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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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와서 이 기사 좀 보세요."

며칠 전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던 나는 어떤 제목에 눈이 꽂혔다.

'마약류 졸피뎀 복용 연예인 OOO 검찰 조사'

다른 때 같으면 연예인이 마약을 복용해서 검찰의 조사를 받았나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당신 먹는 약 '졸피뎀'이잖아. 그게 마약류라네?"

텔레비전을 보다 다가온 남편에게 기사를 보여주었다.

"이 사람은 처방전 없이 먹었다는 거고, 난 처방전 있으니까 괜찮지."

기사를 다 읽은 남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졸피뎀이 마약류라는 거 알았어?"
"그건 몰랐지... 의사가 자주 먹으면 안 좋다고,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까 조심하긴 했지만..."

수면제가 소용 없던 남편, 의사가 처방해 준 '졸피뎀'

2년 전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선 남편에게서 얼마 안 있어 급하게 전화가 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어지럼증이 몰려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견인차를 불렀다는 것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부터 걱정스럽기는 했었다. 남편이 불면증에 시달린 지 한참이 됐다. 남편은 낮에 힘들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남편은 운전을 겁냈다. 병원에서 많은 검사를 하며 원인을 찾아 나섰다.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봤다.

남편은 수면제를 처방 받았다. 그전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는 약국에서 흔히 파는 수면유도제를 사다 먹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도 수면유도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기는 했지만 다음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가 무겁고 몸은 개운하지 않았다.

잠을 자기 위해 남편과 함께 방의 분위기를 바꿔보았다. 이불과 베개를 교체하고 허브도 들여놨다. 자기 전에 어려운 책도 읽어 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회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남편이 받는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졸피뎀의 '약발'은 확실히 봤지만...

핼쑥해진 남편이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다른 약을 처방해 줬다. 그 때 처방받은 약이 바로 졸피뎀이었다. 자주 먹으면 부작용이 있으니 꼭 필요할 때 한 번씩만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일 주일치를 처방 받았다.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에 먹기를 주저했다. 남편은 망설이다가 며칠 후 졸피뎀 반 알을 먹고 잠을 잤다. 남편은 다음날 아침에 기분 좋은 얼굴로 방을 나오며 말했다.

"이렇게 맛있는 잠을 잔 것은 오랜만이야. 머리가 맑고 개운해."

그렇게 졸피뎀을 먹고 잠을 자기 시작한 후로 남편의 몸 상태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운전도 하면서 예전처럼 생활을 해나간다. 일 주일치를 처방 받아오면 보통 3개월을 먹었다. 의사도 이 정도의 기간을 두고 복용하는 거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마약류'라는 사실이 전하는 충격은 컸다.

남편과 함께 과연 졸피뎀을 복용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힘들다"였다. 불면증 증세가 많이 나아져 약을 먹고 잘 일이 없다면 괜찮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4~5일 정도 고군분투한 후에 졸피뎀을 먹고 하룻밤 단잠을 청한다. 남편이 졸피뎀을 먹고 잔 다음 날에는 불안하다. 좋아진 남편의 얼굴이지만 걱정이 되서 자꾸 쳐다보게 된다.

졸피뎀 처방,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처음에 졸피뎀 처방을 좀 더 신중히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지 부작용이 있으니 자주 먹지 말라는 정도의 주의로는 환자 입장에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졸피뎀의 복용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혹시나 의지력이 약해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인터넷을 도배할 정도로 심각한 마약류 의약품이라면 좀 더 관리가 철저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쉽게 처방해준 후, 문제가 되면 복용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만약 남편의 불면증이 기한 없이 계속되고 졸피뎀을 정상적으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남편 또한 기사 속 연예인처럼 불법적으로 구하지 않으리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처음보다는 먹는 날이 줄고 있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불안하다.

물론 졸피뎀 처방을 남발하는 의사는 극소수다. 남편도 다른 약을 써보다가 듣지 않아서 졸피뎀을 처방 받았다. 처방을 받는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들었고 용법과 용량에 대해 주의를 받았다. 그래도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부작용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졸피뎀이 마약류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처방해야 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줄여야 잠을 잘 수 있는 불면증 환자들이 졸피뎀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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