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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 부착된 동작을 후보자 선거벽보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 7.30 재보선 선거벽보 바라보는 시민 7.30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 부착된 동작을 후보자 선거벽보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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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전 10시 39분]

"박원순의 부시장"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로부터 30미터 뒤에는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선거운동원들은 "진보당이 살아야 정치가 바뀝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지하철역 안에 있었다. 노 후보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외치는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부지런히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1번 출구.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후보 4명 중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김종철 노동당 후보만 없었다. 1 대 4 여야 구도로 치러야 할 이번 선거의 현주소가 공교롭게도 선거운동 첫날 출근인사 때부터 펼쳐진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당직자는 "동작을이 인구밀도가 높은 좁은 지역구다 보니 지역주민들이 남성역과 이수역을 주로 이용해 많이들 출근하신다"라며 "이처럼 각 후보들의 '동선'이 겹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후보들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지난 10~15일 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 후보는 43.2%를 기록해 기 후보(15.0%)와 노 후보(12.8%)를 30%p 안팎의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이는 향후 동작을 보궐선거의 이슈가 '야권후보 단일화'로 흐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나경원] "동작을 강남4구로...국회일 하려면 3선 의원쯤 돼야"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한 지지자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엄지 치켜올린 나경원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한 지지자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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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전략은 '집권여당 의원의 힘'으로 요약됐다. 나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사당역 8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나 후보 출정식에서 "동작을, 강남 4구로"를 연신 외쳤다. '원조' 강남인 동작 지역을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 버금가도록 발전시키겠다는 얘기였다.

유세차에 오른 나 후보는 "제가 서울시장 출마했을 때 동작을 지역구를 살펴보니 정부 지원이나 막강한 뒷받침 없이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숙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라며 "(동작을 출마를 권유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께서 '전적으로 동작을 지원해주시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동작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가 이번에 (국회) 들어가면 3선 의원이 된다, 국회 가면 3선 의원쯤 돼야 예산도 가져오고 저희가 원하는 대로 발전방향과 개발방식을 바꿀 정책과 법도 만들 수 있다"라며 "그냥 아무 것도 안 해본 사람이 아니라 국회 경험 있는 사람이 국회일 잘 할 것 같다는 생각 안 드시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첫 국회의원 선거를 뛰는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한 캠프 관계자는 "기동민 후보는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2012년 국회 몸싸움 사태로 벌금형 400만 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야당파트너와도 뜻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작갑 지역구 의원인 전병헌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얼마 전 전화 해 '열심히 하라'고 했다"라며 "여야가 싸우기도 하지만 사이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의 보조 무기는 "동작에서 태어난 나경원"이었다. 서울 중구 지역구 의원이었던 그가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두고 '철새'라고 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나 후보는 "저는 노량진동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께서 상도시장 작명소에서 내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라며 "나경원이란 이름이 상도시장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할아버지는 흑석동에서 태어나셨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왔다갔다 말고 네가 태어난 동작에서 봉사하라'고 (저를) 부르신 것 같다"라며 "이쯤하면 동작의 본토박이라고 할 만하죠"라고 강조했다.

[기동민] "박원순과 함께 새로운 서울 만들 사람"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 출근인사 하는 기동민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김한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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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후보의 공식선거운동 첫날은 '기동민과 박원순'으로 요약됐다. 이날 80여 명의 의원들과 함께 기동민 후보 선거캠프에서 의원총회를 여는 등 물량공세를 편 새정치연합은 '기동민과 박원순'을 반복 언급했다. 

김한길 대표는 "박원순과 함께 새로운 서울을 만들 사람"이라며 기 후보를 치켜세웠다. 안철수 대표는 "기동민을 살려야 박원순을 살린다"라며 "박원순의 새로운 변화와 가치가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나, 멈추냐는 동작에서 판가름 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의 내홍을 극복하고 윤장현 광주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윤장현이 살아야 안철수도 산다"는 논리를 설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 후보 역시 '서울시 정부무시장' 경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울시의 예산·정책·사람이 돌아가는 걸 뻔히 알고 있다, 이걸 다 동작에 가져오겠다"라며 "6·4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서울시민의 전진, 여기서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 후보는 이날 당으로부터 확실한 지원사격을 받았다. 오전 7시 30분께부터 의원들이 삼삼오오 나타나 기 후보의 출근인사에 합류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까지 합류했을 때 20여 명의 의원들이 기 후보 옆에 섰다. 처음에는 기 후보에게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주민들도 안 대표 등이 등장하자 기 후보의 손을 반갑게 잡았다.

이후 오전 10시부터 이어진 남성시장 유세는 '전략공천' 파동으로 갈등을 겪은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기 후보와 함께 하며 '화해'의 모습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허 전 위원장은 "내 사랑을 온전하게 기동민에게 보여 달라"라고 호소했다. 허 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기 후보는 "어제부로 내 이름은 기동준으로, 허동준은 허동민으로 개칭하기로 했다"라며 "둘이 크게 하나 돼서 최선을 다해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상인과 만나면서도 기 후보는 "허동준 손잡고 따라왔다"라고 운을 뗐고, 허 전 위원장은 "나라고 생각하고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노회찬] "공주냐 비서냐 머슴이냐, 내가 머슴이 되겠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가운데는 지원에 나선 심상정 원내대표.
▲ 인사하는 노회찬 후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가운데는 지원에 나선 심상정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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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공주를 뽑을 것이냐 비서·오른팔을 뽑을 거냐, 머슴을 선택할 것이냐다."

나경원 후보를 '공주'로 기동민 후보를 '비서·오른팔'로 표현한 노회찬 동작을 정의당 후보는 '머슴론'을 설파했다. 남성시장 내 동작 2동 주민센터 앞에서 유세를 펼친 그는 "노회찬이 머슴이 되겠습니다"라며 "무수한 거물 정치인이 왔다갔지만 그들이 동작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일 잘하는 머슴'으로서 그는 소상공인보호와 지원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노 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바로 박원순 시장을 만나서 동작구 상업용지를 서울시 평균 수준으로 높여달라고로 요구하겠다"라며 "7호선 이수역에서 남성역까지 죽어버린 거리를 장사 잘 되는 거리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나경원 후보의 '강남 4구'론에는 "나 후보는 아직도 강남을 잊지 못하는 거 같다, 정신적으로는 강남구민인 거 같다"라며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 200만 원도 못 버는 자영업자들이 30%가 넘는데 강남처럼 집값만 오르면 어떻게 하냐"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원내대표와 김제남 원내대변인, 서기호 의원도 유세현장을 함께하며 노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섰다.

노 후보는 이날 확실한 '인지도'로 승부했다. 출근 중에도 '인증샷'을 찍자고 요청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6시 50분께부터 남성역 안에서 출근인사를 하는 노 후보를 향해  반가움을 나타내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등산모를 쓴 한 중년남성은 "노 의원이 제일 좋아"라고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오후에 이어진 남성시장 유세에서 몇몇 시민은 "팬입니다", "잘 되실 겁니다"라며 노 후보를 격려했다.

[유선희·김종철] '3파전 프레임'에 갇힌 군소 진보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거리인사하는 유선희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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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기동민-노회찬' 3파전 구도 하에서도 묵묵히 지역을 다지는 후보들도 있다. 바로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종철 노동당 후보다.

유선희 후보는 이날 오전 남성역 앞 출근인사에서 일일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손을 맞잡았을 땐 "진보당이 살아야 정치가 바뀝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기동민·노회찬 후보와 함께 의도치 않게 함께 출근인사를 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지역에서 야권후보들 지지율이 낮아서"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유 후보는 이날 출근인사 뒤 이어진 유세에서 '진보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나경원 후보는 친환경무상급식을 거품 물고 반대했던 사람 아니냐,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라며 "야권이 나뉘어져 어부지리를 주는 것 아닌가?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통합진보당을 '종북'이라 매도하는데 이는 과거 독재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했던 수법과 똑같은 것"이라며 "'종북' 색깔론은 사실 새정치연합을 겨냥한 것이다, 야권연대를 못하게 분열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책략"이라고 강조했다.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거리인사하는 김종철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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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노동당 후보는 이날 야권후보 중 유일하게 이수역 13번 출구 앞에서 출근인사를 했다. 이미 동작을 지역구에서만 세 번 출마했던 그답게 김 후보를 알아보는 주민들도 있었다(관련기사: 진보진영에서만 후보 셋... 답답하고 황당하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김종철입니다, 손 한 번 잡아주세요"라고 손을 내미는 그를 뒤에서 껴안으며 격려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는 "주민들이 저를 보면서 '어디서 본 사람인데'라고 갸웃하시다가 손을 내밀면서 인사하면 알아봐주시는 편"이라며 자신이 오랫동안 지역을 지킨 일꾼임을 강조했다. 또 "이번에 진보후보만 3명이 나오면서 새누리당·새정치연합과 차별화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 제가 동작에서 살아온 지역의 진보후보임을, 다른 사람들은 (낙선되면) 떠날 사람임을 강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심] "이제 둥지 틀 사람 필요하다, 여당 쪽으로 기운다"

'민심'은 그리 야권에 녹록지 않았다.

남성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장주영(55)씨는 "다들 잠깐 있다가 철새처럼 날아가는데 이제 둥지를 틀 사람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분위기로는 나경원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최 아무개씨 역시 "동작이 원래는 뿌리 깊은 야당 지역이었지만 부동산 등의 영향이 크고 외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다"라며 "이제는 인물로 좌우되는데 여당 쪽으로 기우는 거 같다"라고 민심을 전했다.

노 후보를 지지한다는 박상수(62)씨는 "국회에서 제일 바르신 분인데, 저런 분이 국회로 가야 한다"라며 "야권이 지명도 낮은 후보를 낼 게 아니라 야권이 힘을 합쳐서 지원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본래 야권을 지지해왔다는 윤 아무개(56)씨는 "야권이 4파전이다, 노회찬 후보랑 기동민 후보가 서로 표를 나눠 갖게 될까 불안하다"라며 "나는 기동민 후보가 되길 바라지만 여론이 별로 좋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노 후보를 발견한 한 주민도 "(야권이) 합쳐야지, 안 그러면 새누리당 도와주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연대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당대당 야권연대를 제안했지만 새정치연합이 답이 없다, 21일 전까지 단일화 하지 않으면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게 된다"라며 "이번 주말까지 답이 없으면 야권연대는 새정치연합에 의해 무산된 걸로 간주하고 앞만 보고 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 후보는 "야권연대에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끼리 연대부터 얘기하면 벌써부터 정치 공학 얘기 하냐고 하실 것"이라며 "일단 신뢰를 쌓는 게 1차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태그:#7.30 재보선, #나경원, #기동민, #노회찬 , #동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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