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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커피전문점 A지점에서 2013년도엔 5000원, 2014년엔 55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점장 없이 아주 가끔 사장이 내려와서 꼬장을 부리던 아담한 지점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아르바이트들끼리 규칙도 만들고, 진상손님 대처법이나 악덕 사장 대응법도 개발하며 재미있게 일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가 오래가진 않았다.

어느 날, 사장이 지점에 점장을 세웠다. 그 점장은 출근 첫날, 매장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 두 명에게 '매장에서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 했다고 한다. 반말로 소리를 지르면서. 이날 나대신 오전 근무를 한 친구들이었는데….

매장 오픈 때부터 일하던 아이들이었고, 부실했던 카페를 사실상 완성시켜준 장본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을 점장은 단번에 '잘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을 일하던 중 너무 배가 고파서 자신들이 사온 과자를 먹다가 '해고'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점장의 부당해고에 대해 노동청의 도움을 받으려는 이들의 시도도 실패로 끝이 났다. 너무도 당연하게 보이는 '부당해고'였는데도 우리가 구비해야 할 자료는 너무나 많았고, 알아야 할 노동법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점장은 나를 포함해 남은 알바생들의 적이 되었다. 우리들은 점장과 싸우기 시작했고 매장 내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우리들은 근로계약서를 쓰고도 받지 못한 주휴수당을 모두 주겠다는 점장의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그 알바를 그만 두었다.

전쟁같은 6시간, 1시간에 19만 원 어치 팔기도

내가 일하는 시간대에는 한 시간 평균 11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정말 바쁠 때에는 19만 원 넘게 판 적도 있었다.
 내가 일하는 시간대에는 한 시간 평균 11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정말 바쁠 때에는 19만 원 넘게 판 적도 있었다.
ⓒ free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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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나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한 달 20만 원의 용돈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에 가는 교통비, 점심 한 끼를 빼면 항상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핸드폰 어플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며칠을 검색해 찾은 곳은 우습게도 같은 커피전문점의 다른 B지점이었다.

B지점은 집에서 꽤 먼 곳에 있었는데, 나는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친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지점까지 면접을 보러 갔다. 그렇게 나는 B지점에서 시급 5300원을 받고, 주말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2014년 최저임금 5210원보다는 많지만, 2015년 최저임금 5580원보다는 적다. 그리고 같은 커피전문점이라도 매장에 따라 주는 시급은 다 다르다, 최저임금보다 많으면 그만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점은, 근로계약서를 쓴 것(아직 교부받진 못했지만)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상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다. 근무 시작 10분 전이나 5분 전에는 매장에 도착해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탈의실이 없다는 것. 그래서 매장 옆에 있는 건물 지하 창고를 이용한다. 문제는 그 창고 높이가 너무 낮아서 쪼그려 앉아야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 일어났다가는 머리를 천장에 박아야 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곧바로 매장으로 올라가면, 12시에 맞춰 손님들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관광지 앞이라 그런지 외국인 손님도 정말 많이 온다. 내가 일하는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평균 11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정말 바쁠 때에는 19만 원 넘게 판 적도 있었다. 빙수와 한 번 만들면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스무디 음료를 포함하여 약 45잔 정도를 팔면 그 만큼의 매출이 나온다.

정말로, 정말로 매장이 '더럽게 바쁘다'. 이럴 때는 6시간 동안 한 번 앉기 힘들 때도 있다(사실 알바가 셋인데 의자가 하나밖에 없는 탓도 있다). 일이 없을 때는 계속해서 홀을 돌면서 정리해야 한다. 책상 줄에 맞추어야 하고, 테라스에 음료를 시키지 않고 앉아있는 손님들을 내쫓아야 하며, 음료 만드는 곳을 청소해야 한다.

'이것은 착취'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시급 5300원

탈의실이 따로 있지 않아서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천장이 낮아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다.
▲ 유니폼을 갈아입는 창고 탈의실이 따로 있지 않아서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천장이 낮아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다.
ⓒ 진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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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옆 건물 지하 창고에 있는 재료를 꺼내려면 그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규칙도 엄격해서 얼음의 양이나 커피가 내려지는 초가 맞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에어컨을 켜놓는데도 더울 때가 많다. 집에 갈 때쯤이 되면 너무 힘들어서 서 있을 기운이 없다. 그런데, 지하철에는 늘 자리가 없다.

사장님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단 1분도 더 일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5분에서 10분 더 일을 할 때는 매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크 시간일 때 '내가 가버리면 다른 알바들이 힘들까봐' 그렇다. 아르바이트 노동을 사랑하기에는 내 시급 5300원이 너무 낮다.

겨우 최저시급보다 1분에 1.5원 더 받는 시급으로 한 시간 19만 원의 매출을 올려주는 게 솔직히 억울하기까지 하다. 최저임금이 1만 원 정도 된다면, 알바 시간을 줄이고 공부나 여가 시간을 좀 더 활용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내 삶도 지금보다 덜 팍팍하지 않을까?

예전에, '당신은 당신의 알바를 사랑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들은 적 있다. 시급도 코딱지만큼 주면서 자신이 하는 알바를 사랑하라는 건 너무 잔인한 처사가 아닐까. 그나마 한가했던 예전 A지점 아르바이트보다도 적은 시급을 받으며 '착취당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더 많이, 성심성의껏 일해도 어차피 시급 5300원인데 뭘. 5300원의 시급이 나를 내 일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알바노조 조합원입니다.



태그:#알바, #아르바이트,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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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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