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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 제2롯데월드(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 제2롯데월드(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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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바벨탑이 올라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역 부근에 지하 6층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건설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다. 롯데물산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제2롯데월드는 3조5000억 원의 건설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건설 사업이다.

대규모 복합단지인 제2롯데월드는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으로 구성된다. 국내 최고층 건물로 설계된 롯데월드타워에는 전망대를 비롯한 6성급 호텔, 오피스텔, 아트갤러리 등이 입점할 계획이다. 지난 6월 9일 롯데가 서울시에 임시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에비뉴엘동에는 명품 백화점과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쇼핑몰동의 경우 2000여석의 클래식전용 콘서트홀과 아쿠아리움이 입주하고, 엔터테인먼트동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마트가 입점할 계획이다.

재일교포 사업가 신격호가 박정희 정권의 부름을 받아 국내 사업에 진출한 때는 1967년이다. 그해 롯데제과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는 성장을 거듭하여 2014년 현재 5개 사업부문에 74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재벌로 변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관광, 유통회사인 롯데그룹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83조 원에 이르며, 기업브랜드 가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17위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업 분야는 식품, 백화점, 호텔 등 의식주 관련 사업이다. 롯데그룹이 사람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의식주 관련 사업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철학과 무관치 않다. 신격호 회장의 좌우명은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뜻의 '거화취실(去華就實)'이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신격호 회장의 고집과 집착

 제2롯데월드는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에비뉴엘동, 쇼핑몰(월드몰)동, 엔터테인멘트동으로 구성된다.
▲ 제2롯데월드 도면 제2롯데월드는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에비뉴엘동, 쇼핑몰(월드몰)동, 엔터테인멘트동으로 구성된다.
ⓒ 롯데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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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는 실속을 중시하는 그의 좌우명에 반하는 사업이다. 1988년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에 8만7182㎡(2만6373평)의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된 제2롯데월드는 2016년 롯데월드타워 완공까지 28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크고 작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면서 추진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막대한 건설비와 사회적 유·무형의 비용을 감안 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다. 그럼에도 28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과 쇼핑몰, 극장 등을 망라한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신격호 회장의 집착 때문이다.

"지금의 롯데월드는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더 이상 확장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제2롯데월드를 지어 지금의 롯데월드와 연결하여 서울의 명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21세기 첨단 산업 중의 하나가 관광입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구경거리가 별로 없어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시설을 조국에 남기려는 뜻밖에 없습니다. 놀이시설도 호텔도 제대로 한 번 세울 겁니다." - <롯데와 신격호>, 27쪽

이쯤 되면 제2롯데월드에 대한 신격호 회장의 고집과 집착은 종교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돈 많은 한 늙은이의 호사스러운 노욕으로 인해 국가의 안보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데 있다.

이명박 정부, 국가 안보를 내팽개치다

2008년 4월 28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허가에 미온적인 이상희 국방부장관을 질책하면서 "날짜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공군 수뇌부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했다. 그 이유는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5km 거리에 위치한 성남공군기지(성남공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공군은 성남공항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동편 활주로 각도를 7° 틀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럴 경우 1조200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면서 롯데에 제2롯데월드 사업을 불허했다. 당시 공군은 신축 건물의 높이를 203m(50층 안팎)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하는 김은기 총장을 해임하고 이계훈 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제2롯데월드 계획의 허가는 기정사실화되었다. 2008년 저층부 건축 허가를 받아낸 롯데는 민관 합동회의와 두 번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거쳐 2009년 3월 사실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공군은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기지의 안보상 기능이 유지되고 비행 안전에 문제점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배포했다.

당시 국방부는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를 3° 트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3000억 원은 롯데 측이 담당할 몫이었다. 그러나 활주로를 7° 트는데 소요되는 비용 1조2000억 원에 비하면 무려 9000억 원이나 적은 액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 동기가 사장으로 있는 롯데물산에 초고층 빌딩 계획 승인을 해주면서 9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특혜를 베푼 셈이다.("'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 원 특혜주나", <시사인> 75호)

마침내 2010년 11월 11일 롯데는 송파구청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최종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건축허가가 나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짜맞추기식 비행안전검증용역에 의한 허가라며 반발했고, 군 전문가들은 유사시 성남공항의 군사 안보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제2롯데월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 제2롯데월드(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제2롯데월드는 싱크홀 논란을 빚고 있다.
▲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 제2롯데월드(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제2롯데월드는 싱크홀 논란을 빚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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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현재 롯데월드타워의 공정률은 70%에 이른다. 에비뉴엘동과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은 지난 6월 9일 서울시에 임시사용 승인서를 제출했다. 롯데는 공기단축과 저층부 조기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서둘렀고, 이는 각종 안전사고를 불러왔다.

롯데측은 2013년 2월 초고층 건물을 지탱하는 상층부 기둥 11개에 균열이 발생하자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같은 해 6월 25일에는 롯데월드타워 43층 공사장에서 거푸집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자동상승거푸집(ACS) 구조물과 함께 21층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했다. 10월 1일에는 11층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치고 잠실역 10번 출구 지붕이 파손됐다.

올해 들어서도 사고는 이어졌다. 2월 16일 47층 공사장에 설치된 자재 보관용 컨테이너 박스에 용접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4월 8일에는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냉각수 배관 기압테스트를 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그는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참여하는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였다.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 13일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안전을 강조하면서 "임시 사용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소방법과 건축법을 준수했는지, 교통대책을 갖췄는지 등 모든 측면에서 엄격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크홀'은 재앙의 신호인가

2013년 11월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석촌호수의 수량이 급격히 감소하여 악취가 나고 녹조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이날 보도는 제2롯데월드 건설로 하루 평균 300t의 지하수가 유출되어 공사장 인근 석촌호 수량이 갑자기 줄어들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다음 석촌호 수위가 급속도로 낮아지면서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롯데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강물을 끌어다 석촌호 수위를 5m 안팎에 맞추고, 자연 증발이 수량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는 대응논리를 폈다. 석촌호수에 투입된 한강물의 양은 제2롯데월드 최종 건축허가가 나기 전인 2010년 11월 37만6000t에서 2011년 47만t, 2012년 66만2000t, 2013년 94만t으로 급격히 늘어났다.('한강물로 가리고 아웅?', <시사인>, 349호)

공사현장으로 유출되는 지하수의 양도 하루 평균 300t에서 450t으로 늘었다. 지하수 유출은 지하수위의 변화를 의미했고 이에 따른 싱크홀의 발생이 우려됐다. 그리고 그 불길한 조짐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9일 오전 7시께 석촌호수 동호(東湖) 옆 방이동 골목길에서 지름 50㎝, 깊이 20㎝ 크기의 구덩이가 발견된 것이다. 닷새 뒤인 7월 4일에는 방산초동학교 인근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의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서울시는 교통·안전·건축·구조·소방방재 등 관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시민자문단'을 구성했다. 시민자문단은 6월 25일 1차 회의를 개최하고, 7월 1일 공사현장을 방문,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리고 7월 16일 시민자문단은 회의를 열고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민자문단의 의견을 수용,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을 불허했다. 불허와 함께 교통체계개선(TSM) 사업 완료, 중앙버스정류소 설치, 공사·재난안전대책 수립, 교통수요 관리계획 등 관련 자료 21건을 제출하라고 롯데측에 요구했다.

바벨탑의 저주를 막으려면...

123층 높이로 건설되는 롯데월드타워와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이 차례로 보인다. 지난 6월 29일 이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 방이동 쪽에서 바라본 제2롯데월드 123층 높이로 건설되는 롯데월드타워와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이 차례로 보인다. 지난 6월 29일 이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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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상시고용창출, 연간 1조원 규모의 상권 형성, 연간 150만명 해외관광객 유치, 3천억 원 관광 수입.'

시행사인 롯데물산 블로그에 소개된 제2롯데월드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이다. 롯데물산의 예측대로라면 제2롯데월드의 미래는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2013년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어 적자로 돌아섰고, 시행사인 롯데물산 또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개장 이후에도 제2롯데월드는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의 자금 압박을 가중시키는 골칫덩이가 될 전망이다. 제2롯데월드에 투입된 막대한 건설비에 대한 이자비용과 시설 운영비에 따른 압박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상권이 겹치는 것도 문제다. 이미 기존 롯데월드에 백화점, 호텔, 영화관, 마트가 존재한다. 명품관의 경우 인근의 갤러리아 명품관, 압구정 현대백화점 등과 경쟁해야 한다. 강남 도심에서 벗어난 입지 조건도 문제다. 롯데타워 사무공간의 공실률 또한 높아 보인다.

또 국내 최고층 건물의 완공되면 잠실역 일대의 교통체증과 주차난과 환경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롯데 측이 약속한 지하버스 환승 주차장은 2016년 4월 준공될 예정이다. 상시적인 교통정체지역인 제2롯데월드 주변의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없는 상황에서 조기 개장을 승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제2롯데월드 주변에 발생한 싱크홀 현상에 대한 면밀한 안전진단이다. 더불어 제2롯데월드를 비롯한 초고층 빌딩이 밀집된 잠실역 일대의 화재, 항공사고, 경관파괴, 고에너지 사용 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보다 철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발동, 롯데월드타워 건설 공사를 전면 중단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건설 공사를 중단시킨 뒤 지하수 유출과 석촌호 수위 변화를 분석하고, 지하수위 변화와 싱크홀의 연관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이 각광받던 시대는 지났다. 31빌딩과 63빌딩은 70~80년대 개발시대를 상징했다. 타워팰리스는 2000년대 부동산불패 신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며 추진된 제2롯데월드는 2014년 대한민국의 바벨탑이다. 어느 돈 많은 늙은이의 호사스러운 노욕에서 비롯된 탐욕을 다잡아야 할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전상봉 기자는 서울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제2롯데월드, #싱크홀, #신격호,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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