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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하면 인삼과 녹용이 제일 먼저 연상됩니다.
 보약하면 인삼과 녹용이 제일 먼저 연상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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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황탕, 계지탕, 소룡청탕, 백호탕, 사군자탕, 완대탕, 귀비탕, 생화탕, 평위탕, 저령탕…, 탕·탕·탕 거리며 읽고 있지만 이게 도대체 뭐를 가리키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전문용어들이 그러하지만 한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한의사들이 해주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를 새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처방을 내리며 해주는 설명도 그렇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처방해 주는 약을 꼬박꼬박 먹고 있으면서도 그 약에 무엇이 얼마만큼이나 들어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마시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각각의 약초는 왜 그만큼씩만을 넣었는지도 모르고, 그때 마셔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그렇게 먹으라고 하니 그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 일거라 생각합니다.

세세대대로 전승되는 명방을 수록한 <명방 60수>

<명방 60수>(上)(下)(송영강 편저 / 옮긴이 정기훈·이주호·전진현 / 도서출판 문진/2013년 12월 24일 초판/각 2만 원)
 <명방 60수>(上)(下)(송영강 편저 / 옮긴이 정기훈·이주호·전진현 / 도서출판 문진/2013년 12월 24일 초판/각 2만 원)
ⓒ 도서출판 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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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방 60수>(上)(下)(송영강 편저 / 옮긴이 정기훈·이주호·전진현 / 도서출판 문진)에서 소개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명방은 다년간 임상을 거쳐 효과가 확인된 것들이 세세대대로 전승되며 역대 의가들에 의해 그 치료효과가 공인된 것들입니다.

임상을 거쳐 그 효과가 확인돼 세세대대로 전승되는 명 처방 60가지를 두 권, <명방 60수>(上)과 <명방 60수>(下)로 나누어 각각 30 수(가지) 씩을 수록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하나하나의 명방이 어디에서 유래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는 내원(來源), 어떤 것들이 들어가는지를 알 수 조성(組成), 각각의 약초들이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씩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는 제량(劑量)),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용법(用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법에 이어, 들어가는 약초(약물)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섞는 방법을 알려 주는 배오(配伍), 제조한 한약들이 어떤 질병이나 증세에 효과적인 지를 알 수 있는 응용(應用), 증세나 상황에 따라 사용량을 가감해 응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가감(加減), 명방 효과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명가논술(名家論述)이 덧대어지는 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냥 복용하기만 했던 한약 중 책에서 수록하고 있는 60가지 중에 있는 한약에 대해서는 그 유래뿐만이 아니라 조성, 제량, 용법, 배오, 효과, 가감 등을 충분히 어림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시대별 용량단위가 달라 자칫 애매모호할 수도 있는 사용량(제량)을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램(g)단위로 환산해 설명하고 있어 그 양을 분명하게 계량할 수 있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조성(組成)에서는 숙지황, 당귀, 대조, 인삼, 감초처럼 귀에 익숙한 한약재부터 그동안 들어본 적이 없었던 한약재에 대한 성상과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어 한약재에 대한 이해를 넓혀줍니다.

저자는 방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통속화, 간단화, 대중화고, 방제(方劑)의 임상응용 및 그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서술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한자로 된 용어들을 읽고 이해하는 게 녹녹치 않은 것으로 봐 최소한 한의학을 전공 한 초학자 눈높이는 돼야 별 어려움 없이 새길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여름철 우물물이 겨울철 우물물 보다 위해하다고?

여기에서 제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여름철 우물물의 온도가 겨울철 온도에 비하여 결코 낮지 않지만, 낮게 느껴지는 원인은 인체와 우물물 온도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름철에 우물물로 빨래를 하는 것은 인체에 대한 危害가 매우 크다. 여름에는 인체의 腠理가 疏松해지고 肌膚의 온도가 높은 편이므로, 외부에서 한냉한 우물물이 侵襲하면 관절염과 같은 종류의 질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생활하면서 당연히 삼가고 또 삼가야 한다. -<명방 60수>(上), 318쪽

재래시장에서도 한약재를 파고 있지만 한약시장엘 가면 별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도 한약재를 파고 있지만 한약시장엘 가면 별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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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손발동상, 견관절주위염, 경추질환, 류머치스성관절염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처방한다는 '당귀사역탕'을 설명하는 '응용應用' 중 일부입니다. 여름철 우물물이 겨울철 우물물 온도보다 낮게 느껴지는 원인은 '인체와 우물물 온도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체온은 계절에 상관없이 37℃ 정도로 일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물물은 겨울에는 10℃가 넘지 않을 것이며, 여름에는 20℃가 넘을 겁니다. 이런 경우 인체온도와 우물물 간 온도차는 겨울에는 27℃, 여름에는 17℃가 차이나 결코 여름철 온도차가 겨울철 온도차 보다는 크지 않습니다. 여름철 우물물은 시원하거나 차가운 정도이지만, 겨울철 우물물은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몸이 굳을 정도로 시린 게 사실입니다.

그러함에도 책에서는 '여름에는 인체의 腠理(주리, 살가죽 겉에 생긴 자디잔 금)가 疏松(소송, 푸석푸석)해지고 肌膚(기부, 살가죽)의 온도가 높은 편이므로, 외부에서 한냉한 우물물이 侵襲(침습)하면 관절염과 같은 종류의 질병에 노출되기가 쉽다.'고 설명하고 있으니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한의학을 깊이 공부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깊은 뜻이 숨어있을지는 모르지만 보편적 상식으로는 쉬 이해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오묘한 오행 원리, 칠판이 검은색이 이유에 들어 있어

책을 읽다보면 이처럼 쉬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허를 찔린 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설명들도 간간히 이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대추를 대조大棗라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대추를 대조大棗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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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수업 중에 가장 많이 보는 흑판에 대해 이야기하다면, 내가 줄곧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누구의 발명인가?'와 '검은 판에 하얀 글씨를 쓰는 것과 하얀 판에 검은 글씨를 쓰는 것이 어떻게 다를까?'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사용하는 검은 판에 하얀 글씨를 쓰는 것과 하얀 판에 검은 글씨를 쓰는 것을 中醫學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라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아주 간단하다. 중의의 오행 이론으로 해석한다면 흑색은 腎(水)의 색이고, 腎은 肝의 母이므로, 흑판은 母生子의 이치에 부합하니, 즉 水生木이다. 그리고 흰색은 肺(金)에 속하니, 金克木이다. 앞은 相生이 되고 뒤는 相剋이 된다. 당연히 흑판이 눈에 유익하다. 얼마나 상생, 상극이 현묘한가! 또한 솔직한 常識을 이용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욱 납득이 가게 한다. -<명방 60수>(下), 63쪽-

동양학이나 한의학과 관련된 글들을 읽다보면 빠지지 않는 게 오행 이론입니다. 쉬 적응되지 않아 자칫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오행 이론을 이처럼 쉽게 알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예로 설명하고 있어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며 이해를 도와줍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를 통해 '본서가 초학자들에게 하나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건지고, 병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는 인술보다 출세 지향적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 되기를 강조해서 인지, 그 어떤 명방 보다 앞서야 할 고통에 대한 연민이나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결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읽고, 언뜻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의학을 전공하거나 한의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보면 볼수록 전문지식을 공공이 해주고 학문적 깊이와 가치를 더해주는 좋은 전문지식을얻게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명방 60수>(上)(下)(송영강 편저 / 옮긴이 정기훈·이주호·전진현 / 도서출판 문진/2013년 12월 24일 초판/각 2만 원)



명방 60수 - 下

송영강 엮음, 정기훈.이주호.전진현 옮김, 문진(2013)


명방 60수 - 上

송영강 엮음, 정기훈.이주호 옮김, 문진(2013)


태그:#명방 60수, #정기훈, #이주호, #전진현, #도서출판 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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