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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그는 지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김광석을 잇는 싱어송 라이터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는 뮤지컬을 통해 김광석의 음악성과 감성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그는 지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김광석을 잇는 싱어송 라이터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는 뮤지컬을 통해 김광석의 음악성과 감성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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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가객' 김광석과 닮은 구석이 있는 싱어송 라이터 박창근(42). 박창근은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다.

김광석이 그러했듯 박창근도 대학시절 노래패 활동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대한 호평과 인기는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박창근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열창은 김광석의 음악을 잘 전해준다고 평가받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배제하고 소극장 같은 소박한 무대 연출, 놀랄 만큼 김광석과 비슷한 음색과 감성으로 노래하는 박창근, 배우들의 라이브 연주와 노래가 잘 어우러져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낸다. "김광석의 노래와 감성을 가장 잘 담아낸 뮤지컬" 속 박창근은 그렇게 '김광석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려 한다.

2012년 11월 대구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서울 대학로 등 전국 소극장을 중심으로 올 5월까지 300여 회 진행됐다. 7만여 명이 관람하면서 '김광석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는 24~27일에는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박창근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기 비결을 묻자 "가장 큰 힘은 김광석과 그의 노래"라며 "완전하지 못하지만 김광석을 오롯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에게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뮤지컬 배우로 더 알졌지만, 그는 이미 음악성을 인정받은 싱어송 라이터다. 2005년 발매한 2집 앨범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은 한국대중음악상 '평론가들이 주목한 올해의 음반'에 선정되기도 했다. 록 밴드 '가객', 프로젝트 밴드 '이유'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그는 1999년 솔로 1집 앨범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동물원의 감성과 노찾사의 의식'이 날 노래로 이끌었다

그가 싱어송 라이터로서 음악을 하게 된 것은, 노래패 활동을 하던 1991년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장의 포스터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광석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속 문구다.

'동물원의 감성과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의식이 탄생시킨 이 시대의 음유시인 김광석.'

그는 이 문구를 보고 찌릿했다. 당시 음악이나 감성보다 의식과 투쟁성을 강조하는 민중가요 노래패에 고민이 있던 차였다. 이 문구는 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갈증이 풀렸다. 그 포스터를 보는 순간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광석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무작정 공연장을 찾았다.

"김광석의 노래를 아주 좋아하지만 그의 창법과 음악 스타일을 롤 모델로 삼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회적 의식을 감성적인 음악에 담아 내는 점과 소극장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듯 노래하는 뮤지션의 가능성을 봤다. 그렇게 대중에게 인정받았던 음악인 김광석을 롤 모델로 삼게 됐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고 있는 '김광석 붐'이 반가우면서도 달갑지만은 않다. 지나친 상품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겁이 난다"고도 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김광석과 그의 음악(정신)은 사라지고, '상품으로서 김광석'만 있는 경우가 없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잠시 자괴감이 들어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우리만의 색깔로 보여주고 평가 받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광석의 음악이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한 철 유행가처럼 치부되는 '반짝 히트 상품'으로 취급받지 않길 바랐다.

그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찾는 관객에게도 당부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관람하는 분들이 김광석과 그 시절을 추억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광석이 그랬듯 진솔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 문화가 되살아나도록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김광석 붐'이 발전적으로 재생산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김광석을 보여주려는 노력에 관객들 호응"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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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이금구 엘피스토리 대표가 김광석을 소재로 영화 제작을 위해 출연을 제의했는데 거절한 것으로 안다.
"당시 김광석을 소재를 한 영화 <그날들> 시나리오를 들고 이금구 대표(뮤지컬 제작사)가  찾아 왔다. 그런데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김광석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보기엔 의미가 부족했다. 그리고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영화를 망칠 것 같았다. 그래서 거절했다."

- 뮤지컬 출연은 왜 하게 됐나.
"2012년 어느 날 뮤지컬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여전히 연기에 자신감이 없었다. 가식적으로 연기할 것 같다는 걱정에 머뭇거렸다. 그런데 이금구 대표가 '연기라기 보다는 노래에 더 집중하고 싶다, 김광석의 필(감성)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느낌과 추억을 전해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노래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라면 할 만하지 않을까. 늘 하던대로 노래하면 되겠다 싶었다."

- 뮤지컬이 평단의 평가는 물론 대중성에서도 성공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힘은 김광석과 그의 노래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대형 기획사의 공연처럼 무대가 화려하지도 못하고, 시나리오가 아주 특별히 재밌거나 센세이셔널 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김광석을 오롯이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마음이 관객에게 전해진 거 같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을 모두 보더라. 이 분들이 우리 뮤지컬에 대해 '김광석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어서 좋았다'고 했다."

- 배우로서 관객과 무엇을 공유하고 싶나.
"김광석은 기타와 하모니카 하나 들고 그 시절 우리에게 위안을 주었다. 김광석이 그랬듯 세상사에 지친 관객을 위로 하는 공연이 되련다. 살다보면 지쳐 힘들 때가 있다. 그 때 찾고 싶은 '소극장 풍경' 공연이랄까. 고민이 많을 때 생각나는 친구같은 공연이면 족하다. 그런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아 기쁘다."

- 대학 시절 김광석의 공연장을 자주 찾았다는데.
"대학 1학년 때 노래패 활동을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 한 장이 김광석의 공연장으로 날 이끌었다. 포스터 문구는 '동물원의 감성과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의식이 탄생시킨 이 시대의 음유시인'이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찌릿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에 김광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공연장을 찾았다. 가난했던 내가 처음으로 돈을 내고 본 공연이었다."

- 그 문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나.
"나는 들국화와 산울림을 좋아한다. 특히 산울림의 음악적 감성이 좋다. 노랫말과 멜로디가 좋았다. 동물원의 감성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과 정의로운 생각을 노래로 표현하는 게 민중가요다. 당시 음악보다 의식을 더 강조했던 민중가요는 투쟁가라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감성을 함께 담아낸 그의 음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광석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관객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울고 웃고 호흡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 몇 년 사이에 '김광석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그를 모티브로 한 공연, 앨범 발매 등이 활발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광석에게서 받은 감동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우리 뮤지컬이 어쩌면 승산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시작한 이후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로 김광석, 김광석 하더라. 대형 기획사들이 잇따라 작품을 만들고. 사실 김광석과 그의 노래, 감성이 너무 상품화되는 것 같아 겁이 났다. 조심스럽지만 김광석과 그의 음악(정신)은 사라지고, '상품으로서의 김광석'만 있는 경우가 없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 '김광석의 감성을 가장 닮은 가수다', 혹은 '김광석을 잇는 싱어송 라이터'라는 평가가 있다. 뮤지컬의 인기로 박창근과 김광석이 오버랩된다. 자기 음악을 하는 박창근에게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과찬이다. 감사한 평가다. 관객들이 나의 노래를 듣고 김광석을 추억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나를 인정해 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나의 음악은 음악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노래는 김광석 스타일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 음악을 할 거다. 그래서 마음 편하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극중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대구 출신 음악인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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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 공연 문화와 관객과 소통을 강조하는데. 
"나는 김광석 공연장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듯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또 이런 공연으로 대중에게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됐다. 자기만의 음악과 공연으로 소극장 공연 문화를 싹틔운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닮고 싶은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롤 모델이다. 다른 이들도 많지만 나의 음악적 성향은 닐 영(캐나다 싱어송 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이 맞다. 그가 내 취향이다."

- 밴드 활동을 할 때를 제외하면 고향인 대구에서 줄 곧 활동을 한다. 문화적 토양, 공연 시장 등 여러 여건 상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 지역에서 대중 문화를 활성화 한다고 의미부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오히려 대구에서 공연을 잘 못한다. 대구보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하는 공연이 더 많다. 음악인에게 출신 지역과 생활 근거지는 중요하지 않다. 생활 근거지는 지역이지만 활동은 전국 곳곳이 되어야한다. 뮤지션으로서 지역 대중문화를 활성화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자기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
"그냥 먹고 살 돈을 벌기 위해 노래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 내가 가진 무기는 그것 밖에 없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하는 척하지 않겠다."

- 관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나.
"요즘은 대형 매니지먼트와 매체가 만들어 낸 공연 문화에 우리가 익숙해진 것 같다. 이렇게 정형화된 문화를 감히 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 문화는 사치가 아니다. 일상영역 안에 있어야 한다. 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관람하는 분들이 김광석과 그 시절을 추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극장 공연 문화가 살아나는 데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김광석 붐'이 확대재생산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태그:#박창근, #김광석 뮤지컬 , #바람이 불어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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