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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여의도 광장과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국민서명 전달식이 열렸다.
▲ 국회의사당 앞 노란 물결 15일 서울 여의도 광장과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국민서명 전달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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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광장에 노란색 박스 416개가 진열됐다. 이 상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서명이 담겨져 있다.
▲ 상자 위 카메라. 여의도 광장에 노란색 박스 416개가 진열됐다. 이 상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서명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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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문이 열리자 겹겹이 쌓인 파란색 이삿짐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자 뒤로 내걸린 노란색 현수막에 적힌 숫자가 눈길을 끈다. '3,501,206명', 숫자와 함께 쓰인 글귀가 숫자의 의미를 말해준다. '4·16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

여의도 광장에 쌓인 416개의 상자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공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광장에 모인 유가족과 실종자 및 생존자 가족, 시민, 사회단체, 종교 단체 등의 총 인원은 1500여 명. 경찰추산은 800명이다.

오전 10시 10분, 광장을 짙게 뒤덮은 정적을 깨고 스피커를 통해 새어나온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곧 4·16특별법 제정 국민서명 전달식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입니다."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위원장의 말이다.

그의 말이 끝나가 광장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트럭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행사를 알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거쳐 다시 한 번, 광장을 가득 메웠다.

오전 10시 20분, 네모난 아스팔트 광장 위로 노란색 스티커가 붙은 사각모양의 상자가 놓여졌다. 국민 서명용지를 담은 416개의 상자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떨어진 모습이 흡사 노란 바둑판같다. 광장바닥에 덧칠해진 노란 물결과 달리 하늘은 흐릿하다. 피켓과 현수막을 손에 든 사람들의 얼굴표정이 날씨를 닮았다.

"기자님들은 사진 찍을 시간을 드릴 테니, 잠시 옆으로 빠져주세요"

더뎌가는 행사진행에 사회자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벌써 몇 번씩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 취재에 열(?)을 올렸다. 한편에서는 기자와 참가자 사이에 잠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서명용지) 박스 위 사진기 좀 치워주세요"

발언자를 등진 카메라는 피켓과 현수막, 서명운동 박스 등의 모습을 담는데 더 집중했다. 그사이 두 명의 유가족이 마이크를 잡고 핏대를 세우며, 그간의 고충과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취재진은 일부에 불과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91일. 유가족의 공허한 외침이 빌딩 숲 사이를 거쳐 사방으로 흩어진다.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 놓인 노란 종이배.
▲ 노란 종이배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 놓인 노란 종이배.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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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앞에서 떠올린 헌법 제34조 6항

오전 11시 25분, 네모난 광장에 둥근 원이 만들어졌다. 국회로 향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360도로 연결돼 띠를 이뤘다. 10분 뒤, 행렬 맨 끝에 위치한 사람이 광장을 빠져나가자 광장이 한산하다. 반면, 여의도 광장서 국회로 향하는 1.3km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낮 12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서명용지 상자 탑이 세워졌다. 본관 출입구 앞에서는 가부좌를 튼 유가족들이 굳은 얼굴로 행렬을 맞는다. 그들 옆으로는 단식농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순간, 진도체육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띠를 이룬 행렬이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 얼기설기 모여 앉았다. 잠시 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꿰차고 앉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도 역시, 취재진 대신 참가자들이 단상에 오른 발언자에 말에 호응하고 귀를 기울였다.

오후 12시 50분, 참가자 대부분이 흩어지고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지난 14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세월호 유가족들만 남았다. 계단 한편에는 서명용지 탑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뒤로 32.5m 높이의 국회의사당 본관이 우뚝 솟아 있다. 고개를 젖히자 본관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의 글귀가 시야에 들어온다. '경축 제66주년 제헌절'

기억을 더듬어 헌법 제34조 6항을 읊조려본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천만인 서명, #세월호 국민서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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