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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을 지나 끝청으로 가는 길목에는 어제 바람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야생화들이 수풀속에서 보석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청봉을 뒤로하고 한계령 방향으로 서북능선을 걷다가 끝청갈림길(해발 1600m)에서 묘하게 생긴 검은 색 꽃을 발견하였다.

무심코 지나치면 꽃이라고 볼수 없는 검은 덩어리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 보니 분명히 검은 생의 꽃이다. 이 신기하게 생긴 검은 꽃을 좀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약 50cm의 꼿꼿이 선 줄기에 종 모양으로 매달린 꽃잎에는 수 많은 잔털이 머리카락처럼 돋아나 있다.

꽃잎이 벌어지기 직전의 요강나물. 거의 검은 색이나 자세히 보면 흑갈색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요강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꽃잎이 벌어지기 직전의 요강나물. 거의 검은 색이나 자세히 보면 흑갈색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요강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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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처럼 생긴 꽃잎에 수많은 잔털이 붙어있다. 꽃부리가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선종덩굴>이라고도 한다.
 종처럼 생긴 꽃잎에 수많은 잔털이 붙어있다. 꽃부리가 종 모양을 하고 있어 <선종덩굴>이라고도 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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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피어나지 않은 것은 둥글게 목화다래처럼 달려있다. 꽃잎이 막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검은 종 모양으로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요강나물 꽃>임에 틀림없다!

요강나물(Clematis fusca var. coreana,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원산지가 한국이다. <요강나물>이란 이름은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이 요강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머리카락이 엉겨 있는 듯 수많은 잔 털로 이루어진 꽃봉오리가 아래쪽을 향하여 달려있는데, 그 모습이 종과 비슷하다고 하여 <선종덩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요강나물꽃. 꽃받침이 없고  가지사이에서 바로 꽃이 피어나는 낙엽활엽관목이다.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요강나물꽃. 꽃받침이 없고 가지사이에서 바로 꽃이 피어나는 낙엽활엽관목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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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나물, 자세히 보면 검은색 아닌 흑갈색

지구상에 검은 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들어왔다. 만약 검은 색 꽃이 존재하려면 가시광선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빛의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나 또는 그러한 색소의 조합을 갖는 꽃잎은 없다고 한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나비나 벌 등 곤충을 유인하여 수정을 하기 위함인데, 곤충의 눈에 잘 띄지 않아 모든 식물은 본능적으로 진화에 불리한 검은 색을 가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강나물도 자세히 보면 완전히 검은 색은 아니다. 얼핏 보면 검은 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흑갈색으로 꽃잎 안쪽은 연한 초록색을 띠고 있다.

꽃잎이 벌어진 요강나물꽃. 색갈이 검정색에서 점점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꽃잎이 벌어진 요강나물꽃. 색갈이 검정색에서 점점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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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나물꽃은 자칫 검종덩굴꽃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을 해보면 검종덩굴은 꽃잎 밑에 두 개의 꽃받침이 있고, 줄기가 옆으로 기는 덩굴성을 가진다. 반면에 요강나물은 꼿꼿이 선 나무줄기에 꽃받침도 없이 꽃이 한 송이씩 피어난다.

서북능선을 걷다가 요강나물과 비슷한 모양의 자주색 꽃을 발견했다. 세 장의 작은 잎이 겹잎으로 나온 이 꽃은 세잎종덜굴이다. 세잎종덩굴꽃은 암자색으로 꽃대가 길며 꽃받침이 있다. 세 장의 꽃잎이 종 모양처럼 밑으로 처지며 달린 모양이 마치 종처럼 생겼다고 하여 세잎종덩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꽃들의 세계는 보면 볼수록 오묘하고 신비하다!

세잎종덩굴
 세잎종덩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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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1982년 8월 12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대청봉에서 끝청을 통해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서북능선은 야생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긴 능선 길에 숨 가쁘게 피어있는 야생화는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힘든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이 지역에는 털진달래를 비롯하여, 요강나물, 세잎종덩굴, 자주솜대, 삿갓나물, 초롱꽃, 솜나물, 큰앵초, 눈개승마, 벌깨덩굴 등 수없이 많은 야생화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흑갈색으로 요염하게 피어나는 요강나물 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설악산에 자라나는 희귀식물들은 높은 지대에서 최악의 기후에도 적응하며 자라온 야생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높다. 이런 희귀식물은 한 번 훼손되면 인위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다. 법으로 보호를 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생태계를 길이 보호하고 보전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5월 28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서북능선을 걸으며 만난 요강나물꽃에 대한 기행문입니다.



태그:#요강나물꽃, #자주솜대, #설악산 서북능선, #설악산 야생화기행, #선종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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