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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6일 오후 3시 15분]

사흘 일정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한 일본 후미오 키시다 외무상도 이날 백화점 오픈식에 참석했다. 최고 권력자 훈센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급 관계 장관 등 최고위 관료 대부분이 이날 대거 모습을 보여 일본과의 관계에 캄보디아 정부가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 일본계 백화점 오픈식에 참석한 훈센 총리와 일본 외무상 후미오 키시다 사흘 일정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한 일본 후미오 키시다 외무상도 이날 백화점 오픈식에 참석했다. 최고 권력자 훈센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급 관계 장관 등 최고위 관료 대부분이 이날 대거 모습을 보여 일본과의 관계에 캄보디아 정부가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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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캄보디아를 점령, 잠시나마 식민통치를 했던 일본이 다시 캄보디아 공략에 나섰다. 이번엔 총부리가 아닌 엔화를 무기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태세다.

최근 캄보디아와 일본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세안-일본 수교 40주년 기념회에서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양국간 직항노선도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국 교역량은 물론이고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양국 외교관에 대한 무비자협정이 체결됐다. 총 1억4300만 달러 상당의 공적개발원조(ODA) 공여 및 엔화 차관 지원 합의도 이뤄졌다. 캄보디아를 동서로 관통, 태국과 베트남을 잇는 고속철도건설에 드는 1천억 엔가량의 프로젝트 지원도 계획 중이다.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캄보디아 대수출 품목은 자동차, 전자제품, 오토바이, 선박 등이며, 2012년 대비 2013년 9.5% 증가했고 최근 5년간 14.6% 증가했다.

때마침 6월 30일 일본계 백화점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문을 열었다. 건설비용만 2억500만 달러가 들어갔다. 태국계 자본의 7개 대형스크린 영화관, 스케이트장, 버거킹, KFC, 우리나라의 롯데리아도 이온몰에 함께 오픈했다. 피에르 가르뎅과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와 미국 청바지의 상징 리바이스도 매장을 열었다. 매장면적 총 10만8000평방미터의 이 백화점은 캄보디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덕분에 2500명의 고용효과를 얻었다.

사흘 일정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한 일본 후미오 키시다 외무상도 이날 백화점 오픈식에 참석했다. 최고 권력자 훈센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급 관계 장관 등 최고위 관료 대부분이 이날 대거 모습을 보였다. 일개 백화점 개점행사에 캄보디아 최고 수뇌부가 총출동한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일본과의 관계증진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가 얼마나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훈센 총리 "일본 기업 가버리면 캄보디아 직원들 다 죽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일본계 백화점 오픈식에 모습을 나타난 훈센 총리는 축사 도중 "일본기업이 떠나면 우리는 죽는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겼다.
▲ 일본계 백화점 오픈식에 모습을 나타난 훈센 총리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일본계 백화점 오픈식에 모습을 나타난 훈센 총리는 축사 도중 "일본기업이 떠나면 우리는 죽는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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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이자, 장시간 연설로 악명(?) 높은 훈센 총리는 이날 축하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시위나 파업 등) 그 같은 일은 하지 마라!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일본 외무상이 일본으로 돌아가면 (캄보디아인들이) 죽을 일은 없지만, 그(일본기업 투자자들)가 가버리면 이 나라에 남은 2500명 직원들은 다 죽는다."

총리의 농담 한마디에, 길고 지루한 연설에 졸음을 참아가며 앉아 있던 천여 명의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즉시, 야당과 인권단체들은 정당한 시위마저 막으려는 독재자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농담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행사장에 참석한 캄보디아인만큼은 대부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일본은 1991년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래로, 기업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캄보디아의 재건과 국가개발에 적극 참여해왔다. 현재 크메르루주 전범 특별재판소 예산의 약 50%를 기여하고 있고, 바이욘 사원 등 앙코르유적 복원사업에도 참여한 지 오래다. 이 덕분에 캄보디아 정부는 일본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이다.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최근 수년 사이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통 분야는 물론이고, 전자부품 등 제조업 분야와 금융기업들의 진출도 두드러진다. 현지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SM회계법인 양성모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불과 3~4년 사이에 캄보디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가 300개가 넘으며, 작년 한 해 동안만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가 100개를 넘는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의 두드러진 현지 진출에 대해, 일각에선 자국의 방사능 유출과 쓰나미, 지진 등 자연재해에 불안요소가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일본이 인도차이나 반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캄보디아를 오랫동안 유독 눈여겨 관찰하며 때를 기다렸고, 지금이 그 시작 단계라는 의견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 기업이 프놈펜에 짓던 42층 골드시티, 수 년째 공사 중단

한때는 한국인들의 자긍심이었으나, 한국기업의 자금사정으로 수 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이 건물은 수도 프놈펜 중심가의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에 헐값에 넘긴다는 소문도 한동안 무성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 공사가 중단된 골든시티 빌딩 한때는 한국인들의 자긍심이었으나, 한국기업의 자금사정으로 수 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이 건물은 수도 프놈펜 중심가의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에 헐값에 넘긴다는 소문도 한동안 무성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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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본의 캄보디아 진출이 눈에 띄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투자가 위축되는 듯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투자 순위 2위였다. 그런데 기업 투자 부분에서만큼은 앞섰던 한국이 최근 들어 뒤처지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주종을 이루는 섬유봉제업체와 건설기업들의 투자도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많이 위축되었다. 특히 건설분야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크게 기대를 모았던 42층 골드시티는 한국 건설사가 자금을 감당 못해 30층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사가 언제 재추진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수 년째 프놈펜 시내 한복판 흉물로 남아 있다. 한동안 중국기업으로 덤핑 매각한다는 설도 파다하게 돌았으나,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신도시로 주목을 받았던 캄코시티도 마찬가지다. 2018년 완공 계획이었던 이 신도시는 총 29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132만㎡ 부지에 시청, 금융센터, 무역센터, 국제학교, 중고층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부산저축은행이 자금을 대고 컨소시엄을 통해 건설한 이 신도시는 수 년째 완성이 덜 된 상태로 남아 있다. 자금관리도 허술해 투자금 4300억 원 중 3000억 원가량도 지출 출처를 못 찾은 상태다. 캄보디아를 황금의 땅으로 여기고 진출했던 우리나라 건설업체 10여 곳도 대부분 이곳에서 빠져나간 상태다.

한국의 중견건설그룹 부영이 1만7660세대 건설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파트 분양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캄보디아 국토부 장관과 프놈펜 시장까지 초청해 지난해 5월 기공식을 마쳤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땅만 파놓은 채 기초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영주택이 현지에 설립한 부영크메르 법인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인구가 고작 200만 명에 중산층도 두텁지 않은 도시에 그만큼의 아파트 수요가 있겠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처음 문을 연 캄보디아 증시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가 장장 5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2년 캄보디아 증권시장의 문을 열었다. 45%의 출자 비율로 투자까지 했지만, 개장 이래 수 년째 수십억 원의 적자만 냈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도 적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해외 증권시장을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를 불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증시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액면가 이하로 떨어져 수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버린 상태다. 당초 증시에 참여하기로 했던 캄보디아텔레콤 등 현지 기업들도 상장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금년 6월 상장한 대만계 봉제회사를 포함해 개장한지 3년째를 맞지만, 단 2개 종목만 상장된 초미니 증권시장이다. 현지에 진출한 동양증권도 프놈펜상수도공사 한 곳의 기업공개(IPO)를 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자금 25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 증권시장의 관리시스템 강화와 상장기업 유인 확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과연 그런 거액을 연구개발과 컨설팅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과연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현지 증권시장이 활력을 되찾게 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괜한 일에 나랏돈을 쓴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현지에서는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외화 유출입 자유롭고 투자 규제도 적어 주변국이 탐내는 시장

일본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백화점 식당과 식품코너는 온통 일본 음식과 식료품으로 넘쳐난다. 1개에 약 8달러 정도 하는 생선초밥 도시락 코너에서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의 풍경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 일본계 백화점 식품코너의 모습 일본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백화점 식당과 식품코너는 온통 일본 음식과 식료품으로 넘쳐난다. 1개에 약 8달러 정도 하는 생선초밥 도시락 코너에서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의 풍경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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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1인당 국민소득이 1천 달러 남짓한 가난한 나라다.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봤을 때는 별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 투자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 나라는 외화 유출입이 자유롭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도 이웃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가 자본들이 탐을 내는 시장이다.

태국과 베트남으로 접근하는 것도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내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 이러한 지리적 요건 때문에 교역이 더 활기를 띠어 인도차이나 반도 내에서도 투자가치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 정치적인 불안감만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장차 기대해볼 만한 성장가치가 높은 나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캄보디아의 오랜 우방이자 캄보디아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아온 중국도 바로 그런 점을 주목하고, 최근 들어 캄보디아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캄보디아 남북을 잇는 400킬로미터 산업철도 공사를 비롯해 100만 톤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준비하는 등 도로, 다리, 항만, 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진출이 단연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한때나마 캄보디아 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 후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이 전 대통령이 과거 훈센 총리의 경제고문이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양국 경제협력도 활성화되고 투자논의도 왕성히 이뤄졌다. 그러나 처음에 소리만 요란했을 뿐, 사업 검토 초기단계에서 좌초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일본이 최근 백화점을 지은 부지는 과거 우리나라 GS건설이 주상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사들였던 땅이다. 그러나 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사태로 환율이 1달러에 1500원까지 치솟자, 건설을 포기하고 일본에 팔았다. 한국이 투자하려던 땅을 다시 일본이 사들여 일본 백화점을 지었다는 사실이 지금 양국 기업들이 직면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섬유봉제산업에 주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대(對)캄보디아 투자 2위국이다. 그러나 최근 유혈사태로 번진 노조 파업 사태 외 인건비 상승으로 섬유봉제기업들의 추가 진출도 거의 끊어진 상태다. 다른 분야의 투자도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다른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기를 찾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렇듯 매번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이렇게까지 취약했나 싶을 정도다.

일본 백화점 CEO "2억500만 달러 투자 결정까지 3년간 현지조사"

이온몰 백화점 소이치 오카자키 회장 겸 CEO는 이날 오픈식에서 "이온그룹에서 프놈펜에 2억500만 달러를 투자해 쇼핑몰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캄보디아 현지조사를 거쳤다"고 말했다.
▲ 소이치 오카자키 이온몰 백화점 회장 겸 CEO 이온몰 백화점 소이치 오카자키 회장 겸 CEO는 이날 오픈식에서 "이온그룹에서 프놈펜에 2억500만 달러를 투자해 쇼핑몰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캄보디아 현지조사를 거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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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대외 경제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치 못한 채 좌초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에 대해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 기업들이 철저한 시장조사나 분석이 부족하고, 단시간 내에 승부를 거는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큰 기업의 프로젝트도 현지 시장조사 기간이 짧고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다보니, 의사결정 시 시행착오가 많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능력도 떨어져 결국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코트라 캄보디아 무역관 관계자도 지난 7일 "아무리 큰 대기업들도 1년 이상 현지 실사조사를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진출 스타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온몰 백화점 소이치 오카자키 회장 겸 CEO는 "이온그룹에서 프놈펜에 2억 500만 달러를 투자해 쇼핑몰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캄보디아 현지조사를 거쳤다"고 최근 <프놈펜포스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실제 3년간의 현지조사 이전에, 이 회사가 캄보디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미 10년 전 일이다. 결과적으로 백화점을 하나 짓는데도 10년이란 시간을 연구하고 조사해온 셈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의사결정이 늦고 더딘 일본이라는 나라가 무척 한심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대국이다.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그들 나름대로 비즈니스에 관한 한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나라다. 무시하고 싶지만, 아직도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

일본계 백화점 건설에 하청업체로 참여했던 현지 교민 건설업자의 말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중 과연 일본 기업들처럼 무모하리 만큼 긴 시간을 소모해가면서까지 현지 시장조사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기업들이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개국이 인도차이나반도를 둘러싸고 벌인 치열한 경제 경쟁을 가리켜, 한때는 '현대판 삼국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먼 옛날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현지에서 8년째 건설업에 종사해온 한 교민은 "지금은 일본과 중국이 양강 구도로 조금씩 굳혀지는 가운데 캄보디아에서조차 한국 기업들이 점점 밀려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분발이 더욱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기업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1인당 국민소득이 1천 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서 값비싼 전자제품 매장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 프놈펜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전경 일본 기업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1인당 국민소득이 1천 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서 값비싼 전자제품 매장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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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캄보디아, #이온 백화점, #훈센총리, #일본 진출,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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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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