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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
 <일본의 정신>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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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경향신문에는 일본 관련 기사가 세 꼭지나 실렸다. 첫 번째는 미국의 국방장관 척 헤이글이 일본의 방위상과 가진 회담 직후 "미국은 일본이 자기방어를 넘어 더 큰 군사적 책임을 지기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기로 한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본인들이 세월호 유족에게 한글로 쓴 편지 250통과 뜨개질로 만든 수세미 250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보도다. 세 번째는 전설의 레슬러 김일의 박치기에 나가떨어졌던 안토니오 이노키가 북한을 방문 중인데, 일본의 대북외교에 한 몫하고 있다는 기사다. 일본이 북한에 공단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부분 그저 가깝고도 먼 나라, 축구에서만큼은 절대 져선 안 되는 나라, 우리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나라 정도로 다분히 감정적 대꾸의 대상으로 여겨 진다. 일본을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을 가지고 외교전을 치러야 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민관을 통틀어서 말이다.

언제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탈바꿈하며 마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해선 아무 대책과 비전을 마련하지 않는 것을 봐도 그렇다. 또 대통령이 시진핑과 구체적 실익이 보장되지 않은 우의를 다지고 있는 동안 일본이 미국을 찾아 지원 사격을 요청하는 와중에도, 수수방관만 한 것을 봐도 그렇다. 미국이 안 그래도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과 일본, 이 두 나라는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우리나라와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을 주고받은 사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최근 일본의 행보는 더욱 발 빠르고, 몰염치하다.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책 <일본인의 정신>에 따르면, 지금의 일본은 사무라이(기사도) 정신으로 정정당당함을 추구했던 일본과는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할 말을 최대한 아끼고, 겸손을 추구했던 그 모습 말이다. 이 책은 올해 3월에 발행됐다.

<일본인의 정신>을 읽으면서 대체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일본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읽어보니 현재의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선다. 또, 일반적인 일본인의 정서와 일본 정치인의 정서가 다른 것도 일본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위정자와 국민과의 괴리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일본의 모습, 어디까지 진짜일까

"일본인은 사람 앞에서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꺼립니다. 감정을 노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조화를 흩뜨리는 행위라고 봅니다. 같은 슬픔을 안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에도 결여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본에서는 담담함을 좋게 보는 문화적 배경이 있습니다"-<본문 내용 p89 일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원인이 된 동인도 대지진 참사 당시 어떤 외국인이 일본인이 정말로 슬퍼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그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책은 종교적으로 일본은 다신교의 나라면서도 운명론적인 성격이 강한 불교에 대한 믿음이 보편적인데, 이러한 일본인의 정서는 특유의 운명론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이웃나라의 불행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모금을 해 전달하고자 했던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성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글 편지로 위로의 뜻을 전하려는 일본 국민들의 정성은 사실 보통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을 고무시킨 말, '야마토 다마시(大和魂)'

'야마토'라는 말은 고대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군국주의에 이용된 말인데, 이러한 일본정신의 강요로 많은 젊은이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신도가 황실의 종교로 확립되어 국가가 통솔하게 되었고, 일본정신은 국수주의와 융합해 일본인의 강하고 뛰어난 정신을 표현하는 말로 바뀌었으며, 이후에는 국가위신을 강조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일본정신에 충의와 '멸사봉공'의 가치관이 집약되면서 일본이 전체주의 국가로서 전쟁을 향해 치닫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본문 p.181 중 일부>

'도조'로 시작해서 '도모'로 끝나는 비즈니스

일본인들과 사업상 만나면 "도조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끝나면서는 "도모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이들은 '도조'와 '도모'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상대가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배려한다고 생각되는데,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가 방심하는 사이 새로운 거래방법이나 거래상대를 찾아내 후일을 도모하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동국대 의대교수 김익중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탈핵>에서 일본의 국토 중 70% 이상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고 여러 자료에 기반해서 밝히고 있다. 일본의 국토가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이야기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행보를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민관 합동으로 우리에게 병 주고 약 주는 사이, 우리의 유·무형의 자산이 좀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일본인의 정신> 야마쿠세 요지 지음, 박양순 옮김, 2014년 3월 24일 발행



일본인의 정신

야마쿠세 요지 지음, 박양순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일본, #미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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