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이 연장 승부 끝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24년 만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독일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데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마라카낭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에 터진 마리오 괴체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역대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4회 연속 4강 진출 끝에 이룬 값진 결실이었다.

이로써 독일은 남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유럽 팀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또한 1990년 서독과 동독의 통일 후 처음으로 독일이라는 이름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반면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워 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새로운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28년 만의 우승 탈환을 노렸으나 독일의 강력한 조직력을 뚫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고비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골망도 흔들고, 골대도 때렸지만 '골 없는' 전반전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 보유자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최전방 원톱으로 앞세우고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로 이어지는 '호화 공격진'을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크리스토프 크라머가 호흡을 맞췄다. 주전 미드필더로 뛰었던 사미 케디라를 뺀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베네딕트 회베데스, 제롬 보아텡, 마츠 후멜스, 필립 람으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골키퍼 장갑은 유력한 야신상 후보 마누엘 노이어가 꼈다.

알레한드르 사베야 감독이 결승전에 앞서 사표를 던지며 벼랑 끝 각오로 나선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에세키엘 라베치가 '스리톱'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엔소 페레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루카스 비글리아가 중원 싸움을 맡았다.

'짠물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끈 파블로 사발레타, 마르틴 데미첼리스, 에세키엘 가라이, 마르코스 로호가 변함없이 수비라인을 구성했고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던 세르히오 로메로가 골문을 지켰다.

결승전의 무게감 탓인지 양 팀 수비진은 좀처럼 자기가 맡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독일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 초반의 흐름은 아르헨티나가 주도했다. 일단 수비를 두텁게 쌓은 뒤 메시를 앞세운 날카로운 역습으로 독일의 뒷공간을 노렸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4분 만에 독일의 프리킥을 수비벽으로 막아낸 뒤 흘러나온 공을 낚아채 재빨리 역습으로 연결했고, 돌파에 성공한 이과인이 단독 찬스를 잡았지만 슛 각도가 부족했다.

이과인의 슛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는 몇 차례 더 기회를 잡았다. 키가 큰 독일 수비수들도 메시가 공을 잡기만 하면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메시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공격진은 화려한 발재간과 빠른 드리블로 독일 수비진의 작은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기회를 노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독일은 평소처럼 수비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끌어올리며 아르헨티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아르헨티나 수비에 막혀 슈팅 찬스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기회는 다시 아르헨티나에 찾아왔다. 전반 20분 독일 수비진의 헤딩 백패스가 황당하게도 이과인 앞에 떨어졌고, 천금 같은 기회를 잡은 이과인은 골키퍼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땅을 칠만큼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반면 한 골을 헌납할뻔한 위기를 넘긴 독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미드필더로 나선 크라머가 상대 선수의 어깨에 얼굴을 부딪치는 충격으로 전반 32분 만에 교체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튀어나왔다.

아르헨티나는 크라머가 다치기 전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크로스를 이과인이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고 말았다. 골로 착각하고 세리머니까지 했던 이과인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심판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독일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전반 37분 크라머와 교체 투입된 안드레 쉬얼레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추가시간에는 코너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회베데스의 헤딩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더욱 치열한 후반전을 예고했다.

괴체의 비수 같은 결승골... 무너진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도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라베치를 빼고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후반전은 더욱 볼만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양 팀 모두 전반전보다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했지만 마무리 패스가 매끄럽지 않았고, 슈팅의 정확도 역시 떨어졌다.

후반전에도 아르헨티나가 먼저 슛을 날렸다. 2분 만에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메시에게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독일 수비진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반대편 골대를 바라보고 날린 메시의 슈팅은 스치듯 골문을 비껴가면서 탄식을 자아냈다.

독일도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거칠고 적극적인 수비에 막혀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마스체라노는 수많은 태클과 몸싸움으로 독일을 괴롭히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나갔다. 이번 대회에서 마스체라노가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다시 실감하게 된 경기였다.

그러나 안정된 수비와 달리 공격이 터지지 않는 아르헨티나는 후반 33분 이과인을 빼고 로드리고 팔라시오를 투입했다. 결국 이과인은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터뜨린 결승골을 마지막으로 씁쓸하게 이번 대회를 마쳤다. 얼마 후 아르헨티나는 페르난도 가고까지 투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독일의 메시 봉쇄 작전은 후반전이 되자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상 메시를 측면에 고립시킨 뒤 패스를 미리 끊어버렸고, 간혹 메시가 공을 잡기라도 하면 2~3명의 선수가 동시에 태클을 가했다. 메시는 독일의 압박 속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독일 역시 후반 37분 클로제를 빼고 마리오 괴체를 투입했다. 이로써 클로제의 월드컵 역대 최다골 기록은 16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괴체도 상대 골키퍼에 품에 안기는 큰 의미 없는 슛을 날렸고, 결국 양 팀은 후반전도 아무런 소득 없이 마치고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선수들의 체력도 떨어지면서 연장전은 경기의 박진감이 더욱 떨어졌다. 무리한 공격과 거친 수비로 부상자가 속출했고, 부지런히 틈을 엿보면서도 승부차기를 대비하는 듯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후반 8분이 되자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측면 돌파에 성공한 독일의 역습 찬스에서 왼쪽 크로스가 올라왔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괴체가 이를 가슴으로 받아낸 뒤 곧바로 왼발 슛을 터뜨려 끝까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활짝 열어버린 것이다.

사실상 월드컵 우승을 확정 지을 결승골을 터뜨린 괴체는 환호했다. 23살의 젊은 공격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아르헨티나로서는 만회골을 터뜨릴 시간이 부족했다. 추가 시간에 힘겹게 얻은 메시의 프리킥마저 허무하게 하늘 위로 날아가면서 결국 독일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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