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프리킥이 아쉽게도 높게 떠올라 독일 골문을 넘어갔다. 안 되는 날이라는 뜻의 짧은 미소가 메시의 입가에 맴돌았다. 축구는 그런 것이었다. 모든 축구인들의 꿈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 월드컵은 이렇게 끝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스물 두 살 청년의 왼발 끝에서 승부가 갈렸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독일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4일 새벽 4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마라카냥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결승전 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에서 연장전 후반에 터진 마리오 괴체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통산 네 번째 우승(통일 이전 기록 포함)의 영광을 누렸다.

곤살로 이과인, 잠 못 드는 리우의 밤

사실 아르헨티나에게는 더 큰 기회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경기 시작 후 21분 만에 공짜로 선취골을 얻을 기회가 골잡이 이과인의 발 앞에 굴러왔다. 독일 미드필더 크로스의 헤더 백 패스가 어이없게 이과인에게 전달된 것이다.

여기서 이과인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마지막 슛 순간에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오른발 킥이 독일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문지기 노이어도 각도를 줄일 겨를이 없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이과인은 그로부터 9분 뒤에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라베찌의 크로스를 받아 왼발로 골문을 흔들었다. 하지만 스테파니(이탈리아) 제2부심의 냉정한 깃발은 그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가리키고 있었다. 77분에 팔라시오에게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물러난 이과인은 리우의 일요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리오넬 메시에게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전 시작 후 2분 만에 그가 좋아하는 각도에서 왼발 슛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독일 골문 오른쪽 기둥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아르헨티나의 운이었던 것 같았다. 더이상 그들에게는 좋은 득점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독일 수비수들이 그냥 구경할 인물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독일은 후반전 교체 선수들의 맹활약에 희망을 걸었다.

쉬를레 크로스 - 괴체 발리슛 결승골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예상 밖의 선수 교체 카드를 일찍(31분) 썼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들여보낸 크라머가 높은 공을 다투다가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쉬를레를 들여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여러 팀들이 선수 교체를 통해 짜릿한 골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쉬를레도 그 슈퍼 서브 중 하나였다. 이 판단이 결승전에도 통했다. 아니, 더 기막힌 결정이 88분에 내려졌다. 뢰브 감독은 간판 골잡이 클로제를 빼고 마리오 괴체를 들여보냈다.

연장전도 모자라 후반전 8분경 이 교체 선수 둘이 아름다운 골을 합작해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받은 쉬를레는 옆줄을 따라 빠른 드리블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그를 제대로 잡아낼 수 없을 만큼 쉬를레의 드리블은 경쾌했다.

그리고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마리오 괴체를 겨냥했다. 아르헨티나 가운데 수비수 데미첼리스 뒤로 돌아들어간 괴체는 쉬를레의 이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공이 잔디에 닿기도 전에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문지기 로메로가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날렸지만 괴체의 절묘한 킥은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혔다. 스물두 살 청년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골을 터뜨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순간이었다.

그리고 독일 선수들은 남은 시간 동안 온몸으로 버텼다. 아게로에게 얻어맞아 피를 흘렸던 슈바인슈타이거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뛰고 또 뛰며 중원을 든든히 책임졌다. 영광스런 월드컵 트로피는 그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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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FIFA 월드컵 결승전 결과(14일 새벽 4시, 마라카냥-리우 데 자네이루)

★ 아르헨티나 1-0 독일 [득점 : 마리오 괴체(113분,도움-쉬를레)]

◎ 독일 선수들
FW : 미로슬라프 클로제(88분↔마리오 괴체)
AMF : 메수트 외질(120분↔메르테자커),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DMF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크리스토프 크라머(31분↔안드레 쉬를레)
DF : 베네딕트 회베데스, 마츠 후멜스, 제롬 보아텡, 필립 람
GK : 마누엘 노이어

◎ 아르헨티나 선수들
FW : 곤살로 이과인(77분↔로드리고 팔라시오), 리오넬 메시
MF : 에세키엘 라베찌(46분↔세르히오 아게로), 루카스 비글리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엔소 페레스(86분↔페르난도 가고)
DF : 마르코스 로호, 에세키엘 가라이, 마틴 데미첼리스, 파블로 사발레타
GK : 세르지오 로메로

- 주심 니콜라 리쫄리, 제1부심 파베라니, 제2부심 스테파니(이상 이탈리아)
- 경고 : 슈바인슈타이거(28분), 회베데스(33분), 마스체라노(64분), 아게로(65분)
축구 월드컵 아르헨티나 독일 마리오 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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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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