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교육부가 세월호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가져 온 수학여행을 재개한다며 '안전하고 교육적인 수학여행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이 3개분야의 13개 세부 추진방안을 보면 수학여행에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적 시각을 투영한 것을 알 수 있다. 수학여행의 모델을 개발하고 수학여행 위기대응 제재를 개선하는 등 몇가지 시도해볼만한 의미가 있는 방안이 눈에 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영 불안한 마음을 쉬이 내려놓기 거북하다. 특히 '수학여행 안전지도사' 라는 국가자격을 신설하겠다고 한 부분은, 도대체 교육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타당성과 현황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이런 발상을 한 것인지 그 엉뚱함 앞에 난감할 따름이다. 

수학여행 출발부터 도착까지 50명당 1명꼴로 동행하면서 여행단 인솔과 야간 생활지도, 학생 안전지도를 지원하는 것이 이 수학여행 안전지도사의 역할이다. 300명 규모의 인원이 수학여행시 6명의 안전지도사가 필수적으로 동행해야 한다. 수학여행단 이동시 학생들을 따라다니거나 미리 이동해 교통수단의 안전점검 실시 여부, 운전자의 적격 여부, 이동수단의 사고발생 개연성 여부, 숙박시설 안전 여부, 화재나 가스, 전기등의 문제점, 식품 위생 등을 체크한다. 이들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법적 권한도 없을뿐더러, 현재 이런 자격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없다.

기존의 응급구조사, 소방·경찰 경력자, 청소년지도사, 교원 자격 소지자를 대상으로 12시간 관련 교육을 이수시켜 권한을 부여한다 해도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누가 1년에 한두 번 실시하는 수학여행을 위해 국가 자격을 취득하려 할 것이며, 설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여 누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안전지도사로 나설 것인가. 또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안전지도사가 생겨난다고 해도 이들에 대한 존재 근거는 무엇인지, 교사와 안전당국 근무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안전관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의 발생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이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격을 그것도 국가자격으로 덜컥 만들어 놓고 나중에 국가가 이를 책임지지 못할 것도 예측이 가능하다. 안전 인력 인프라의 불균등은 물론 질적 저하와, 자격 취득 시장의 난립으로 인한 피해자 양산도 부정할 수 없다.      

안전지도사 양성교육은 12시간만 받으면 된다는데 왜 12시간인지 그 이유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현재 공공기관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의 경우 총 40시간의 교육이수를 해야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안전사고의 특성상 실제 사고 발생 시 이들이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이 교육이수시간은 터무니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자격은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상담사 2개가 고작. 이러한 현실에서 청소년의 안전을 위한 지도사를 양성하겠다는 고육지책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 앞에서 이렇게 즉흥적이고 준비되지 않은 방안을 정식 대책이라고 공개하는 교육부의 처사는 분명 졸속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사고가 생기면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대안을 숙고해 대책을 만들 생각보다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을 금지시켜 온 교육부. 갑자기 수학여행 안전지도사 국가 자격제도를 만들어 이들에게 청소년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효성, 효과 모두 의문인 이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안전사고 차단을 위한 교사, 학생에 대한 정례적 교육과 반복 실습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청소년지도사의 전문성 향상과 처우 개선을 통한 안전지도사로서의 권한 강화, 안전 분야 업체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 소방관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 등 실효성 있는 안전 차단 인프라에 해당되는 부처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