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외모가 갖는 의미는 아주 중요하다. 얼굴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욱 좋은 대우를 받고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어느 사회에서나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존재하겠지만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을 사회적인 지위와 동일선상에 놓고 얼굴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조롱을 대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형수술 산업은 점점 더 발전해 가고 있다. 물론 성형수술은 죄가 아니다. 성형 수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얼굴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면 성형수술의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렛미인>역시 그런 의도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외모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그들의 얼굴을 180도 변화 시킨다. 그런 후 아름다워진 그들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며 이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습이 방영된다. 시청자로서 힘들고 어두웠던 시간을 보낸 그들의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보내면서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외모가 달라지면 삶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렛미인>은 바람직한 모습도 분명히 있다.
렛미인 환골탈퇴한 외모로 화제가 된 렛미인 박동희

▲ 렛미인 환골탈퇴한 외모로 화제가 된 렛미인 박동희 ⓒ 스토리온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한 편으로는 씁쓸하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여자들을 성형수술 시키는 와중에 유명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허예은이라는 출연자가 유명해졌고 이번에는 역대 가장 성공적이라 불릴만한 박동희라는 출연자가 연신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얼굴은 연예인이나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예뻐졌다. 물론 그 전의 외모 때문에 받았던 고통을 생각하면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아름다움'을 대하는 태도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방송은 성형수술을 하기 전과 한 후의 출연자들을 비교한다. 성형 전 출연자들은 의기소침하고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으며 가족들과는 마찰을 빚고 자신이 못생겼다는 절망속에 빠져 산다. 물론 외모로 많은 것이 평가되는 지금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그런 절망에 빠지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이에 '렛미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곧 세달여의 준비기간에 들어간다. 그들은 그 기간동안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문제 부위 이외의 성형도 감행한다. 예를 들어 턱이 문제인 사람이라 해도 눈과 코 이마, 가슴과 지방흡입까지 출연자를 최대한 예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그리고 결과는 대부분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외모로 나타난다.

스타일링 전문가들은 그들을 더 예쁘게 보이도록 꾸며놓고 화려한 조명이 있는 무대위로 그들은 모델처럼 위킹을 한다. 그제야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본다는 그들은 감격과 환희에 차서 기뻐한다. 때로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생각해 봤을 때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렛미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오로지 외모다. 외모가 부족하고 부적격하면 당신은 사랑받을 수 없고 당신은 불행해 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강요한다. 예뻐진 출연진들은 새 삶을 살 것이고 앞으로는 행복만 가득할 것이라는 암시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예쁘거나 못생기거나, 삶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모두들 상처받고 자신만의 열등감과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외모가 나아져 삶은 달라지겠지만 그것이 꼭 행복으로 가는 급행열차는 아니다. 심지어 <렛미인>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수술이 잘 된 사람들은 성형외과 모델이나 쇼핑몰 모델, <렛미인> 홍보대사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만 수술 후에도 비교적 수술 결과가 극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다.

단순히 외모로서 모든 것이 평가되는 분위기 속에서 <렛미인>은 말하고 있다. '당신도 새 삶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엔 숨겨진 가정이 있다. '수술이 잘되면'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이다.과연 성형수술이 찾아준 새 삶이 성공과 행복마저 보장하느냐 하는 문제는 철저히 함구된다. 결국 성형수술을 받고 외모가 개선된 사람, 그것도 드라마틱하게 개선 된 사람만이 특권을 누린다. 그런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질투를 할 것이고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새삶을 살기 위해 수술대에 오를 것이다. 바로 그 광고효과 때문에 성형외과들은 무료 협찬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를 바꾼다는 생각이 아닌, 삶을 바꾼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 삶이 자신이 생각한 달콤한 사탕을 주지 않을 때, 그들이 느껴야 하는 절망감은 배로 불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어쨌든 이전보다는 훨씬 향상된 삶을 살것이라고.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면만을 고친다고 해서 자신이 그 전에 느꼈던 불행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성형수술로도 가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행복이라는 이름의 파랑새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렛미인 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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