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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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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안전행정부 등으로 시작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아래 세월호 국조 특위)의 기관보고가 11일 종합질의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번 기관보고는 정쟁과 막말만 난무할 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참사 진상규명엔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이 만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아래 세월호 참사 진상 특위) 위원을 맡아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를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났다.

박 변호사는 국회의 세월호 국조 특위 기관보고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기관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에 임하고 있어서 성과가 안 나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VIP 발언'을 문제삼아 새누리당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번 기관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피조사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해양경찰청이다, 그들은 계속된 자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내놓지 않다가 자신들의 기관보고가 있는 날 새벽 1시경에 자료를 쏟아내 새누리당이 당황했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당황했다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지연과 파행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파행을 위한 빌미가 필요 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물론 김광진 의원이) 녹취록에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발언이 녹취록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라 'VIP가 좋아하니까 이런 식으로 급박한 상황임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관보고에 MBC가 불참한 것에 관해 "자료도 제출하고 마치 출석을 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불출석했다, 국정조사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거부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론) 전원구조라는 오보의 배경을 밝히기 싫어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박주민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신들 방어하려고 자료 제대로 안 내"

-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가고 또한 지난주부터는 국정조사 중 기관보고가 진행되는데 어떻게 보세요?
"지난 주부터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기관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기존의 의혹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자료 제출을 안 한다고 보세요?
"기관들이야 자신들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내놓지 않는 것입니다."

- 이게 방어하고 말 게 없을 것 같은데.
"구조나 수색에서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해당 기관들의 실무자 및 책임자는 심하면 사법적 처벌이 약하더라도 징계 등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비롯한 진상규명을 피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국회에 강제 권한이 없나요?
"자료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는 되어 있으나, 이에 대해 거부하면 제대로 처벌하는 조항 등이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제재를 강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는 합니다."

- 또 "일부 의원은 충분한 준비도 안 하고 국정조사에 임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중언부언하는 의원, 책임을 묻거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할 기회를 주는 의원, 꾸벅꾸벅 조는 의원, 유가족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의원, 정회 시간에 피조사기관과 차를 마시는 의원, 내용에 대한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심적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의원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 지난주 새누리당은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서 5시간 가량 지연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꼭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다가 김 의원 발언을 빌미로 파토 내려는 의도 내지는 기를 꺾으려 한 게 아닌가 보여지는데.
"사실 이번 기관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피조사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해양경찰청입니다. 해경은 계속된 자료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내놓지 않다가 자신들의 기관보고가 있는 날 새벽 1시경에 자료를 쏟아냈습니다. 그중에는 많은 논란이 되었던 청와대와 해경상황실 간 통화 녹취도 있었습니다.

아마 새누리당으로서는 당황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당황했다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지연과 파행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만약 새누리당이 그런 판단을 했다면 지연이나 파행을 위한 빌미가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녹취록에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발언이 녹취록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VIP가 좋아하니까 이런 식으로 급박한 상황임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주려고 한 의도된 발언이라고 주장하던데.
"구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사진과 동영상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욕적인 상황입니다. 자기 스스로 우스운 모습,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다 보여준 후에 말 한마디 더 얹혔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이겠습니까. 자신의 잘못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여당-야당-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해 특별법 논의해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와 해경간 녹취록을 왜곡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김 의원이 특위 위원직을 사퇴할 때까지 기관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혀 파행을 빚자, 참관중이던 유가족이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와 해경간 녹취록을 왜곡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김 의원이 특위 위원직을 사퇴할 때까지 기관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혀 파행을 빚자, 참관중이던 유가족이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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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세월호 피해자 가족 대책위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특별법에 한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특별법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새누리당의 특별법은 진상조사를 위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은 진상조사를 위한 내용이 마련되어 있으나 유가족들이 바라는 정도로 보장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에 의하여 설치될 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 정치권의 압력을 받지 않고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는 여당 따로 야당 따로인데 거기에 세월호 피해자 가족 대책위 따로면 서로 자기 것 주장하다가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법률안을 청원하였지만 여야와 함께 3자가 협의체를 이루어 충분히 논의를 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당은 이 3자 협의체 구성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3자 협의체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요. 3자 협의체로 질문하신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국정조사의 상황을 보면 과연 이것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조금이라도 드러날지 의문입니다.
"사실 국정조사를 통해 조금은 진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적지만 기관들이 내는 자료를 통해서든, 출석한 증인의 입을 통해서든.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닙니다. 국정조사와 병행해서 혹은 그 이후에 특별법에 따른 장기간의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국정조사의 한계인가요. 아니면 의지가 없어서인가요?
"국정조사라는 것은 원래부터 조사대상-조사대상을 방어하려는 쪽-조사대상을 공격하는 쪽으로 나누어진 게임입니다. 2:1의 싸움입니다. 여기서 나머지 1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실을 밝히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 초기 특검에 대한 주장도 나왔는데 특검은 어떤가요?
"필요하다면 특검도 해야 합니다. 특검은 국정조사보다 강력한 조사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다 보니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할지와 보통 특검의 경우 수사기간이 60일이나 90일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구체적인 범죄행위와 연관된 부분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에서 역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박 변호사께서는 민변에서 출범시킨 세월호 참사 진상 특위에서 발표한 17대 선정과제 중 중요한 과제 하나로 언론통제를 뽑으셨던데 MBC가 국정조사 증인출석에 불참했어요.
"자료도 제출하고 마치 출석을 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불출석했습니다. 본인들은 국정조사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거부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원들이 MBC에 물어볼 것은 전원구조라는 누가 봐도 너무나 명백한 오보가 어떤 식으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는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전원구조라는 오보의 배경을 밝히기 싫어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진 언론보도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가족분들이 여러 차례 성명과 호소문을 냈듯이 오보와 왜곡보도가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보 등은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구조나 수색에 지장을 주었습니다. 언론이 진실과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인데 그런 책임감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배려만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사회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 염원 실현하려면 관심 필요

- 세월호 참사 후 가족들을 돕고 계신 것으로 알아요. 같이 있으면서 무엇을 느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유가족 옆에 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족분들과 전혀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진도로 가족분들과 같이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분들의 회의에 배석하고, 해경 상황실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소화한 후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족분들이 저를 두고 올라가셨습니다.

저녁 먹고 있던 저를 잊어 버리신 것입니다. 겨우 겨우 안산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가족분들이 고생했다고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 때 이후부터 가족분들과 많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지금도 가끔씩 가족분들은 이야기하십니다."

- 지난 6월 30일 세월호 '쌍둥이 배'로 알려진 오하마나호 현장 검증에 참여하셨는데 어땠어요?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는 구조적으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검증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이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선원과 선장이 있다가 탈출한 조타실의 경우 많이 비슷해서 퇴선명령이 얼마나 쉬웠는지에 대해 다시 확인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선원들과 해경에 분노했습니다."

-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사고 초기 이후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을 상대로 많은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속 시원하게 밝혀진 사실이나 확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세 달이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실종자가 11명이나 있고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여전히 많아요. 그중에 통화기록이 삭제되었다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한 설명부탁드립니다.
"유가족분들 중에는 자신들의 핸드폰 통화 내역이 삭제되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실제로 제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정말 그런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 등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살펴볼 계획입니다."

- 국정조사에 포함이 됐나요?
"이 부분이 국정조사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정조사로 밝혀내기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현재 사실로 확인된 것이 있나요?
"아직은 통화내역 대조, 희생자 핸드폰과의 대조 등 진행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 세월호 참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세요?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한국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들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그랬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유가족들만의 힘과 관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만일 국민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틀림없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달라질 것입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입니다. 유가족분들과 국민들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많은 것들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주민, #세월호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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