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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마을은 금강이 유유히 끼고 돌아 나가는 충남 청양이다. 강촌의 개구쟁이 꼬마들에게 강은 큰 놀이터였다. 온종일 멱 감으며 놀다가 저녁 나절에 잠깐 동안 조개를 잡으면 저녁 반찬거리 정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나는 방학이 끝날 무렵 지친 육신을 끌고 병든 짐승처럼 고향으로 찾아들었다.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는 금강은 나에게 큰 휴식처였다. 낚싯대를 메고 금강에 나갔다. 하지만 그곳에 예전 조개 잡고 멱 감던 금강은 없었다.

이곳저곳 시커멓게 멍든 강물을 보아야 했다. 멍든 강물 속에는 배구공만한 이상한 물체들이 둥둥 떠있었다. 가까이 보니 올챙이 알 같기도 하고 흐물흐물 거리는 것이 여간 징그러운 게 아니었다. 손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다.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정말 공포감을 주었다. 그 당시 그 징그럽고 요상했던 것이 요즘 다시 나타났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 놓았다.

 금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의 바위나 자갈, 나뭇가지 등에 부착하여 살아가고 있다.
 금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의 바위나 자갈, 나뭇가지 등에 부착하여 살아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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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 후 이 생명체의 이름이 '큰빗이끼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키백과 사전에는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를 '깃털이끼벌레목 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태형동물의 일종이다. 동종의 여러 개체가 군집을 이루어 서식하는 형태로, 직경이 2m에 이르기도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부유물 같지만 엄연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최근 갑자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이 녀석들은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대형호수나 저수지 등 정체 수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외래종이다.

20여 년 전 내 고향 금강에도 이 생명체가 창궐했다. 그해 여름방학 때 처음 보았고 그 후 뉴스를 통해 이것들이 태형동물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1980년 12월 금강 대청댐 준공 이후 1995년에 '큰이끼벌레' 발견

1995년 12월 26일자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기자가 쓴 ''큰이끼벌레' 미국산 외래종 확인 한강. 금강수계 등 전국곳곳 확산'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외래 태형동물들은 호수나 저수지 등 물 흐름이 전혀 없는 곳에서 서식한다. 그러니까 원래는 강이 주 서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금강을 중심으로 갑자기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금강의 유속에 문제가 있어서였다.

비단강 금강이 멍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 12월 금강 상류 대청댐이 준공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유량 감소와 이로 인한 유속의 느려짐으로 비단강은 병들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1990년 완공된 금강 하굿둑은 비단강에 치명타를 입혔다.

아직도 정부나 일부 학자들은 댐이나 하구 둑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강 옆에서 살아온 나는 댐과 둑으로 인해 금강이 썩어 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자랐다. 어릴 적에 강을 거슬러 강경~부여~공주까지 다니던 통통배들은 대청댐 완공 이후 강바닥이 낮아지면서 사라졌고, 그 많던 조개(재첩, 칼조개, 함박조개 등)도 자취를 감추었다. 급기야 금강 하구 둑 완공 이후 더욱 느려진 유속으로 인해 1990년대 중반부터는 큰빗이끼벌레까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들을 보니 본질을 벗어나 이 생명체에 대해 강의 오염으로 생긴 것이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혐오스럽게 생긴 모양만 부풀려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본질을 벗어나 이 태형동물 자체가 오염도 측정의 자료가 될 수 없다고 반론만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이 외래생명체는 정상적으로 흐르는 건강한 강물에서는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강철교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크기는 농구공만했다.
 한강철교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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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명체는 이미 1990년대 중반 나타나 댐이나 둑이 강에게 얼마나 치명타를 주는지 경고했다. MB 정부가 4대강 공사를 시작할 때 수많은 지식인들이 환경재앙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22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며 공사를 강행했다. 가뜩이나 박정희 시대에 쌓은 수많은 댐들로 인해 느려진 유속으로 죽어 가던 강을,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수많은 보들이 더 망쳐 놓았다. 지금 우리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우리에게 구조신호를 보낸 병든 강의 구조요청을 무시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와중에도 환경부는 지난 4일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우리나라 민물에 서식하는 태형동물은 총 11종이며 청정수역에서 다소 오염된 수역에 걸쳐 출현하므로 수질의 지표생물로 보기 어렵다"며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을 일축했다고 한다. 일부 단체나 학자들도 여전히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없고 올해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녹조 현상이 심해져 더 번성했다고 말한다. 참 어이없고 기가 찰 일이다.

큰빗이끼벌레의 생김새가 이상하고 무서운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이 큰빗이끼벌레의 유해 무해를 따지는 것도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정말 본질적인 문제는 정상적인 건강한 강에서는 살지 말아야 할 생명체가 우리나라 전국 강에서 다량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체 수역에서 사는 태형동물이 흐르는 강물에서 나타난 것은 물의 흐름이 느려졌다는 증거이다. 댐이나 보가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한다는 것은 초등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 근본 원인은 무리한 댐 공사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유속의 저하임이 분명하다.

20여 년 전 내 살던 고향 금강은 이미 경고했다, 인간의 편의만 위해 댐을 쌓고 둑을 쌓으면 강은 병든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런 경고를 망각하고 무시하여 4대강 공사를 막아내지 못하였고 우리는 그 재앙을 지금 고스란히 받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무서운 게 아니라 경고를 잊는 우리의 망각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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