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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조 후보자는 경기도 출신으로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KBS 공채 5기로 입사했다. TV제작본부장을 거쳐 19대 김인규 사장 밑에서 부사장을 맡았고, 이후 KBS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 KBS 신임 사장후보에 조대현씨 신임 KBS 사장 후보로 선정된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조 후보자는 경기도 출신으로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KBS 공채 5기로 입사했다. TV제작본부장을 거쳐 19대 김인규 사장 밑에서 부사장을 맡았고, 이후 KBS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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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실망스럽다. 9일 KBS 이사회가 길환영 전 사장의 후임으로 조대현 전 KBS 부사장을 선임했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는커녕 정부·여당의 '거수기'란 오명에서 한 치 앞도 나갈 수 없는 상황임을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했다.

방송사 구성원들이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자로 꼽았던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과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최종 선임에서 제외돼 험난한 파국을 모면했으나 내부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 같다. 새 사장에 선임된 조대현, 그가 누구인가. 그 역시 방송사 양대 노조로부터 '부적격자'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권력의 부역자'란 소릴 들어온 다른 '부적격자'들과 다를 바 없다.

'김인규의 남자' 조대현 사장 선임... "실망 넘어 분노" 

조대현은 이명박 정권 하의 대표적 낙하산 사장이었던 김인규 전 사장 재임 시절 첫 부사장으로 발탁돼 '김인규의 남자'로 불린 인물이다. KBS를 '청영방송'(청와대 방송)으로 전락시킨 '김인규 체제'의 핵심 인물이었던 그는 부사장 시절에 관제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도하는데 앞장섰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2008년 이병순 전 사장 시절엔 TV제작본부장으로 발탁돼 관제방송을 한층 강화하고 당시 MB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대표적 탐사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고 <미디어포커스>를 <미디어비평>으로 연성화하는 것을 주도한 덕분에 그는 구성원들로부터 좋지 않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2009년 KBS PD협회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74%의 불신임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승만·백선엽을 미화시킨 다큐 프로그램과 삼성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열린음악회 등이 그가 부사장으로 재직한 시절에 방송된 이유를 알 만하다.

KBS노조는 이런 그에 대해 "자신의 신념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예스맨으로서 지시를 수행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KBS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는 9일 "절대불가 후보였던 고대영씨와 홍성규씨가 선출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적격 후보였던 조대현 전 부사장을 선임했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앙금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노조는 신임 사장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 '취임 1년 뒤 신임평가 실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등 국장책임제 도입', '부당 인사 원상 회복 및 인적 쇄신 단행', '대화합 조치 실시' 등 5가지 선결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모두가 녹록치 않다. 과연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KBS 이사회가 위기의 '박근혜호'를 엄호하고 험난한 KBS 파국위기를 모면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방송사 구성원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특별다수제 도입과 사장추천위원회(아래 사추위) 구성은 나몰라라 했기 때문에 갈등의 소용돌이는 방송사 주변을 지금도 맴돌고 있다.

'부적격' 인물 또? 박근혜호 인사 참사 연장선

KBS는 언제쯤 '국민의 방송'이 될까. 6월 9일 KBS 양대 노조 공동총회.
 KBS는 언제쯤 '국민의 방송'이 될까. 6월 9일 KBS 양대 노조 공동총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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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구성원들이 '부적격자'로 지목한 인물을 사장으로 내세운 점은 향후 또 다른 파국을 자초한 것이어서 그 책임은 면할 길이 없다. 정파적 구성이 가장 큰 문제다. 여당 추천 이사 7명과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된 11명의 KBS 이사진은 그간 의사결정마다 구성비의 모순을 극복한 적이 없다. 

KBS 이사회가 방송사의 가장 중요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파적 이해에 따라 정치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KBS의 정치적 독립은 사실상 요원한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장선임 제도로 개선해보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사장 선임 시 이사회의 4분의 3 또는 3분의 2 이상 찬성을 가결 요건으로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은 그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런데 이사회와 정치권은 본체만체 얼버무리며 밀실인사로 사장을 선임해버렸다.

비등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별다수제와 사추위를 거부하더니 부적격 인사를 사장에 최종 낙점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인사 참사'의 연장선과 맞닿는다. 국민들이 간절하게 요구하건 말건, 방송사 구성원들이 파업을 하건 말건, 오로지 권력유지를 위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들의 진영만 강하게 구축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제대로 된 총리 후보자 하나 내놓지 못한 채 국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국민을 기만한 것도 모자라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인사들을 내세워 개각을 단행해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비정상적인 통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마저 모자라 공영방송을 권력의 품 안에 넣어 도대체 무얼 어쩌겠다는 것인가.

공영방송은 전파의 희소성이나 공공재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다른 매체에 비해 더욱 엄격한 사회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저널리즘의 기본 가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공공성과 공익성에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인쇄매체에 비해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공적책무는 더욱 강력한 구속력을 갖고 있다. 특히 상업용 방송과 케이블 채널들과는 달리 공영방송사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수호 등 사회적 책무는 더욱 무겁다.

양대 공영방송, 정부·여당 품 안에... 언제까지?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는 YTN 방송 화면. 그에 앞서 MBC는 가장 먼저 오보를 전했다.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전하는 YTN 방송 화면. 그에 앞서 MBC는 가장 먼저 오보를 전했다.
ⓒ YT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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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파악한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학생전원구조' 오보 시간.
 최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파악한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학생전원구조' 오보 시간.
ⓒ 최민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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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의 방송현실은 어떤가. 방송산업이 유신독재정권 체제에서 국가 주도로 탄생한데다, 오랜 기간 동안 권력에 짓눌려 자유롭지 못하고 친정치적이거나 권력을 옹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정권이 수 차례 바뀐 지금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공영방송의 파국을 마치 먼 남의 나라 일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 지난 2월 MBC 사장선임에 이어 이번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공영방송, 심지어 국민의 방송조차 국민에게 돌려줄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두 공영방송을 권력의 품에 꼭 껴안고 갈 모양이다. 현재의 정파적 구성 체제라면 정부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공영방송의 오만과 방자함은 갈수록 도는 넘어서고 공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MBC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한 데는 언론의 '전원 구조'라는 줄 오보가 한몫했음에도, 최초 오보의 진원지인 MBC가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에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MBC가 내세운 불참 이유는 '언론의 독립성'이었다.

거기에다 MBC는 2012년 파업 중 해고된 6명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결정을 모른 체 하고 있다. "법원 명령을 기만하고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파렴치한 행태는 언론사이길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한국기자협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서도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길환영 방지법' 입법청원, 야당 존재 가치 보여줄 차례

KBS도 이 대목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 KBS 이사회가 특별다수제와 사추위 도입을 거부하고 '밀실인사'를 통한 다수결제 사장선임만을 고집한 것은 그토록 많은 국민들과 방송사 종사자들이 일관되게 바라온 정치적 독립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보여준 셈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이 합세해 '방송의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제작자율성 보장에 관한 법안', 이른바 '길환영 방지법'을 입법청원했을까.

공영방송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거나 권력의 부역자 뒤에 또 다른 부역자가 사장으로 임명되는 황당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방송의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쟁의 영역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 크다.

불가사의하게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대통령 공약임에도 여당은 모른 체 방관하고 있다. 더욱 얄미운 쪽은 야당이다. 공영방송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면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길환영 방지법' 입법청원은 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과 다름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여당과 한편이 아니란 점을 확실히 입증해 보일 차례다.


태그:#KBS 새 사장, #조대현, #김인규 , #MBC '전원오보',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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