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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앞에 앉은 구은태목사
 주방 앞에 앉은 구은태목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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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그냥 카페 같은데 교회 맞습니까?
"하하 네, 교회 맞습니다. 카페도 맞고요."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얼굴표정이 밝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검은 뿔테 안경, 그리고 검정색 남방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모습, 구은태 목사의 첫 인상은 어두운 옷 색깔과는 달리 밝고 정다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제 지인의 소개를 받고 찾아간 길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5번 출구를 나서자 제법 넓은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앞에는 화양교회가 있다. 화양교회 앞 좁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자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 건물 2층에 '시냇가에 심은 교회'가 있다. 골목 안쪽 출입구 층계를 올라 건물 2층 들어서자 평범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왼편에 주방이 자리 잡고, 그 앞은 음악실, 그리고 자그마한 탁자 10여개가 놓여 있다. 10여 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다. 그저 작고 아담하며 평범한 카페 풍경이었다. 그러나 창문가에는 간편한 건반악기 1대와 손으로 두들기는 타악기 1개가 놓여 있다. 예배 때 사용하는 악기지만 그냥 카페에 놓여 있어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카페겸 교회 실내풍경
▲ 카페겸 교회 실내풍경 카페겸 교회 실내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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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1대가 놓여 있다. 그 옆에는 작은 담요 몇 장, 그리고 물과 물 컵이 비치되어 있다. 벽에 걸린 청색 메모판에는 "여기 무릎 담요 있어요. 짧은 치마 입으신 분, 살짝 추우신 분"이라 쓰여 있다.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물건들이었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자 구목사가 들고 와 맞은편에 앉는다. 처음 만난 나이든 기자가 조금은 어색할 법도 한데 구 목사의 표정과 말씨는 마냥 밝고 경쾌하기만 하다. 교회 이름이 시냇가에 심은 나무교회냐고 묻자 아니란다. 건물 앞 벽에 '시냇가에 심은' 이라 쓰여 있고 그 뒤에 나무 그림이 있어 '시냇가에 심은 나무 교회'인 줄 알았다고 하자  그냥 '시냇가에 심은 교회'라는 것이다. 이름 뒤에 보이는 나무 모양은 '교회' 또는 '쉼터' '카페' 등 어느 것으로 부르던 그건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이 나름의 상상을 하게 한 것일까.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주중에는 카페로 운영하다가 주일에는 하나님을 섬기고, 성도들과 같이 말씀과 은혜를 나누며 교제하는 예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중 6일간은 카페로 운영하고 일요일 하루만 교회로 변신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빈도로 보면 교회라기보다 카페다. 교회카페가 아니라 카페교회인 셈이다. 그러나 골목길 카페입구에는 '시냇가에 심은 교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으니 교회가 분명하다

손님용 컴퓨터
 손님용 컴퓨터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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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목사는 대개의 교회들처럼 대형교회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교회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고달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푸른 초장 잔잔한 시냇가에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가는 편안한 '쉼터' 같은 교회를 만들고 싶단다.

40대 초반인 구 목사의 이력도 특이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강남의 개포동 한울교회에 시무하며 독립 한울청년교회를 섬겼던 경험을 갖고 있었다. 초기 50여명이었던 청년부를 청년교회로 독립하여 3년 만에 130여명으로 성장시켰고, 예배는 물론 재정독립까지 이루어 낸 것이다. 당시 한울교회의 장년교인이 300여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2010년 12월 세종대학교와 건국대학교 사이 지하철역과 가깝고 학생들의 발길이 잦은 이곳에 카페 형태의 교회를 개척했다. 청년 대학생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이 교회의 첫 교인은 역시 카페를 자주 찾았던 젊은 손님이었다. 개척 후 4년째인 현재의 교인은 30대 4가정을 포함한 50여명. 소득이 거의 없거나 미약한 대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이어서 교회재정은 어렵다.

손님용 담요와 안내문
 손님용 담요와 안내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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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획했던 대로 카페의 운영 수입이 교회건물 임대료를 감당해주기 때문에 교회운영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부인이 카페에 나와 함께 일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큰 애가 고등학생인데 다행히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구 목사 가정은 자녀가 4명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다. 더구나 막내는 입양한 아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대에 4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 같았지만 그는 자녀들이 많아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생활비는 교인들의 헌금을 사례금으로 받아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돕고 있는 기업체의 기독교신우회와 거주하고 있는 군자동 통장 일을 하여 받는 작은 수입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고 교회를 섬기는 일 외에도 광진구 주민참여예산위원과 군자동 자치위원, 그리고 군자동 25통 통장 일을 겸하여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통장 일은 이곳에 카페교회를 개척한 후 청년교인들과 함께 맨 먼저 시작한 길거리 청소와 어르신들을 모신 삼계탕 대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겸손하게 어르신들을 섬기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을 본 주민들의 추천으로 이 지역에 이사 온지 1년 만에 통장 일을 맡게 된 것이다.

그가 맡아 섬기는 군자동 25통은 288세대 1200여 명의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 마을길에서 만난 노인 몇 분도 항상 웃는 얼굴에 깎듯이 예의바른 구 목사를 요즘 보기 드문 친절하고 겸손하며 자상한 젊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은태 목사는 예배와 말씀, 묵상은 물론 지역사회를 섬기고 소통하며, 봉사하고 나누는 기숙사형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다.

근래 정부에서 조사한 인구조사 통계를 보면 요 몇 년간 기독교인 숫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시류 속에서 새롭게 시작한 개척교회가 자립하고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농어촌은 물론 서울 같은 대도시도 이미 교회는 포화상태다. 그래서 혹자는 대도시들은 한집 건너 교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목사도 장로들처럼 다른 직업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이런 사회현실에서 구은태 목사가 서울시주민예산감시위원과 통장 등으로 공적인 사역을 넓힌 것은 매우 좋은 발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것과 달리 세상의 공적영역과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며 효율적인 목회자의 자세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고 운영하는 구은태 목사의 사회참여 형 카페교회가 '성공적인 개척교회'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구은태목사, #카페교회, #개척교회,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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