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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은 공연돌고래 제돌이가 갑갑한 수족관을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돌이가 제주도 어디선가 간혹 등장한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리는데요.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있거나 그럴 예정에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돌이 방사 1년을 맞아 고래 사육과 혼획의 문제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7월 18일, 제주바다에 방사된 제돌이와 삼팔이가 바다 친구들 120명의 서명을 받아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보낸 가상의 편지를 싣는다.

지난 2012년 3월 12일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지난 2012년 3월 12일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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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님께.

안녕하세요? 저 제돌이에요. 사실, 이번 선거에서 저 때문에 곤란하실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더랬어요. 지난해 저를 바다로 보내느라 나라 돈을 너무 많이 썼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웠거든요. 아직 고향으로 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는데…. 그치만 별 문제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제가 육지 사람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서 걱정이에요. 뭔 소리냐구요? 사람들이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한다면서요. 이러다 사람들이 저를 대표적인 바다의 로또라고 여겨서 또 잡아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네요.

게다가 저는 등지느러미에 '1'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어 눈에 잘 띄잖아요. 포항과 울산 바다에 나타난다는 불법포경업자들이 제주에 와서 저를 잡아다가 어떻게 하는 거 아닌지 사실 두려워요. 제가 이런다고 설마 저를 다시 잡아다 번호를 지워주시는 건 아니시겠죠. 절대 사양합니다.

박 시장님과 서울시민들 덕분에 고향바다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꿈만 같은 1년을 보냈죠.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이 갑자기 나타난 저와 춘삼이 그리고 삼팔이를 보니 얼마나 놀라고 반가워 했는지요. 난리 났었죠. 거의 한 달 내내 잔치를 벌였어요.

제주바다의 해녀 할머니들도 아주 좋아하셨답니다. <KBS환경스페셜>에 소개되어 아시겠지만 우리 돌고래들은 해녀 할머니들과 아주 친해요. 물질하실 때 우리가 툭 치고 지나가고 그럴 정도니까요.

그런데 박 시장님, 한 가지 청이 있어요.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편지를 쓰게 됐어요. 다름 아니라 아직 서울동물원에 남이 있는 제 친구들에 관한 거예요. 바쁘셔서 잘 기억나지 않으실 수도 있어 조금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제가 제주 바다에 돌아올 때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친구 둘이 있었어요. 제주 돌고래쇼장에 있던 복순이랑 태산이에요.

복순이는 저랑 동갑인 여자아이고요, 태산이는 저보다 네 살 더 많은 형이에요. 모두 저랑 동향인 남방큰돌고래들이죠. 헌데 복순이는 아래 턱이 조금 비뚤어졌다는 이유로, 그리고 태산이 형은 윗주둥이가 조금 잘려나갔다는 이유로 서울동물원으로 데려 가버렸어요. 그 이유가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라고 하던데 그건 저희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저희가 그렇게 못난 종족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만약 먹이를 잘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이 알아서 잘 도와주지 않겠어요? 지나친 관심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복순이랑 태산이 형은 아직도 서울동물원 수족관에 갇혀있는 신세에요.

이 친구들을 저희들처럼 바다에서 같이 있게 해주세요. 또 가능하다면 서울동물원에 있는 다른 제 동향 친구 금둥과 대포 그리고 일본에서 온 친구 둘도 같이 보내주세요. 시장님이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서울 시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꽤 좋아할 만한 선물을 드릴게요.

바로' 고래생태관광'이에요. 가족이나 연인들이 여행차 제주에 오셨을 때 김녕이나 서귀포 쪽에서 배를 타고 나오면 마중나가 인사 드릴게요. 그쪽이 저희들과 만나기 가장 좋은 위치랍니다. 기분이 나면 한참 동안 같이 헤엄치기 경주도 할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늘 백전백승이지만요. 시장님이 직접 오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미역을 특별히 선물해 드릴게요. 아주 맛나답니다.

회의나 일 때문에 오신 분들도 회사 동료분들이나 손님들과 함께 오셔도 좋아요. 시력이 좋은 분들이라면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저희를 만날 수도 있어요. 꼭 요트 같은 배를 타야만 우릴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어민들의 작은 배를 타면 더 재미나답니다. 선체가 낮기 때문에 저희랑 아주 가까이서 만날 수 있거든요. 제가 부르는 노래 소리도 잘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하하,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으세요?

이건 우리 제주 식구들 모두의 바람이에요. 과천 수족관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꼭 보내주세요. 사실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도 보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지만 너무 부담되실까봐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만 줄일게요. 삼팔이가 옆에서 편지가 너무 긴 거 아니냐고 나무라네요. 편지 빨리 써서 보내고 놀러가자고 하네요. 박 시장님의 동물사랑, 환경사랑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제주바다로 귀향한
제돌이 드림.     

추신: 시장님, 다음 편지에는 얼마 전 제주로 놀러온 네덜란드 환경운동가 비어트 아저씨한테 들은 네델란드의 놀라운 고래생태체험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제가 있던 서울동물원 돌고래쇼장을 이렇게 멋진 곳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기대하셔요.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



태그:#제돌이,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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