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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에게 사과하는 기사를 게재한 <데일리 메일>
 조지 클루니에게 사과하는 기사를 게재한 <데일리 메일>
ⓒ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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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누군가의 안전과 안위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타블로이드 신문 기사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데일리 메일>은 완전 날조 기사를 만들어 퍼트렸지요. 당신들은 선을 넘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겸 제작자 그리고 사회운동가인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화가 났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발행된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Daily Mail)의 기사 내용 때문이다. 기사는 올 9월 결혼 예정으로 알려진 조지 클루니의 약혼녀 어머니가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고 이 종교적 관습 때문에 딸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별한 종교때문에 결혼 반대' 기사에 발끈한 조지 클루니

스타들의 결혼에 따라 붙는 뻔한 가십 기사 정도로 취급될 수 있는 이 보도에 조지 클루니가 격앙된 성명을 발표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종교의 차이점을 부각해 부당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언론 행태 때문이다.

"<데일리메일>은 내 약혼녀의 어머니가 종교적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는 완전 날조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약혼녀의 어머니가 '절반은 레바논 사람'임을 강조하며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구요. 그리고 드루안의 종교적 전통에 따라 신부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답니다. 다시 말할게요, 신부가 죽을 수도 있다구요."

조지 클루니의 약혼녀 아말 알라무딘(Amal Alamuddin)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영국계 레바논인 변호사이다. 사회운동가이며 작가이기도 한 그녀는 국제법과 형법, 인권, 범인 인도에 관한 전문가다.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줄리안 어센지(Julian Assange)나 전 우크라이나 수상이었던 율라 티모첸코(Yulia Tymoshenko)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그녀의 어머니 베리아 알라무딘(Baria Alamuddin)도 딸 못지않은 지성인이다. 그녀는 아랍권 신문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알 하야트>(Al-Hayat)의 외신 편집장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배경이 레바논인 것을 빌미로 신문은 그녀의 어머니가 드루즈(Druze)인이라고 주장을 한 것이다.

드루주인들은 이슬람 시아파 중 극단파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교리가 있다. 폐쇄적이고 강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은 개종은 물론이고 외부인과 결혼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50만 명이나 되는 드루즈인 중에서 배우자를 고르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하며 조지 클루니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 메일>은 '가족의 친한 레바논 친구'라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위의 내용을 보도했다. 

조지 클루니는 누구보다 가십 기사가 많은 배우로 유명하다. 그의 화려한 여성 편력과 활발한 배우·제작 활동, 더불어 그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 같은 비인권적인 상황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할리우드 대표 '개념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내 약혼녀가 임신을 했다거나, 결혼식을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의 세트장에서 한다거나, 내가 선거를 위해 뛰고 있다거나 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지어낸 그런 멍청한 얘기들은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문제는 다릅니다. 있지도 않은 종교적 차이를 부각한 무책임한 짓이죠.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무지가 어떤 큰 위험을 불러올지 아시나요?"

<워싱턴 포스트>에 의하면 외부인과 결혼한 드루즈인은 형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몇몇 여성은 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살해당하기도 했단다. 실제로 작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드루즈 여성과 결혼한 한 수니 무슬람 남성은 여성의 친척들에 의해 성기가 훼손되는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사소한 부주의가 잘 알지 못하는 타 종교에 대한 불안을 확대 과장하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조지 클루니가 분노하는 이유다.

조지 클루니가 언론의 행태에 단호한 이유는 그의 성장 배경과도 관계가 있다. 그의 아버지 닉 클루니(Nick Clooney)는 1960년대부터 방송사에서 활동한 언론인(newsman)이었다. 그는 자신이 언론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얘기해왔다. 그리고 그녀의 예비 장모도 역시 신문 편집자이기에 누구보다 예민해 보인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기사로... 큰 위험 부를 것"

2005년 조지 클루니가 제작한 영화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은 매카시즘에 맞서는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에 대한 이야기다. CBS에서 명성을 날리던 머로는 1950년대 아무도 '빨갱이 사냥'에 맞서려 하지 않았을 때 당당히 매카시즘과 싸운,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진행하던 뉴스쇼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만든다고 말씀드렸죠. 우리 방송이 이대로 가면 역사의 비난을 받을 것이며,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됩니다. 생각과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맙시다. 에드 설리번이 장악한 일요일 저녁 시간이 '미국 교육현실 진단'에 할애되리란 꿈도 가져봅시다. 한 두 주 뒤면 스티브 앨런의 시간도 '미국의 중동정책 철저분석'에 넘어가겠죠.

그런다고 광고주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을 입을까요? 주주들이 불평과 분노를 토로할까요? 수백만 시청자들이 조국과 기업의 미래가 달린 주제에 관해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된다는 것 외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자만에 빠져 고립되든가 말든가 아무도 관심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단 한 기자의 의견이라도 논박하려면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된다고요.

만약 그들이 옳다면 무엇을 잃어야 될까요? 그들이 옳다면 TV는 바보상자가 되어 세상과 격리시키는 도구로 전략하겠죠. TV는 지식을 전합니다. 깨달음도, 영감도 선사합니다. 허나 그것은 오직 최소한의 참고용으로 쓰일 때만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TV는 번쩍이는 바보상자에 불과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십시오(Good night, and good luck)."

이 영화를 만든 조지 클루니는 9일 <데일리 메일>의 사과를 받아냈다. 신문은 자신들이 정확하지 못한 내용을 썼다는 조지 클루니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기사로 인해 고통을 겪은 그와 그녀의 약혼녀 그리고 어머니에게 사과한다고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은 지난 5월에도 2013년 9월 28일자 '독신모 시절의 고백이 어떻게 교회 신도들을 놀라게 하고 당황시켰나'라는 기사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신문은 패소한 뒤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보상금 및 소송비용을 물어주었다.


태그:#조지 클루니, #데일리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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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뉴욕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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