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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민박집은 촌집을 고친(리모델링) 집이다. 고치기 전에 이곳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나무로 불을 지펴서 방을 난방했었고, 모아둔 빗물과 지하수를 생활 용수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였다. 별빛을 보며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랑에 쫄쫄 흐르는 물이 모이면 설거지를 했다.

밤 11시가 되면 전기는 동시에 끊어졌다. 그러면 준비한 촛불을 켜고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은하수가 보였던 아쉬운 밤을 이어갔다. 그러면 해녀 할매가 "잠 좀 자자! 느거들 때문에 동네 시끄러워 죽겠다"라며 고함을 치곤 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왔던 2007년까지는 그랬다. 나의 기억으로는 민박집 가격이 일인당 3000원(90년 처음 왔을 때), 일인당 5000원 그리고 2007년에는 10000원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 비하면 믿기지 않을 옛날이야기이다.

개축(리모데링)된 민박집은 샤워시설이 있었고 따뜻한 물도 나왔다. 수세식 화장실이고 자가발전기 탓에 전기도 모자라지 않았다.

"태풍이든 장마든 빨리 와야 한다"

지난달 29일, 소매물도에 갔다. 그날 오전에 민박집 아저씨가 왔다. 새벽까지 계속되었던 술 자리에 민박집은 어질러져 있었다. 아저씨는 주변을 둘러보며 분리수거를 당부하였다. 그리고 아저씨는 "태풍이든 장마든 빨리 와야 한다"며 걱정이었다. 식수에 대한 어려움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였다.

"통영시에서 지하수를 파 주었거든. 근데 고갈되어 새로 팠다 아이가. 화장실 물은 짠물이이가. 펜션은 3명, 민박은 2명 더 이상은 안 받는다. 물 좀 아껴쓰라고 하지 다른 소리는 안한다. 장사하려고 물탱크에 300톤 확보를 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게 한 20톤 밖에 없으니 미치는 거지. 손님은 필요없다. 장마 때 비만 온나. 여름 장사해야한다 아니가."

민박집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지하수를 파는데 200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3번째 지하수를 팠다고 한다. 근데 1년 정도 지나면 물이 말라버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번 지하수도 말라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태풍 '너구리' 덕분에 비가 오고 있다. 민박집 아저씨와 소매물도 주민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온다.

"운동삼아 물질한다. 깊이는 못 드간다."

소매물도 선착장 앞에서 해녀 두 분과 벙어리 아저씨가 일요일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일 일찍 나오신 할매가 수레를 끌어주며 장사 준비를 함께 하였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파는 해삼, 석화, 멍게, 소라, 개불 등이 해녀할매가 직접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매물도에서 물질하는 해녀는 3명이라고 한다. 운동삼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질을 할뿐이다. 일요일에는 선착장에 마련된 자리에 가득차서 바닥에 앉아서 주문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다 먹을 것을 해녀 할매가 잡는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그곳에서 파는 것은 자연산이 맞다. 그리고 해녀가 잡은 것이 맞다. 하지만 소매물도 해녀할매들이 잡은 것은 극히 일부이다. 나머지 모자라는 것은 통영의 해녀들이 잡은 것이 이곳에 와서 팔리는 것이다. 소매물도 해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소매물도에 들어오는 첫배가 오기전에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해녀할머니 두분이다. 부잔교에서 바다속에 보관하고 있던 해삼, 멍게, 소라, 개불, 석화를 꺼내고 있다. 수레에 실어 장사하는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소매물도에 들어오는 첫배가 오기전에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해녀할머니 두분이다. 부잔교에서 바다속에 보관하고 있던 해삼, 멍게, 소라, 개불, 석화를 꺼내고 있다. 수레에 실어 장사하는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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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복은 없나요?
"전복은 깊은데 있어서 못 잡는다. 얕은데 있는 건 다 잡아서 팔았다."

- 1990년도에 돌핀호에서 만났을 때는 아줌마들이었는 데, 해녀분들 이제 할머니네요. 열댓분 되었던 것 같은데 다들 어디에 갔습니까?
"인자(이제는)는 할매지, 할매라 해도 된다. 젤 나이 적은 사람이 육십 다섯, 저 할매는 칠십 다섯, 옛날에 제주도 할매 안 있더냐?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 러 나가고 OO 저그엄마 물질 안 해도 제일 나이 많째(팔십여섯)."

- 요즘도 물질해서 장사할 만큼 잡습니까? 해삼은 작네요.
"해삼이 들갈(들어갈) 차례거든... 인자 물질은 운동삼아 하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운동삼아 하지. 통영 해녀들이 잡은 거 안 있나? 통영의 미수동에 해녀배가 15척? 지금은 줄어서 11척이가? 제2의 제주 아이가 거서 잡은 것 갖고 오면 여서 판다."

- 선착장도 커지고 사람도 많이 오는데 어떠세요?
"(선착장) 크게 만든다고 작년에 이거 끌고 다닌다고 엄청 고생했다. 장사하기 위한 해산물을 선착장 바다에 담아서 보관한다. 그것을 수레에 담아서 끌고 오는데 선착장 공사한다고 길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사람 많이 오면 안 좋지. 적당히 와야 좋지! 인자는 평일이고 일요일이고 없다. 비 오고 태풍이나 와야지 쉬지, 많이 오면 안 좋지. 쓰레기가 많이 생기지. 적당히 왔을 때가 좋았지. 

옛날에는 똑같이 불이 꺼지고 MT 온 대학생들이 안 자면 잠 좀 자라고 뭘카(뭐라고 하고)고 그렇째. 인자는 여 내려와서 불도 피우고 밤새도록 놀기도 한다. 비가 와야 되는데...

통영시에서 지하수 하나 파 줬는데 사람 많이 오면 1년되면 말라뿐다 아이가."

저녁시간 선착장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저녁시간 선착장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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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박은 안 하세요?
"펜션을 했째, 촌집도 리모델링을 했째, 불편해서 누가 할매집에 민박 하나?  민박 안 한다. 민박 물어보면 절(저쪽으로)로 다 보낸다."

소매물도는 1986년 제과업체의 CF를 통해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필자는 1990년에 처음으로 오게 되었다. 기회가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1989년에 업체(남해레데코)에서 섬을 통채로 샀기 때문에 개인 별장처럼 섬이 개발되면 이섬에 오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제과업체 cf에서 나왔던 등대섬이다. 출처는 유튜브의 동영상입니다.
 제과업체 cf에서 나왔던 등대섬이다. 출처는 유튜브의 동영상입니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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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될 때마다 2007년까지 이곳에 왔었다. 2007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으로 매물도가 선정되었고, 매물도에 딸린 소매물도도 더 알려지게 되었다. 그 해에는 야생화된 염소 떼가 사라진 해이기도 하다. 올해 이전에 마지막으로 이 섬에 갔다.

그해(200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도서 지역에 방목된 염소는 천적이 없기 때문에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역 식물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면서 소매물도에 있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23마리의 염소를 모두 잡았다. 그래서인지 염소가 보이지 않았다. 남매바위쪽으로 가는 길가에 매어 있던 소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소매물도에는 연간 60만 명의 사람들이 오고 있다. 아직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섬이다. 하지만 원주민 9가구에 이 섬이 좋아 정착한 사람들(5가구의 이주민)은 어마어마한 관광객 때문에 생겨난 문제들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지난달 26일~29일까지 3박 4일 중 27일에 합류하여 함께하였다. 제 블로그에도 비슷한 내용을 올렸습니다.



태그:#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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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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